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마스터카드, 380억 달러 카드 수수료 합의안 제시…소매업계 강한 반발

비자(Visa)·마스터카드(Mastercard) 380억 달러 합의안 — 20년 반독점 소송 종결 시도, 그러나 소매업계는 "여전히 과도" 반발


뉴욕비자마스터카드가 자사 신용카드 결제 수용과 관련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고 주장해 온 소매업체들과의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총액 380억 달러 규모로 재설계된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는 앞서 법원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더 작은 합의안을 대체하려는 시도다.

2025년 11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안은 20년에 걸친 소송을 끝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소송에서는 비자, 마스터카드와 은행들이 미국 반독점법을 위반하며 카드 네트워크의 이른바 "스와이프 수수료"(interchange fee, 교환수수료) 징수를 통해 담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은 미국 최대 소매업 단체인 전미소매연맹(NRF)Merchants Payments Coalition(머천츠 페이먼츠 코얼리션) 등 주요 가맹점 단체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들 단체는 합의안이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마르고 브로디(Margo Brodie) 판사가 2024년 6월 300억 달러 규모의 이전 합의안을 기각하며 제기한 우려를 여전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리워드 카드처럼 시장에서 지배적인 인기 카드를 받기 위해 가맹점이 여전히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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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소매연맹(NRF) 법무 책임자 스테파니 마르츠(Stephanie Martz)는 "카드 고객의 80%가 넘는 이들에게 갑자기 그들의 카드를 받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선택을 하면 사업을 크게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RF에 따르면, 스와이프 수수료(교환수수료)는 2024년 미국에서 1,11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008억 달러에서 증가한 수준이며, 2009년 대비 4배에 달한다.

수수료 인하·상한 설정의 핵심 내용

합의안은 현재 일반적으로 2%~2.5% 수준인 스와이프 수수료를 향후 5년간 0.1%p(퍼센트포인트) 낮추도록 규정한다. 또한 가맹점은 미국 발급 카드의 특정 범주에 대해 수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해당 범주는 상업용 카드, 프리미엄 소비자 카드(다수의 리워드 카드 포함), 일반 소비자 카드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 소비자 카드 수수료율은 8년 동안 1.25%로 상한이 설정된다. 이는 현 수준 대비 25% 이상 인하에 해당한다. 아울러 가맹점은 카드 결제 시 부과할 수 있는 추가요금(surcharge)에 대해 더 많은 옵션을 확보한다. 법원 제출 문서에 따르면, 가맹점은 최대 3%까지 "제한 없는(unfettered)" 추가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가맹점 측 변호인단은 380억 달러라는 합의 가치가 2031년까지의 스와이프 수수료 감소분을 반영한 추정치라고 밝혔다. 이 추정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를 포함한 두 명의 경제학자 분석이 적용됐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두 경제학자는 이번 변화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합의 기간 동안 가맹점들이 보수적으로 잡아도 2,000억 달러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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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본사: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합의가 규모를 불문한 가맹점들에게 의미 있는 구제유연성, 그리고 고객 결제 방식을 통제할 옵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마스터카드(본사: 뉴욕주 퍼체이스)는 특히 소규모 가맹점들이 더 큰 유연성·낮은 비용·간명한 규칙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위법 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채 합의에 동의했으며, 장중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고 전해졌다.

법원, 이전 합의안에 "보잘것없다(paltry)" 혹평

앞서 300억 달러 규모의 합의안은 5년간 0.07%p 수준의 수수료 인하와 함께, 가맹점의 추가요금 부과 권고를 일부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브로디 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판사는 해당 합의로도 수수료가 반독점 위반이 없었을 경우의 수준보다 여전히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가맹점이 연간 60억 달러를 절감한다는 점도 "보잘것없다"고 혹평했다.

브로디 판사는 또 가맹점이 비자·마스터카드의 "모든 카드를 명예롭게 받으라(Honor All Cards)"는 규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규정은 두 네트워크의 카드를 모두 받거나, 아예 받지 않거나의 선택을 강제한다. 한편, 가맹점들은 비자·마스터카드가 "안티-스티어링(anti-steering)" 규칙을 통해 고객을 더 저렴한 결제수단으로 유도하지 못하게 해 왔다고도 오랫동안 비판해 왔다.

은행·결제 업계는 합의 지지

Electronic Payments Coalition(일렉트로닉 페이먼츠 코얼리션, EPC)은 비자·마스터카드와 함께 Bank of America, Capital One, Chase, Citibank 등 대형 발급사를 회원으로 둔 단체로, 이번 합의를 지지했다. 리처드 헌트(Richard Hunt) 의장은 민주당 리처드 더빈(Richard Durbin) 상원의원과 공화당 로저 마셜(Roger Marshall) 상원의원이 발의한 상원 법안이 상정한 수준보다, 이번 합의가 스와이프 수수료를 더 낮춘다고 주장했다.

