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거시경제적 압력과 모멘텀 약화로 인해 2025년 한 해에 처음으로 연간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올해 신기록을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10월 이후 재차 약세를 보였고, 지난달에는 2021년 중반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현재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6% 이상 하락 마감할 전망이다. 마지막 거래 가격은 $87,474.2였다.
2025년 12월 3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연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암호화 정책 기대에 힘입어 급등했으나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표로 주식과 함께 급락했다. 이후 반등해 10월 초 역대 최고치인 $126,000 선을 넘은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10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발표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수출 통제 가능성을 언급하자 시장은 다시 급락했다. 이 발표로 인해 레버리지(차입) 포지션에서 $190억 이상에 달하는 청산(liquidation)이 발생했으며, 이는 암호화폐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청산이었다.
세계 주요 주가지수도 올 한 해 동안 반복적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관세 우려, 금리 문제,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고평가 우려 등으로 다시 후퇴하는 등 변동성이 컸다. 이러한 변동성은 암호화폐와 주식 시장 간의 상관관계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5년 시장은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 내에서 위험자산의 특성을 점차 더 많이 보이고 있으며, 여러 기간에 걸쳐 미국 주식시장과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XS.com의 선임 시장 분석가인 린 트란(Linh Tran)은 이렇게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2025년 비트코인의 등락이 주식시장 심리와 점차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전통적 소매 투자자와 일부 기관투자자가 암호화폐 시장에 활발히 유입되었기 때문이며, 내년에는 통화정책 변화나 AI 관련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대한 불안감 등 주식 및 기타 위험자산의 방향을 좌우하는 요인에 더욱 밀접하게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과 주식은 대안적 투자 수단으로 여겨져 동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광범위한 보급과 전통적 투자자군의 유입으로 인해 두 자산군 간의 상관관계는 강화되는 양상이다.
워싱턴 내 규제 성과와 업계 반응
트럼프 행정부 첫 해에 암호화폐 업계는 미국 내에서 중요한 규제 성과를 얻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기된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에 대한 소송을 신속히 기각 조치했고,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달러 페그 토큰)에 대해 연방 차원의 규칙을 만드는 획기적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암호화폐 시장 구조 개편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입법과 SEC 규칙에서의 예외조항 등, 산업의 장기적 문제를 해결할 핵심 법안과 규제가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업계의 낙관적 분위기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한편, 트럼프 전(前) 대통령은 ‘크립토 대통령(crypto president)’을 자처하며 업계의 자금을 유치했고, 그의 가족이 연관된 암호화폐 사업도 이 부문을 주류로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고 업계 임원들은 전했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에 따르면 암호화폐 관련 기업과 임원들은 2024년 선거 주기에서 총 $2억 4,500만 달러(약 2억 4,5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해 친(親)암호화 후보들을 지원했다.
용어 설명
레버리지 포지션(차입 포지션)은 투자자가 자기 자본보다 더 큰 규모로 자산을 매수하거나 매도하기 위해 빌린 자금을 사용하는 거래를 말한다. 레버리지는 이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시장이 불리하게 움직일 경우 빠른 속도로 손실이 확산되어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
청산(liquidation)은 레버리지를 이용한 포지션이 일정 손실률에 도달했을 때 거래소가 강제로 포지션을 정리(청산)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규모 청산은 시장에 추가적인 매도 압력을 만들어 가격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
달러 페그 토큰(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미 대상 통화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로, 주로 미국 달러에 연동된 형태가 많다. 연방 규제의 대상으로 들어오면 시장 신뢰성 및 제도권 편입 측면에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향후 전망과 시장에 미칠 영향(분석)
전문가적 관점에서 본 향후 시나리오는 다층적이다. 첫째, 통화정책의 변화가 비트코인 가격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는 위험자산 선호를 촉진해 암호화폐에 우호적일 수 있고, 반대로 긴축적 기조는 변동성 확대와 자금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
둘째, 주식시장과의 상관관계 강화를 고려할 때 AI 섹터의 밸류에이션 조정 또는 기술주 중심의 급락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에도 동반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반면, 주식시장 강세가 이어질 경우 투자자 위험선호 확대가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를 지지할 수 있다.
셋째, 정책·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핵심 불확실성이다. 미국 의회와 규제기관이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 규제의 틀을 어떻게 완성하느냐에 따라 시장 구조와 기관 투자자의 참여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규제의 명확화는 장기적으로 제도권 자금의 유입을 촉진해 변동성은 완화하고 유동성은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이벤트(관세·무역정책), 대형 청산 사태, 유동성 이벤트 등이 가격을 급락 또는 급등시키는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사용의 위험성과 거시경제 지표, 중앙은행 메시지, 기술주 관련 뉴스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비트코인은 과거와 달리 글로벌 위험자산의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리스크 관리 전략(손절매, 레버리지 제한 등), 규제 및 거시경제 변수의 주기적 재평가가 더욱 중요해졌다.
요약
요약하면, 2025년 비트코인은 신기록 경신에도 불구하고 10월 이후 급격한 조정과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의 여파로 연간 성적이 악화되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규제 완화 기대와 정치권의 친암호화 움직임이 업계에 유리한 환경을 일부 조성했으나, 관세·무역정책, 금리·통화정책, 기술주 밸류에이션 우려 등 거시적 요인이 가격 방향을 좌우하고 있다. 투자자와 기관은 향후 규제 전개 방향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 선호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