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약사 사노피(Sanofi)가 PCSK9 억제제 계열의 대표적 콜레스테롤 치료제인 ‘프랄런트(Praluent)’의 중국 내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고 12일 밝혔다. 회사 측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급격한 수요 증가가 공급 차질로 이어졌다”며 자발적 공급 중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보도에 따르면 사노피는 성명에서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제품 가용성이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향 물량은 이미 전량 출하가 중단됐으며, 재개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중국을 비롯한 일부 시장에서 수요(需求) 급증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2년간 급격히 가속화된 전 세계적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역량을 적극 확충하고 있다.” — 사노피 공식 성명
프랄런트는 무엇인가? — 용어 설명
프랄런트(성분명 알리로쿠맙·Alirocumab)는 ‘PCSK9 억제제’로 불리는 차세대 고지혈증 치료제 중 하나다. PCSK9 단백질은 간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용체를 파괴해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LDL-C)’ 수치를 높인다. 이를 억제하면 1)수용체가 보존돼 LDL-C 제거 능력이 향상되므로, 스타틴(Statin)으로 효과가 충분치 않은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된다.※ 참고: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1차 치료제이나, 근육통·간수치 상승 등 부작용으로 장기간 복용이 어려운 사례가 있다.
프랄런트는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뒤 사노피와 레제네론 파마슈티컬스(Regeneron Pharmaceuticals)가 공동 개발·판매 중이다. 특히 중국은 2021년 국가 의료보험(NRDL) 등재 이후 처방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회사 내부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프랄런트 처방 환자는 연 30만 명 수준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공급 중단의 영향과 시장 파급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 내 이상지질혈증 치료 환경에 즉각적 공백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PCSK9 억제제 계열 약물은 프랄런트 외에 암젠(Amgen)의 ‘레파타(Repatha)’ 정도가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 공급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레파타로 환자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레파타 역시 글로벌 수요 증대 압박을 받고 있어, 환자 치료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은 사노피가 2023년부터 아일랜드 워터포드·프랑스 마리사유 공장 등에 5억 유로 이상을 투입해 생산라인을 확장하고 있지만, 설비 가동이 본격화되려면 최소 6~12개월이 필요하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따라서 빠르면 2026년 상반기까지 일부 지역에서 공급 제한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병원·환자 대응 동향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일부 성(省) 단위 병원은 대체 처방 가이드라인을 이미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3차 의료기관은 스타틴 고강도 요법 강화 또는 다른 계열 약물 병용 전략을 제시하며 ‘치료 공백’ 최소화에 나섰다.
전문가 의견 및 향후 전망
가천대 길병원 심혈관내과 이창현 교수는 “PCSK9 억제제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고위험군 환자 삶의 질과 사망률에 직결된다”며 “장기 공급 불안은 해당 환자군에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노피가 밝힌 ‘추가 투자’가 실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려면 원료의약품(API) 수급, 공정 밸리데이션 등 다단계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이번 사태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공급망 전반의 취약성을 재확인시켜준다. 팬데믹 이후 물류·원자재 비용이 상승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빠른 수요 회복이 공급 부족을 증폭시킨 것이다. 사노피가 단기적으로 운송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배급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레이브엔 정제·오렐리아 캡슐 등 성분이 전혀 다른 경구 지질저하제 신약 파이프라인이 2027년 이후 상업화될 때까지는, 주사제 형태의 PCSK9 억제제가 여전히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투자 관점의 시사점
이번 공급 중단은 사노피 주가에 단기 불확실성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생산능력 확충이 완료될 경우 매출 확대 여지가 크다. 반면 경쟁사 레제네론·암젠은 단기 수혜가 예상되지만, 공급망이 따라주지 못하면 ‘반사이익’이 제한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각 사가 RNA 간섭(RNAi) 기반 차세대 콜레스테롤 치료제를 준비 중인 만큼, 시장 구도 자체가 변화할 소지도 있다.
결론적으로, 사노피는 “프랄런트 생산 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중국 환자·의료진·투자자들이 체감할 공급 정상화 일정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본 매체는 사노피 및 레제네론의 추후 공시, 중국 규제당국 발표 등을 통해 추가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