"월마트가 25%를 넘는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그걸 8년 동안 유지한 적이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말해 달라"고 헌트 의장은 반문했다.

반면, 전미편의점협회(NACS) 법무 책임자이자 Merchants Payments Coalition 집행위원인 더그 캔터(Doug Kantor)는 이번 합의가 은행들이 자신들이 부과하는 요율을 낮출 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아무런 제한 없이" 자체 요율을 올릴 수 있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은 서로 다른 은행들과 협상해 가격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이를 금지한다"고 캔터는 말했다.


용어 설명: 알아두면 좋은 핵심 개념

스와이프 수수료(교환수수료, interchange fee): 카드 결제가 승인될 때 가맹점이 카드사 네트워크·발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다. 통상 거래액의 일정 비율로 부과되며, 업종·카드 종류(프리미엄/리워드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퍼센트포인트(pp): 비율의 절대적 차이를 뜻한다. 예를 들어 2.5%에서 0.1%p 인하면 2.4%가 된다. 이는 0.1% 인하(상대변화)가 아니라, 0.1%p(절대변화)임을 의미한다.

추가요금(surcharge): 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에게 가맹점이 부과하는 별도 수수료다. 법·카드사 약관에 따라 허용 범위·조건이 다르며, 이번 합의안은 최대 3%까지 "제한 없는" 부과 권한을 확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안티-스티어링(anti-steering): 가맹점이 고객을 수수료가 낮은 결제수단(예: 직불카드, 현금 등)으로 유도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규칙이다. 가맹점은 이 규칙이 경쟁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Honor All Cards 규칙: 비자·마스터카드 네트워크의 모든 카드(일부 프리미엄·리워드 카드 포함)를 받거나, 아예 받지 않거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이다. 가맹점의 선택권과 협상력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있다.


해설·분석: 이번 합의안이 던지는 시사점

브로클린 연방법원의 사전 승인이 관건이다. 브로디 판사는 과거 합의안에서 "반독점 위반이 없었을 경우의 수수료 수준("but-for" 가격) 대비 여전히 높다"는 점을 중시했다. 이번 합의안은 0.1%p 인하, 1.25% 상한(8년), 카테고리별 수용 선택권, 최대 3% 추가요금구체적 수단을 통해 가격·규칙을 다층적으로 조정하려는 설계를 내놓았다. 이는 단일 요율 인하에 치우친 이전안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접근으로 읽힌다.

다만 가맹점이 프리미엄/리워드 카드 등 고비용 카드 카테고리를 선택적으로 거부할 경우, 소비자 접점에서의 마찰(결제 거절·대체 결제 안내 등)과 매출 이탈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 NRF의 우려처럼, 리워드 카드 보유 고객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 가맹점은 "비용 절감"과 "고객 경험"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책적으로는 더빈-마셜 상원 법안과의 상호 영향이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합의안이 입법이 초래할 수 있는 강제적 비용 구조 조정보다 낮은 비용·더 큰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가맹점 단체는 은행 요율 인하 유인이 부족하고, 네트워크가 자체 요율을 올릴 재량을 갖는 구조적 문제가 남는다고 본다. 사법적 합의입법적 규율 중 어느 접근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 영향 측면에서, 양사 주가가 장중 보합에 머문 점은 투자자들이 법원 승인 불확실성장기적 비용 구조 변화를 상쇄적으로 해석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2,000억 달러 이상 절감"이라는 추정은 모형·가정에 크게 의존한다. 실제 체감 비용은 업종, 거래 규모, 카드 믹스, 추가요금 전략, 고객 반응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가맹점을 위한 실무 체크포인트

첫째, 카드 카테고리별 수용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고비용 프리미엄 카드의 수용 여부는 매출 유지수수료 절감 간 절충을 요구한다. 둘째, 추가요금(surcharge) 도입/개편 시 주·연방법 및 카드사 규칙 준수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셋째, 고객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중요하다. 결제 거절·추가요금 정책은 명확한 고지불만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 넷째, 5년 인하·8년 상한시간표를 반영해 비용 전망을 재산정하고, 2031년까지의 구조적 변화를 재무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요약: 이번 380억 달러 합의안은 스와이프 수수료 0.1%p 인하(5년), 일반 소비자 카드 1.25% 상한(8년), 카드 카테고리별 수용 선택권, 최대 3% 추가요금가격·규칙 전반에 걸친 조정을 담고 있다. 소매업계 단체는 "여전히 비용이 높다"며 반발하고, 결제·은행 업계는 "법안 대비 더 낮고 유연하다"고 옹호한다. 브루클린 연방법원브로디 판사 승인 여부가 향후 향배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