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 투자로 비용 폭증해도 투자자 신뢰는 ‘굳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기록적인 자본지출(capex)을 단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 같은 과감한 행보에 높은 평가를 보내고 있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4~6월 분기 동안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알파벳(Alphabet), 아마존(Amazon), 메타플랫폼스(Meta Platforms) 등 주요 IT 기업들은 인터넷 검색, 디지털 광고, 클라우드 컴퓨팅 전반에서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매출 성장세를 이어 갔다.

특히 AI가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엔진으로 부상했다는 점이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수차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음에도 공급 능력 부족으로 AI 서비스 수요를 모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향후 지출 확대를 예고했다.

시장조사기관과 애널리스트들은 “AI 상용화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초기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AI 관련 매출이 급증하면서 빅테크는 사실상 ‘방어주’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알파벳과 메타 등은 AI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지출이 충격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 데브라 아호 윌리엄슨(Sonata Insights 창립자 겸 수석 애널리스트)

그는 “핵심 사업이 건재한 한, 투자자들은 설비·인력·최첨단 칩 확보에 투입되는 수십억 달러가 충분히 가치 있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가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7월 31일(현지시간) 기준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4% 상승하며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지난 6월 기록한 이후 두 번째다. 메타는 11.3% 급등해 20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추가했으며, 아마존은 정규장에서 1.7% 상승했지만 시간 외 거래에서 클라우드 실적 실망으로 7% 하락했다.

사실 빅테크의 과도한 자본지출은 그간 투자자들의 우려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올해 초 기준 이들 기업의 연간 총 지출 전망치는 3300억 달러에 달했으며,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주식은 연초 이후 S&P 500 지수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AI에 연간 1,200억 달러 이상 투입 가능성

마이크로소프트는 7월 31일 콘퍼런스콜에서 “현 분기(7~9월) 자본지출이 사상 최대 3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회계연도 대비 가파른 증가세다. 동시에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의 매출과 향후 가이던스(전망치)가 시장 기대를 상회하며 투자 효과를 입증했다.

나아가 회사는 처음으로 ‘애저’ 연간 매출과 AI 서비스 이용자 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애저는 전회계연도에 75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코파일럿(Copilot) AI 툴은 1억 명 이상이 사용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전체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AI 기능을 활용하는 고객은 8억 명에 달한다. ※코파일럿: 워드·엑셀 등 오피스 제품군에 탑재돼 문서 작성·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는 AI 서비스

“애저와 AI 수요에 대한 의심을 단번에 잠재우는 실적”이라고 영국 핀테크 증권사 eToro의 애널리스트 조시 길버트는 평가했다.

아마존·알파벳·메타, ‘지출 경쟁’ 본격화

아마존은 2분기(4~6월) 자본지출이 314억 달러였으며, 하반기에도 비슷한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연간 지출이 1,180억 달러 수준이 돼, 시장 예상치(1,000억 달러)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알파벳은 전주 실적 발표에서 올해 총 자본지출 전망을 8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상향 조정했다. 회사는 ‘제미나이(Gemini)’ AI 어시스턴트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4억 5,000만 명이라고 공개했다. 한편, 오픈AI(OpenAI)의 챗GPT는 주간 활성 사용자(WAU) 5억 명에 달한다.

메타는 연간 자본지출 가이던스 하단을 20억 달러 늘려 660억~720억 달러 범위로 제시했다. 회사는 “2026년 총비용 증가율이 2025년을 넘어설 것”이라며, AI와 메타버스 연구개발 비용 증가를 시사했다.

“빅보이들이 돌아왔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여전히 ‘매그니피센트’하다.” — 자크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브라이언 멀버리 포트폴리오 매니저

어려운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도 AI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 투자 심리를 지지하고 있다. 광고·전자상거래·검색 등 핵심 사업의 견조함이 ‘과감한 AI 베팅’을 뒷받침하면서, 빅테크는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 해설: ‘AI 클라우드’란?

‘AI 클라우드’는 단순 데이터 저장·처리가 아닌,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추론에 최적화된 특수 서버·GPU 인프라를 뜻한다. AI 수요 급증으로 클라우드 업체들은 고대역폭·저전력 HBM 탑재 GPU를 대량 확보해야 하며, 이에 따라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공급망 전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AI 도입 초기 단계인 광고·검색 외에 헬스케어·제조·금융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이 이뤄질 경우 빅테크의 매출 다변화 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다. 둘째, GPU 수급 병목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지출 효율성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하다. 마지막으로, 규제 당국의 AI 안전·프라이버시 규제가 강화될 경우 비용 구조와 서비스 제공 모델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결론적으로, ‘투자 규모 대비 수익성’이라는 숙제는 남아 있지만, 현 시점에서 AI 투자는 빅테크의 새로운 성장 동력임을 실적이 입증했다. 향후 몇 분기 동안 각 기업의 현금흐름마진 개선 추이가 투자자 신뢰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