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 ‘빅 쇼트(The Big Short)’로 대중에 알려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가 다시 한 번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초 미국 주택시장에 거품 신호가 쌓인다고 판단해 과감히 하방 베팅을 단행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폭발하자 고객들을 위해 7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명성을 얻었다. 해당 이야기는 이후 할리우드 영화 ‘빅 쇼트’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2025년 11월 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버리는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는 대표 종목 엔비디아(Nvidia)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를 상대로 대규모 풋옵션을 매수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와 반대로 움직이는 그의 일관된 투자 성향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조치로, 월가가 보지 못하는 위험 신호를 그가 포착했는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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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의 13F: 무엇을 담고 있나
버리의 최신 포지션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분기 보고서인 13F를 통해 드러났다. 13F는 주식 보유액 1억달러 이상의 운용사들이 분기마다 제출해야 하는 공시로, 일반 투자자들이 세계 유수의 자금운용자들이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지 엿볼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한다.
이번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버리는 자신의 운용사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Scion Asset Management)를 통해 $1억8,600만 규모의 엔비디아 풋옵션과 $9억1,200만 규모의 팔란티어 풋옵션을 보유했다. 풋옵션은 특정 기일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며, 통상적으로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헤지 또는 방향성 포지션으로 사용된다. 두 종목을 합하면 총 10억달러 이상의 하방 베팅이 이뤄진 셈이다.
풋옵션이란? — 옵션 매수자는 정해진 만기일 또는 그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기초자산을 ‘판매’할 권리를 가진다. 보유자는 주가 하락 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주가가 상승해도 손실은 옵션 프리미엄으로 제한된다.
AI 호황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팔란티어
엔비디아는 현재 세계 최고 성능의 AI 가속기(칩)를 공급하며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을 사실상 지배한다. 팔란티어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며, 기업과 공공기관이 생성형 AI와 머신러닝을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3분기에 두 자릿수 매출 성장과 견조한 수익성을 기록했고, 연간 가이던스 전반을 상향 조정했다. 엔비디아는 기사 시점(11월) 기준으로 분기 실적 발표를 예정하고 있으나, 직전 분기들에서 사상 최대 매출과 높은 수익성을 보고한 바 있다. 이러한 실적 호조를 반영하듯, 지난 3년 동안 주가 흐름도 강했다. 보도는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의 주가가 각기 2,200%와 1,200% 상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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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하방 베팅인가: ‘AI 버블’ 논쟁
최근 몇 주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 시장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거나 이미 형성됐다는 논쟁이 이어졌다. 이러한 우려는 일부 거래일의 주가 변동성 확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테크 기업들의 실적은 탄탄했고, 향후 성장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같은 질 높은 기업을 장기 보유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리의 이번 선택을 해석할 때 유념할 점이 있다. 첫째, 이번 포지션은 3분기 기준으로 확인됐으며, 최근 몇 주 사이에 유지됐는지, 축소·확대됐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둘째, 단기 트레이드인지 장기 포지션인지도 공시만으로는 파악이 어렵다. 셋째, 버리 역시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2023년 그는 SNS 플랫폼 X(구 트위터)에 “sell”이라는 메시지를 올린 뒤, 몇 달 후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한 전력이 있다.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밸류에이션과 분산
이번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첫째, 밸류에이션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시기에는 질 높은 장기 스토리를 가진 종목 위주로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단기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성장 기술주 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성장 모멘텀과 수익성의 지속 가능성, 현금흐름의 질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요약하면, 버리의 베팅이 맞든 틀리든 간에, 단기 역풍을 견디고 장기 성과를 거두기 위한 리스크 관리와 분산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용어 설명: 13F, 풋옵션, AI 버블
– 13F 보고서SEC 양식: 분기 말 기준으로 1억달러 이상의 미국 상장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자가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 제출해야 하는 공시 문서다. 보유 종목, 옵션 포지션 등의 스냅샷을 제공하지만, 실시간 포지션이나 현재 보유 여부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 풋옵션: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 대한 보험 또는 차익 추구 수단으로 사용된다. 매수자는 주가 하락 시 이익, 상승 시에는 옵션 프리미엄만 손실로 제한되는 비대칭 리스크/보상 구조가 특징이다.
– AI 버블: 혁신 기술 사이클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기대의 과잉 상태를 지칭한다. 장기 성장 잠재력이 크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 과열—매출·이익 창출 속도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앞서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디에 1,000달러를 투자할까’—모틀리풀 코멘트
기사에서는 모틀리 풀(The Motley Fool)의 애널리스트 팀이 ‘지금 사야 할 10대 종목’을 선정했으며, 이 목록에는 엔비디아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과거 사례로 넷플릭스(2004년 12월 17일 추천)와 엔비디아(2005년 4월 15일 추천)가 소개되며, 각각 $1,000 투자가 이후 $595,194, $1,153,334이 됐다는 수익률 예시를 제시했다. 또한 2025년 11월 3일 기준으로 Stock Advisor의 평균 누적 수익률 1,036%와 S&P 500의 191% 대비 초과 성과가 언급됐다.
참고: 위 성과 수치는 기사 내 예시이며, 향후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저자·공시
본 기사는 Adria Cimino가 작성한 원문을 기반으로 하며, 필자는 기사에 언급된 어떤 종목에도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모틀리 풀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에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공시 정책을 따른다. 기사 말미에는 “여기 담긴 견해와 의견은 저자의 것이며 나스닥(Nasdaq, Inc.)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종합 정리
요점은 다음과 같다. 버리는 과거 주택시장 붕괴를 정확히 예측해 큰 성과를 냈고, 이번에는 엔비디아와 팔란티어를 상대로 10억달러가 넘는 풋옵션 베팅을 했다. 두 기업은 AI 산업의 핵심 축으로 최근 실적 개선과 강한 주가 랠리를 경험했지만, 버리의 포지션은 단기 하락 위험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이는 3분기 시점의 스냅샷이며 현재 유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투자자에게는 고평가 국면에서의 선별적 보유와 분산 투자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