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 달성 현황: 사회 개혁은 앞서가지만 경제 다변화는 과제

사우디 비전 2030, 남은 5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2016년 야심 차게 내놓은 ‘비전 2030’은 석유 의존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고, 사회·문화적 변화를 촉진하겠다는 국가적 청사진이다. 2025년 현재, 계획 종료까지 5년을 남겨둔 시점에서 런던 소재 경제 컨설팅사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주요 지표를 종합해 “사회적·노동시장 개혁은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지만, 경제 다변화의 핵심 지표들은 여전히 미달”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2025년 8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신규 보고서에서 비전 2030 진행 상황을 항목별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사우디 내각이 제시한 원 8대 핵심 목표 가운데 노동시장·사회 지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으나, 수출·재정 다변화, 해외투자 유치 부문은 목표치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고 지적한다.


1) 노동시장·사회 부문: 목표 초과 달성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국적자 실업률은 2025년 1분기 6.3%를 기록했다. 이는 2030년까지 7%로 낮춘다는 기존 목표를 이미 달성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발 빠르게 ‘5%’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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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제활동 참가율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2016년 17%대에 머물던 수치는 2025년 36.3%로 치솟으며 ‘여성 참가율 30%’라는 원 목표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로운 상향 목표치로 40%를 제시했다.

주거 부문에서는 자가 보유율이 63.4%로 올라 70% 목표에 근접했다. 다만,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이 주택 구입 여력을 압박하고 있다”

고 보고서는 우려를 표했다.


2) 관광 산업: 숫자 증가 vs 체질 개선 과제

관광 역시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4년 사우디 방문객은 1억 1,600만 명으로 1년 전 1억 900만 명 대비 증가했다. 이는 2030년 방문객 1억 5,000만 명 달성을 위한 견조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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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관광객 구성을 분석하며 질적 한계를 지적했다.

“2024년 방문객의 25%만이 해외에서 유입됐고, 그 가운데 60% 이상이 비(非)종교 목적이 아니었다”

는 설명이다. 즉 메카·메디나 방문 같은 종교 관광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이어서, 두바이·바레인과 경쟁할 ‘레저 관광지’로의 변신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3) 재정·수출 다변화: 여전히 ‘험로’

사우디 정부는 석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非)석유 부문 재정 수입 확대 전략을 폈다. 2024년 비석유 세입은 5,000억 리얄(SAR) – 약 1,33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보고서는 “향후 5년 내 다시 두 배 이상 확대해야 기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수출 다변화 지표도 부진하다. 2025년 1분기 기준 비석유 수출이 비석유 GDP 대비 16.7%에 그쳤다. 이는 2030년 50% 달성이라는 목표와 괴리가 크다. 보고서는 “GDP 재기준 조정으로 목표치를 소폭 하향해도 50% 달성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4) 해외직접투자(FDI): 구조 개혁에도 ‘속 빈 강정’

사우디 정부는 민법 전면 개정, 투자법 개편 등 제도적 장벽을 완화했지만, 2025년 1분기 FDI 유입액은 GDP의 1.8%에 그쳤다. 비전 2030 목표치 5.7%와 큰 격차를 보인다.

보고서는

“제도 개편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면서도, 현재 기조로는 ‘투자 허브’ 이미지 구축이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5) 재정 운용 변화: ‘기가 프로젝트’ 재조정

최근 예산 흐름에서도 변화 조짐이 확인된다. 2025년 2분기 예산 자료에 따르면 자본 지출(capex)이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아울러 공공투자펀드(PIF)가 추진해온 ‘네옴(Neom)’ 등 기가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가치는 300억 리얄(약 80억 달러) 손상 처리됐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교육·노동시장·기업 환경 개선으로 예산을 재배분하는 편이, 초대형 프로젝트보다 경제 다변화와 장기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유리할 것”

이라고 제언했다.


추가 해설: ‘비전 2030’이란?

비전 2030(Vision 2030)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국가 개혁 로드맵이다. 핵심은 △경제 다변화사회·문화적 개방공공지출 효율화로 요약된다. 특히 ‘탈(脫)석유’ 전략의 일환으로 관광·엔터테인먼트·첨단 제조업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제유가 변동성, 보수적 사회 규범과의 충돌, 외국인 투자자 신뢰 형성과 같은 구조적 과제가 상존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본지 취재진이 접촉한 복수의 중동·신흥국 전문 이코노미스트들은 “사회 개혁과 노동시장 참여 확대는 다른 걸프국보다 빠르다”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엔진으로 연결하려면 생산성 향상·혁신 생태계 조성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여성 인력 활용 확대가 소비·서비스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규제 완화와 교육 투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기가 프로젝트 중심의 ‘토목형 성장’은 단기 고용 유발 효과 이상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향후 5년간 비석유 세입 재원 확보, 수출 제품 가치사슬 고도화, 투명한 규제·사법 체계 구축 등이 병행돼야 비전 2030의 ‘지속가능 성장’ 구상이 실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