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신용 운용사 수장들, 퍼스트 브랜즈 파산 관련 ‘오정보’ 정면 반박

런던(로이터)—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블랙스톤, 아레스 매니지먼트 등 글로벌 사모신용(Private Credit) 대형 운용사들의 경영진이 퍼스트 브랜즈(First Brands)와 트라이컬러(Tricolor) 파산 사태와 관련해 자신들의 익스포저(Exposure·위험노출)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하며, 시장에 퍼진 ‘오정보(misinformation)’를 강하게 성토했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블랙스톤의 시니어 매니징 디렉터 다니엘 라이더(Daniel Leiter)는 영국 하원의 민간시장 및 기업금융 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 건을 둘러싼 잘못된 정보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랙스톤은 퍼스트 브랜즈와 트라이컬러 모두에 단 한 푼도 대출·투자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아폴로의 트리스트럼 리치(Tristram Leach)도 같은 자리에서 “두 회사에 자금을 댄 주체는 ‘주로 은행권’이었다”며, 퍼스트 브랜즈(미국 자동차 부품 업체)와 트라이컬러(중고차 딜러 체인)의 파산이 사모신용업계의 구조적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했다. 아레스 매니지먼트 역시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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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신용 시장이란 무엇인가

사모신용은 전통 은행 대신 사모펀드·자산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대출 여력이 감소하면서 급격히 성장해 왔다. 금리 수준이 높아질수록 비(非)은행권 대출이 매력적인 수익처로 떠오르며, 최근 10년간 글로벌 시장 규모는 10배 이상 확대됐다는 추정치도 있다.

‘퍼스트 브랜즈·트라이컬러’ 파산 쇼크와 시장의 오해

2025년 들어 미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 브랜즈와 중고차 딜러 트라이컬러가 잇따라 챕터11(미국 파산법 11조) 보호를 신청하자, 일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사모신용이 무분별하게 대출을 늘린 결과”라는 해석이 확산됐다. 하지만 라이더 이사는 “두 기업의 자본 구조를 뜯어보면 주채권자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파고, 바클레이스, 제프리스 등 전통 은행과 증권사였다”며 “사모신용 펀드는 대출 테이블에조차 없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바클레이스(Barclays)와 제프리스(Jefferies)는 이미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퍼스트 브랜즈 관련 대손충당금 설정 사실을 공시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 대출의 리스크 심사가 도마에 올랐고, 미 규제 당국도 대기업 레버리지 대출(Leveraged Loan)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전문가의 시각

“사모신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숫자로 검증해야 한다. 은행권이 여전히 레버리지 융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 영국 시티대 캐스경영대학원 앤드류 밀러 교수

전문가들은 퍼스트 브랜즈 사태가 ‘사모신용 붕괴’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한다. 그 이유로는 ▲은행 대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는 점 ▲사모신용 펀드의 평균 담보비율(LTV)이 45% 내외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점 ▲투자자 구조가 보험사·연기금 등 장기 자금 위주라는 점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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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파산 건수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사모신용 펀드들도 ▲상환 구조 다변화 ▲거버넌스 강화 ▲정보 공개 확대 등 위험 관리 수위를 높이고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이 기업 부채 상환 부담에 미칠 영향
  • SEC·영국 FCA(금융행위감독청)의 Private Market Transparency Rule 제정 속도
  • 은행권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여부와 주가 변동성

결론적으로, 퍼스트 브랜즈와 트라이컬러 파산은 ‘은행 중심의 레버리지 대출 구조’ 속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된 ‘사모신용 버블 붕괴론’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사모신용 운용사들은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투명한 데이터 공개로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관투자가와 규제 당국 역시 리스크 지표를 세분화해 전통 은행·사모신용·하이일드 채권 간 연쇄 충격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