[유럽 증시 마감 동향] 프랑스 항공엔진 업체 사프란과 영국의 항공·방산기업 롤스로이스가 호재를 보였음에도, 투자자들은 실적 발표 전반에 실망감을 표시하며 유럽 주요 지수는 1주일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로이터 인용 보도에 따르면,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은 전일 대비 0.7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특히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1.5% 급락하며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자동차·고급 소비재 업종 압박
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카 제조사 페라리 주가는 11.7% 급락했다. 상장 후 9년 만에 기록한 최대 일일 낙폭이다. 회사 측은 연간 가이던스(전망)를 유지
한다고 밝혔으나, 미·EU 무역 합의가 발효되면 미국 판매 차종에 적용해 온 가격 보전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고수익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매도로 대응했다.
제약·바이오 역시 부진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시장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7.8% 하락했다. 다만, 회사는 미국의 관세 영향은 관리 가능하다
고 진단했다.
Templeton Global Investment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크레이그 캐머런은 “자동차·제약·소비재처럼 관세 노출이 큰 업종을 현재는 피하고, 국내 수요 비중이 큰 유틸리티·산업재·금융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주는 독주 지속
유로존 은행지수는 0.7% 상승해 7월 한 달간 49%의 월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날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이 연간 이익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며 6.9% 올랐고, 스페인 BBVA는 2분기 순익이 예상치를 넘어 7.9% 상승했다.
주류 업계에 15% 美 관세 직격탄
유럽 외교관들에 따르면, 유럽산 와인·위스키 등 증류주에 대한 미국 관세(15%)가 가을까지 계속 부과될 전망이다. 이에 식음료 업종 지수는 2.6% 하락했다. 특히 안호이저-부시 인베브는 판매량 감소 여파로 11.6% 급락해 낙폭을 키웠다.
채권시장 동향
독일 2년물 국채금리는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머니마켓에서는 올해 추가 25bp(0.25%p) ECB 금리 인하 확률을 50% 수준으로 축소 반영하며 통화 완화 기대감이 둔화됐다.
영국 에너지 섹터
영국 쉘(Shell)은 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하며 1.1% 상승했다.
용어 해설
STOXX 600 — 유럽 17개국 600개 대형·중형·소형주로 구성된 대표 지수다.
베이시스포인트(bp) — 1bp는 0.01%p로, 중앙은행의 금리 변동 폭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한다.
가이던스 — 기업이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앞으로의 실적 전망치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실적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시장은 관세 리스크와 ECB의 정책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과 에너지 등 내수·원자재 연동 업종이 상대적 ‘안전 피난처(sector rotation)’로 부상하는 가운데,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개별 기업 실적 모멘텀이 지수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이번 분기 발표되는 매출·영업이익률 변화를 통해 관세 부과 이후 마진 압박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