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민간 자선기금 중 하나인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트러스트(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Trust)가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4분의 1을 마이크로소프트(NASDAQ: MSFT)에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T 기업의 공동 창립자였던 빌 게이츠는 해당 주식을 기부 형태로 재단에 이전했지만, 이후 재단이 지속적으로 종목을 보유해 왔다는 점에서 장기 성장성에 대한 신뢰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2025년 7월 2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재단은 10조7,000억 달러(약 10.7 billion USD) 상당의 MSFT 주식을 보유 중이며, 이는 재단 전체 자산의 25%를 차지한다. 자선단체로서는 이례적인 고집중 포트폴리오이지만, 최근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생태계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생성형 AI 모델을 새로 개발하기보다는,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애저(Azure)를 통해 외부의 선두 모델을 대거 호스팅하는 전략을 택했다.
OpenAI의 ‘ChatGPT’, 메타 플랫폼스의 ‘Llama’, 중국 딥시크(DeepSeek)의 ‘R1’, 일론 머스크의 ‘Grok’ 등 다양한 모델을 고객이 선택적으로 활용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잠금 효과(lock-in)’ 우려를 최소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이 같은 멀티 모델 전략 덕분에 애저는 최근 몇 분기 동안 동종업계 성장률을 크게 상회했다. 향후 몇 주 내 발표될 알파벳의 ‘구글 클라우드’, 아마존의 ‘AWS’ 실적과의 비교가 예정돼 있으나, 전문가들은 애저가 여전히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재무 성과 및 밸류에이션 점검
마이크로소프트의 2025 회계연도 3분기(3월 31일 종료) 실적을 살펴보면, 총매출 701억 달러, 전년 대비 13% 성장을 기록했다. 인텔리전트 클라우드(Intelligent Cloud) 부문 매출은 268억 달러로 집계됐는데, 해당 부문에서 애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분기 애저 매출 증가율은 33%에 달해 그룹 내 최고 성장 엔진임을 입증했다.
순이익도 크게 개선돼 희석 주당순이익(Diluted EPS)이 18% 증가했다. 그러나 PER(주가수익비율) 40배는 시장 평균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한 2026 회계연도 EPS 15.14달러를 적용한 선행 PER도 33.7배로 여전히 고평가 구간에 머문다는 지적이다.
동종 ‘빅테크’와의 비교
예컨대 메타 플랫폼스는 직전 분기 매출 16% 증가, EPS 36% 증가에도 불구하고 PER 28배에 거래되고 있다. 즉, 성장률과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고려할 때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더 저렴한’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대가치평가 관점에서 MSFT에 대한 투자자 경계심이 커질 수 있다.
투자 심리와 분석가 의견
미국 투자 리서치사 ‘모틀리풀(Motley Fool)’은 최근 발표한 ‘톱10 추천주’ 목록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했다. 과거 동 리스트에 포함됐던 넷플릭스·엔비디아의 초대형 수익률 사례가 자주 언급되는 만큼, 이번 제외 결정은 “지나치게 비싸다”는 시장의 시각을 반영한다. 다만 애널리스트 집계 평균 예상 수익률이 시장을 압도해 온 전례를 고려할 때, 해당 리스트에서 빠졌다는 사실만으로 투자 배제를 단정짓기는 어렵다.
용어 해설*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P/E(Price-Earnings) Ratio는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적 밸류에이션 지표다.
기자 해설 및 전망
기자는 다음 세 가지 포인트에 주목한다. 첫째, 애저의 멀티 모델 전략은 ‘승자독식’이 아닌 ‘플랫폼화’로 차별화됐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이 높다. 둘째, EPS 성장률보다 빠르게 주가가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셋째, 자선기금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25% 비중을 유지한다는 사실은 ‘투자 철학의 일관성’을 보여주지만, 리밸런싱(자산 비중 재조정)의 필요성도 시사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하나, 클라우드·AI 양대 시장에서 차지하는 플랫폼 지위를 고려할 때 장기 성장 스토리는 유효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신규 진입 투자자는 동종 빅테크의 상대가치와 성장률, 그리고 정책·규제 리스크까지 종합 고려한 분산 투자 전략을 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