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9,250억 달러 국부펀드 ‘초대형 부동산’서 물류·AI 등으로 무게 이동

리야드발(Reuters) 사우디아라비아가 9,250억 달러(약 1,260조 원) 규모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의 전략 방향을 대대적으로 전환한다. 부동산 ‘기가 프로젝트’에 집중됐던 자금을 물류·광물·종교 관광 등 보다 단기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 재배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은 “반복적인 지연 사태가 발생한 네옴(NEOM) 등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보다,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와 같은 신성장 동력에 우선순위를 두려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Crown Prince Mohammed bin Salman(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이하 MbS)은 2016년 ‘비전 2030(Vision 2030)’을 선포하며 사막에 미래형 도시를 세우는 네옴, 북부 산악지대에 인공 설원을 조성해 국제 동계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들 프로젝트는 PIF가 자금 지원을 전담했으나, 인구 900만 명 유치 목표를 내건 네옴마저 잇단 일정 연기에 직면했다.

주목

전략 수정의 배경

“PIF가 보다 안정적인 단기 수익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재정 건전성·유동성 관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됐다.” — 익명 관계자

결국 펀드는 물류 인프라, 광물 채굴, 메카·메디나 순례객 확대 등 현금 창출이 빠른 사업을 ‘선택과 집중’ 대상으로 삼았다.

핵심 용어 해설
NEOM은 홍해 연안 북서부 사막에 건설되는 26,500㎢ 규모의 ‘균형 잡힌 생태 미래도시’ 프로젝트다. 직선형 건축물 ‘더 라인(The Line)’, 산업단지 ‘옥사곤(Octagon)’ 등 파격적 설계로 주목받았지만, 자재·노동 비용 급등과 기술적 난제가 발목을 잡아왔다.
PIF(Public Investment Fund)는 1971년 설립된 사우디 국부펀드다. 최근 블랙스톤 등 글로벌 사모펀드와 공동 투자로 이름을 알렸으며, 사우디 경제다각화의 ‘실탄’ 역할을 한다.

AI·데이터센터에 집중
사우디는 석유·가스 등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AI 학습용 연산 능력과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정부는 친환경 발전소와 연계한 저전력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며, 국가 차원의 AI 생태계 구축으로 중동 내 기술 허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주목

전문가 시각
필자는 네옴 등 초대형 프로젝트가 ‘미래 비전’ 상징으로서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원가 상승과 금리 환경 변화 속에 단기간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향후 PIF가 물류·광물·디지털 전환 분야에 집중한다면, 비전 2030이 목표로 한 고용 창출과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측면에서 실질적 모멘텀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전망
로이터는 PIF가 이번 전략 전환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내부 의사결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기존 프로젝트 일정 조정·투자 구조 변경이 가시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사우디의 자본 방향성 변화가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투자 지형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