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투자금 회수 지연…‘좀비 펀드’로 묶인 자금이 늘고 있다

사모펀드(PE) 업계가 엑시트(투자회수) 난항에 빠지면서 투자자 자금이 노후화된 펀드에 장기간 묶이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졌던 활발한 매각·상장 흐름이 둔화되자, 자산운용사들은 갈수록 많은 미매각 포트폴리오를 떠안으며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다.

2025년 8월 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통상적으로 전략적 매각(TRADE SALE), 다른 PE로의 2차 매각(SECONDARY SALE),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산을 처분하고, 이를 통해 한정된 기간(대개 10년) 안에 리미티드 파트너(LP)에게 원금과 수익을 돌려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매입 대비 매각 비율이 급격히 악화돼 2024년 2.6배에서 2025년 3.14배로 치솟으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사모펀드가 회사를 한 곳 매각할 때마다 세 곳 이상을 새로 사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존스홉킨스대 캐리경영대학원 제프 후크Jeff Hooke 겸임교수는 “

투자자들은 10년 내 자금을 회수해야 하지만, 지금은 15~16년으로 기한이 늘어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고 진단했다.


‘좀비 펀드’란 무엇인가

좀비 펀드(Zombie Fund)남은 자산을 정상적으로 매각하지 못하고 후속 펀드 조성에도 실패한 채, 수수료만 징수하며 명맥을 유지하는 사모펀드를 가리킨다. 운용사는 이미 새 펀드로 이동했지만 기존 펀드에는 4~5개의 매각 불가 자산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후크 교수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펀드가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정체되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세컨더리 전용 운용사 콜러캐피털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연기금·보험사를 포함한 기관투자자 절반가량이 이미 좀비 펀드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북(PitchBook) 분석가 카일 월터스는 “최근 다수 LP가 보유 포트폴리오를 세컨더리 펀드에 매각하며 현금화를 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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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북에 따르면 전 세계 활동 중인 PE 펀드의 54.7%가 운용기간 6년차를 넘어섰다. 2024년 말 52.2%에서 추가 상승한 수치로, 펀드 만기 연장이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미국의 경우 PE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의 중간 보유기간은 3.8년으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엑시트 경색의 배경

업계 관계자들은 2022년부터 이어진 매각 둔화가 2025년 4월 2일 ‘상호주의 관세’ 발표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고 진단한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매도·매수자 모두 보수화됐다는 설명이다. 월터스는 이를 가리켜 “탈출 가뭄이 ‘해방의 날 이후’ 본격화됐다”고 표현했다.

골드만삭스 얼터너티브스의 세컨더리 투자 총괄 해럴드 호프는 핵심 원인을 ‘밸류에이션 괴리’로 지목했다. “

최상급 기업은 여전히 프리미엄을 요구하지만, 나머지는 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맞지 않는다

”며 2021년 이후 금리 상승 등으로 매수자 눈높이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높은 금리와 IPO 시장 한파 역시 전통적 엑시트 경로를 차단했다. 후크 교수는 “전략적 매수자 부재와 ‘죽은’ IPO 시장 속에서 GP(운용사)들은 결국 컨티뉴에이션 펀드—자신들이 관리하는 새 펀드에 자산을 되팔아 유동성을 확보—나 타 PE에 매각하는 ‘제3의 길’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부상한 컨티뉴에이션 펀드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운용사가 특정 자산을 자신이 새로 만든 펀드로 ‘이전’해 기존 LP에게 현금화 또는 롤오버를 선택하게 하는 구조다. 호프 총괄은 “시장 가격이 낮다고 판단될 때도 부분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래독매튜스바렛 공동창업자 빌 매튜스는 “투자기간 연장이 반복되자 LP의 인내심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zombie fund


소형 운용사 vs 대형 운용사

북스타 캐피털의 조너선 한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으로 대형화 전략만 고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공모주·상장주 투자로 시선을 돌리며 “동일·우수 수익률에 유동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굳이 비공개시장으로 갈 이유가 적다”고 덧붙였다.

반면 KKR·아폴로 같은 대형 하우스는 다각화된 투자 구조로 현금흐름을 버텨내고 있다는 평가다. “중소 운용사는 매각이 지연될 경우 LP와의 ‘어려운 대화’에 직면한다”고 한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유동성 역설: 딜은 활발, 엑시트는 가뭄

드라이파우더미투자 약정자금1조6,000억 달러 규모로 여전히 방대해 딜 파이프라인은 건재하지만, 매각·회수가 막히면서 자금 선순환이 마비되는 ‘유동성 역설’이 지적된다. 후크 교수는 “모금 속도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수천억 달러가 유입된다”며 시장 저력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정체·하락, IPO 창구 재개, 전략적 매수자 복귀 등의 복합 요인이 충족돼야만 좀비 펀드 해소와 정상적 투자주기 복원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치·정책 불확실성이 반복된다면 펀드 만기 장기화와 LP 불만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용어 설명

좀비 펀드: 매각이 여의치 않아 수년간 남은 몇 개 자산만 보유한 채 운용보수만 수취하는 ‘존속 펀드’. 투자자 관점에서는 자본 회수가 지연되는 리스크 요인이다.

컨티뉴에이션 펀드: 운용사가 보유 자산을 새로운 펀드에 이관해 ‘셀프 세일’하는 구조. 기존 LP는 현금화 또는 지분 롤오버를 선택한다.

드라이파우더: LP가 이미 출자 약정을 마쳤으나 실제 투자에 투입되지 않은 ‘대기 자금’을 가리키는 업계 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