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홍콩]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Bain Capital)과 KKR을 포함한 세 개 컨소시엄이 일본 맥주회사 사포로홀딩스(Sapporo Holdings)의 부동산 사업 인수를 위해 본입찰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 규모는 약 4,000억 엔(미화 27억 달러)으로 추정되며, 두 명의 소식통과 가격 협의 과정을 잘 아는 세 번째 소식통이 이 같은 정보를 전했다.
세 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2차 본입찰 마감 시한은 8월로 예정돼 있으며, 최종 인수 후보로 선정된 업체는 독점협상권을 부여받는다. 거래는 빠르면 11월 중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사포로는 그동안 행동주의(액티비스트) 투자자로부터 수익성 제고 및 자산 효율화 압박을 받아 왔다. 경영진은 “핵심 음료 사업 강화를 위한 재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최근 일본은 디플레이션 탈피 국면과 초저금리 환경이 맞물리면서 해외·국내 투자자에게 부동산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매크로 상황은 사모펀드뿐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본입찰에 뛰어들 예정인 3개 진영은 ① 론스타(Lone Star)-케네딕스(Kenedix), ② 베인캐피털-도큐후도산(Tokyu Fudosan), ③ KKR-PAG-노무라부동산 등으로 파악된다”고 두 소식통은 말했다.
사포로 대변인은 “부동산 부문에 외부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다수 기업과 협의 중이며, 올해 말까지 방향성을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케네딕스·베인·도큐후도산·KKR·PAG 측은 “논평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노무라부동산은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답변했다. 론스타는 취재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세 명의 익명 관계자는 신원 공개를 거부했다.
한편 미쓰비시지쇼(Mitsubishi Estate)는 입찰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사포로 측은 앞서 “10곳 이상의 후보로부터 제안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사포로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도쿄 시부야구에 위치한 ‘예비수 가든 플레이스(Yebisu Garden Place)’다. 이 복합 단지는 오피스·주거·리테일 공간이 집약돼 있으며, 향후 재개발 잠재력에 따라 매각 가치가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출구전략 관점에서 보면, 매수자는 장기 보유 후 임대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재개발로 부가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두 가지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재개발 범위·용적률·규제 변수에 따라 최종 가격은 변동 가능성이 크다.
용어 해설
액티비스트(행동주의) 투자자란 지분을 활용해 경영진에 배당 확대·자산 매각·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투자자를 뜻한다. 사모펀드(PEF)는 외부 투자자 자금을 모아 비상장 또는 지분매각 기업을 인수·재편 후 엑시트(매각·상장)로 수익을 내는 투자 기관이다.
이번 거래를 주도하는 3D Investment Partners는 싱가포르 기반의 액티비스트 펀드로, 사포로의 자본 효율성 제고와 부동산 분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기자 관전평·시장 전망
첫째, 일본 부동산 딜의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상승세를 띠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엔화 약세와 낮은 차입 비용 덕분에 글로벌 자본이 일본 핵심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둘째, 이번 매각은 행동주의 압박→비핵심 자산 매각→핵심 사업 집중이라는 전형적 케이스로, 일본 전통 제조·유통 기업에도 유사한 구조조정 압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예비수 가든 플레이스는 도심 재개발 규제 완화 수혜 대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본입찰 경쟁이 과열될 경우 4,000억 엔을 넘어서는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최종 인수자는 자본 구조, 개발 경험,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커뮤니티 협업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베인-도큐후도산 연합이 음료·소매 네트워크 시너지를, KKR-PAG-노무라 진영이 대규모 부동산·자본시장 역량을, 론스타-케네딕스가 일본 상업용 부동산 트랙레코드를 강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기사 작성 시점(1달러=148.05엔) 기준이며, 향후 환율 변동은 외국계 자본의 수익률 계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