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소재 헤지펀드 사바캐피털매니지먼트(Saba Capital Management)가 밀레니엄매니지먼트(Millennium Management) 출신 베테랑을 영입하며 조직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인사로 사바는 전통적 크레디트(신용) 트레이딩을 넘어 양적(퀀트) 신용 거래 영역까지 발을 넓혀, 자산운용 규모 60억 달러(약 7조9,000억 원)*의 투자역량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2025년 8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보아즈 와인스타인(Boaz Weinstein) 최고경영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제러미 벤키위츠(Jeremy Benkiewicz)와 키어런 굿윈(Kieran Goodwin)을 각각 시니어 파트너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들은 내년 초부터 사바의 주요 전략 구상과 실행을 이끌 예정이다.
벤키위츠는 2026년 2월 복귀가 확정됐다. 그는 독일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시절부터 와인스타인과 약 20년에 걸쳐 호흡을 맞춘 인물로, 크레디트 트레이딩·크로스에셋 상대가치·컨버터블 아비트리지(전환사채 차익거래)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쌓아 왔다. 최근 5년간은 밀레니엄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활동하며 실적을 인정받았다.
퀀트 신용 거래 부문을 진두지휘할 굿윈 역시 헤지펀드 업계 베테랑이다. 그는 킹스트리트캐피털매니지먼트(King Street Capital Management) 파트너이자 투자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트레이딩 총책임자로서 대규모 포지션 관리 경험을 보유했다.
Saba LT로 명명된 신규 전략은 올해 말 론칭 예정이다.
“사바 LT는 시스템 알고리즘을 통해 채권시장의 가격 왜곡(dislocation)을 탐지해 수익 기회를 발굴하고, 전자화(Electronification)가 가속화되는 회사채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노린다”
고 사바 측은 설명했다.
이를 위해 사바는 이미 유명 퀀트 트레이딩 하우스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에서 로버트 래플리·데이비드 버크먼을 영입,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 트레이더는 유동성 공급(LP)·고빈도매매(HFT) 기법과 크레디트 마켓 구조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헤지펀드 업계는 ‘인재 쟁탈전’이 극심하다. 연기금·대학기금 등 기관투자가 유치를 위해 상승장에서 시장 수익을 초과(알파) 추구하면서도 하락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스타 매니저·트레이더들은 ‘억(億) 단위’ 보수 패키지를 제안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아즈 와인스타인의 ‘록스타’ 행보
와인스타인은 고교 시절 주식 선발대회 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뒤 2012년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런던 웨일(London Whale)’ 사태에서 60억 달러 규모 손실을 예견해 일약 스타 매니저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영국 폐쇄형 펀드(Closed-End Fund) 업계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행동주의 공세를 펼쳐 여러 펀드와 합의를 이끌어냈다.
폐쇄형 펀드란 무엇인가① : 공모로 자금을 모집한 뒤 상장된 주식을 유통시장에 고정된 수량으로 남겨두는 구조다. 순자산가치(NAV)와 시장가격의 괴리가 발생할 수 있어, 행동주의 펀드가 가격 갭(할인 폭)을 축소하라고 압박하기도 한다.
퀀트 신용 거래란 무엇인가② : 인공지능(AI)·통계 모델을 동원해 회사채·CDS(신용부도스와프) 등 신용 상품의 가격 변동을 분석, 초 단기·상대가치·옵션 등 복합 전략을 구사하는 기법이다. 시장 구조가 빠르게 전자화되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필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바의 이번 인사가 “전통적 리서치 중심 크레디트 펀드에서 머신러닝 기반 퀀트 펀드로의 진화”라는 흐름을 상징한다고 평가한다. 특히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 이후 유동성이 위축된 회사채 시장에서 시스템 트레이딩 역량은 상대적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체계적(시스템) 전략은 데이터 품질·모델 적합성·리스크 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손실이 급격히 확대될 위험도 내포한다. 따라서 사바가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대거 영입한 것은 위험 관리를 사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와인스타인과 신임 파트너들이 어떤 상품·시장에 우선 진입할지에 따라, 향후 헤지펀드 업계 내 퀀트 신용 거래 경쟁 구도도 크게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사바 LT의 실제 운용 성과와 자금 유입 속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1달러=1,300원 환율 가정
① 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FINRA) 자료
②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BIS) 분류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