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이 10월 31일(현지시간) 뉴욕 ICE와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동반 급등했다. 12월물 뉴욕 ICE 코코아(티커: CCZ25)는 전일 대비 93달러(+1.54%) 오른 6,120달러에, 12월물 런던 ICE 코코아(티커: CAZ25)는 84파운드(+1.94%) 상승한 4,422파운드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2025년 11월 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랠리는 블룸버그 상품지수(Bloomberg Commodity Index·BCOM) 편입 결정이 가장 큰 촉매로 작용했다.
BCOM 지수 관리기관은 “2026년 1월부터 코코아를 지수에 포함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약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수 추종 자금 규모가 2024년 말 기준 1,090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코코아가 1.7% 비중으로 편입될 경우 수동 운용펀드(패시브 펀드)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시카고 소재 원자재 분석사 피크 트레이딩 리서치(PT Research LLC)는 “향후 80일 동안 펀드들이 약 19억 달러 어치의 코코아 선물을 매수해야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환율 효과와 재고 감소가 상승세를 가속
런던 코코아는 특히 파운드화(GBP/USD)가 6.5개월 만의 저점으로 밀린 영향을 받아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파운드 약세는 파운드화 표시 상품가격을 상대적으로 낮춰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를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ICE가 감독하는 미국 항만 코코아 재고도 7개월 만의 최저치인 181만5,627포대로 줄어든 점이 가격을 지지했다.
서아프리카 작황과 물동량 현황
글로벌 초콜릿 업체 몬델리즈(Mondelez International)는 “서아프리카의 최근 코코아 꼬투리 수가 5년 평균 대비 7% 많고, 지난해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트디부아르 주요 산지의 주(主)작형 수확이 막 시작된 가운데, 현지 농민들은 품질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전했다.
반면, 물동량은 감소세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5/26 신규 회계연도(10월 1일~10월 26일) 코코아 선적량은 215,219톤으로 전년 동기 284,633톤 대비 24% 감소했다.
수요 둔화 우려와 단기 가격 압력
최근 두 달간 코코아 선물 가격은 고점 대비 조정을 받으며 8.75개월 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높은 원두 가격과 관세 부담이 초콜릿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에서다. 리서치 기업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9월 7일까지 13주간 북미 초콜릿·캔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 이상 감소했다.
수요 부진은 실적에도 드러났다. 10월 30일 허쉬(Hershey) CEO는 “올해 할로윈 시즌 초콜릿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연간 캔디 매출 가운데 할로윈 비중은 2024년 기준 18%로, 크리스마스(1위)에 이어 2위 규모다.
지역별 분쇄(그라인딩) 통계도 혼조세다. 10월 17일 아시아코코아협회(CCA)는 3분기 아시아 분쇄량이 17% 감소한 183,413톤으로 9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루 앞서 유럽코코아협회(ECA)는 3분기 유럽 분쇄량이 4.8% 줄어든 337,353톤으로 10년 만의 최저치라고 발표했다. 반면 북미 분쇄량은 3.2% 늘어난 112,784톤이었으나, 신규 보고 업체가 포함되면서 왜곡된 수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변수 : 가나·나이지리아 생산 동향
세계 2위 생산국 가나의 코코아 도착 물량은 가격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 가나 항만 고시 기준, 9월 4일까지 4주간 선적 도착량이 50,440톤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11,000톤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는 생산 감소가 전망된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전년 전망치 344,000톤 대비 11% 감소한 305,000톤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8월 코코아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한 17,239톤으로 집계됐다.
ICCO 공급·수급 전망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 연도 글로벌 공급 부족 규모를 494,000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여 년 만의 최대치다. 동 기간 생산량은 13.1% 감소한 4,380만 톤으로 추산됐으며, 재고 대비 분쇄 비율(재고/소비)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였다.
그러나 2024/25 연도에는 142,000톤의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 ICCO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생산량이 7.8% 증가한 4,840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용어 해설: 블룸버그 상품지수(BCOM)는 무엇인가
BCOM은 에너지·금속·농산물 등 24개 선물 종목으로 구성된 세계적 원자재 벤치마크다. 시가총액 방식이 아닌 유동성·생산량 등을 고려한 가중치로 편입 비중을 산정하며, 매년 리밸런싱한다. 지수 추종 ETF·인덱스펀드가 다수여서 새로운 종목이 편입되면 해당 자산으로 대규모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다. 이번 코코아 편입은 2006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큰 파급력이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
“향후 80일간 19억 달러 규모의 코코아 선물이 매수될 것” – PT 리서치
전문가들은 ①패시브 자금 유입 속도, ②서아프리카 주작형 수확량, ③선진국 경기 및 소비 심리, ④환율 변동, ⑤실제 분쇄 수요 등을 주요 변수로 꼽는다. 특히 할로윈·크리스마스 등 시즌성 수요가 예년보다 약할 경우, 단기적 가격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코트디부아르·가나의 물류 차질이나 나이지리아 생산 감소가 심화될 경우, 공급 우려가 재부상할 수도 있다.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기사 작성 시점에 관련 종목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