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포커스] 1980년대부터 오크마크 펀드(Oakmark Funds)의 간판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활동해 온 빌 나이그렌(Bill Nygren)이 ‘메그 세븐(Mag 7)’으로 불리는 초대형 기술주 중심의 랠리에서 한발 물러나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S&P 500이 사실상 대형 기술주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지수 밖에서 한 자릿수 주가수익비율(PE)로 거래되는 양질의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 9월 16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나이그렌은 방송 프로그램 ‘Closing Bell’에서 “우리는 지수 편입 비중이 낮거나 아예 포함되지 않은 종목들 가운데 숨겨진 가치주를 적극적으로 매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 기술주 몇 종목이 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지만, 이 밖에도 견조한 현금흐름과 주주환원 정책을 겸비한 기업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은퇴연금·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어브리지 파이낸셜(Corebridge Financial·티커 CRBG)을 첫 번째 ‘보물주’로 꼽았다. 나이그렌은 “해당 업종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CRBG는 현재 주가수익비율 5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향후 5~7년 동안 대부분의 잉여 자본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는 공격적 바이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평가 항공주
델타의 재비상 가능성
그가 두 번째로 지목한 종목은 델타항공(Delta Air Lines·티커 DAL)이다. 올해 들어 델타 주가는 4% 하락해 동종업계 평균을 밑도는 성적을 냈다. 나이그렌은 “델타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높고, 재무 건전성이 주요 경쟁사보다 우수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가항공사들이 비용 부담으로 주춤한 사이, 대형항공사는 운임 인상을 통해 마진 정상화에 나설 여지가 생겼다”며 “한 자릿수 PE에 불과한 현 주가는 회사가 큰 기대를 충족해야 하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참고로 델타는 지난 7월 3분기(7~9월)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면서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매출·이익을 예고했다. 당시 CEO 에드 배스천(Ed Bastian)은 “몇 달간 부진했던 해외 여행 수요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머크, 다각화된 파이프라인 ‘주목’ 나이그렌의 마지막 선택은 뉴저지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티커 MRK)였다. 그는 “머크는 백신·동물의약·항암 치료 등 다층적 사업 구성을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와 다른 약물을 병용해 특정 암을 정밀 타깃하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적어도 하나 이상은 성공할 ‘합리적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해설
Mag 7은 시가총액 기준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7대 기술기업, 즉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를 일컫는 증권가 속어다. 또한 PE(Price to Earnings)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 가치가 실적 대비 얼마나 높게 평가되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한 자릿수 PE는 ‘저평가’의 대명사로 통한다. 바이백(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장내에서 다시 사들이는 행위로,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주가치를 높이는 전통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가치 투자자로 명성이 높은 나이그렌의 이번 발언은 대형 기술주 집중 현상에 대한 경고음을 울리는 동시에, 고전적 가치평가 지표에 기반한 ‘역발상 투자’를 재조명한다. 배당·바이백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는 저평가 종목이 중·장기적 수익률에서 빅테크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단기간 주가 변동성, 금리 환경, 경기 사이클 등의 외부 변수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