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소형주(스몰캡)가 장기간 ‘변방’ 취급을 받던 흐름을 뒤집고 10여 년 만의 최고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견조한 실적과 성장 잠재력, 그리고 비싼 블루칩(대형 우량주) 밸류에이션이 맞물리며 투자자들이 가치와 성장을 찾아 소형주로 피벗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2025년 11월 1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금리 완화와 핵심 광물 정책의 순풍, 그리고 탄탄한 이익 모멘텀에 힘입어 ASX Small Ordinaries Index(/indices/s-p-asx-small-ord, 시가총액 A$2억~A$100억 추적)가 연초 이후 약 21% 급등했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 ASX 200의 수익률은 약 8%(수요일 장 마감 기준)에 그쳤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소형주 지수는 2009년 이후 최고의 한 해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초 중앙은행이 완화 사이클을 시작한 뒤 가격이 급등한 은행주 등 블루칩에 대한 일부 투자자들의 기피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ETF 셰어스(ETF Shares)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드 터크웰은 “이러한 요인들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시장의 더 아래 구간에서 가치와 성장을 찾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소형주는 여러 해 만에 누리는 상대적 매수 수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ASX의 하단부는 오랫동안 일종의 ‘덤핑 그라운드’라는 낙인이 있었는데, 이는 시장이 관심을 잃은 기업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형주 자금 유입 급증
베타셰어스(Betashares)의 Small Companies Select ETF(/etfs/betashares-au-small-comp-select-fnd)에는 10월까지 발행좌수(유입·유출 추정 지표)가 163% 증가하는 등 유입이 급증했다. 같은 운용사의 Australia 200 ETF(/etfs/betashares-australia-200)는 27% 증가에 그쳤다.
반면, 외국인의 호주 블루칩 선호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지는 iShares MSCI Australia ETF(/etfs/ishares-msci-australia-index)는 할당 비중이 13% 감소했다.
밸류에이션 매력도 두드러진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소형주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1배로, 벤치마크 블루칩 지수의 약 20배 대비 현저히 낮다.
베타셰어스의 투자전략가 휴 람(Hugh Lam)은 견조한 국내총생산(GDP) 성장으로 특징지어지는 우호적 거시 환경이 랠리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GDP 성장은 일반적으로 경기민감 섹터인 임의소비재와 산업재를 지지하는데, 이 두 부문은 소형주의 매출 노출도가 더 크다”고 말했다.
개별 종목 측면에서, 방산 기술 기업 드론쉴드(DroneShield)(/equities/droneshield-ltd)는 꾸준한 계약 파이프라인과 견조한 실적, S&P/ASX 200 지수 편입을 바탕으로 올해(수요일 종가 기준) 주가가 329% 급등했다.
바이너우페이라터(BNPL) 업체 집(Zip)(/equities/rubianna-resources-ltd)은 팬데믹 저금리 시대에 성장한 뒤, 2023년 9월 저점 대비 약 1,000% 급등했다.
핵심 광물 정책의 우호적 변화와 미국 정부와의 예비 자금조달 협정은 아라퓨라 레어 어스(Arafura Rare Earths)(/equities/arafura-resources-ltd)와 노던 미네랄스(Northern Minerals)(/equities/northern-minerals)의 주가를 각각 올해 130%, 76% 끌어올렸다.
금리 동결 연장, 랠리의 위험 요인인가
2월 이후의 금리 인하는 소형주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펀드매니저들은 호주중앙은행(RBA)이 내년까지 추가 완화를 보류하더라도 랠리에 큰 위협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터크웰 CIO는 “시장이 이러한 종목들을 금리 민감 ‘듀레이션 트레이드’로 취급했던 적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타밈 에셋 매니지먼트(Tamim Asset Management)의 호주 주식 총괄 론 샴가르는 “2026년까지 금리가 현 수준에 머물더라도 소형주는 두 자릿수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지난 3년간 소형주는 대형주 대비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언더퍼폼했으며, 장기 추세 회귀를 위해서는 추가로 20% 상승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 $1 = 1.5389 호주달러.
용어·배경 설명
• ASX Small Ordinaries Index: 호주증권거래소(ASX) 상장사 중 대형주를 제외한 시가총액 하위 구간(약 A$2억~A$100억)을 포괄하는 대표 소형주 지수다. 대형주 중심의 ASX 200과 달리 성장성·내수 민감도가 높은 기업 비중이 높다.
• 주가수익비율(PER): 주가가 이익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낮을수록 ‘밸류에이션 매력’이 크다고 해석되지만, 이익의 질과 성장 지속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ETF 발행좌수(할당): ETF 유입·유출을 가늠하는 지표로, 좌수 증가는 자금 유입, 감소는 유출 경향을 시사한다. 본문에서 베타셰어스 소형주 ETF의 +163%, iShares MSCI Australia ETF의 -13% 변화가 각각 투자 선호의 변화를 보여준다.
• BNPL(선구매·후지불): 온라인·오프라인 결제 시 분할상환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저금리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금리·연체율에 민감하다.
• 핵심 광물 정책: 희토류·리튬 등 전략자원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각국 정책으로, 보조금·금융 지원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아라퓨라 레어 어스와 노던 미네랄스처럼 관련 기업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촉진할 수 있다.
• 듀레이션 트레이드: 금리 변화에 따라 현재가치가 크게 변하는 자산(채권·성장주 등)에 대한 거래를 뜻한다. 본문 인용처럼 소형주 랠리가 순수 금리 민감으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뉘앙스다.
해석과 시사점
첫째, 밸류에이션 격차(소형주 PER 약 11배 vs 블루칩 약 20배)는 상대가치 트레이드를 자극하고 있다. 가격 부담이 큰 블루칩에서 이익 레버리지가 큰 소형주로의 회전은 자연스러운 순환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거시 환경(GDP 견조, 금리 완화 기대, 정책 지원)이 경기순환 업종에 우호적이어서 소형주 수익 민감도와 맞물린다. 다만 소형주는 유동성·변동성이 크므로 종목 간 실적 편차가 확대될 수 있다.
셋째, 자금 흐름(ETF 유입·유출)은 행동 재확인 신호다. 베타셰어스 소형주 ETF의 +163% 좌수 증가는 기관·리테일 전반의 관심 증대를 시사하는 반면, iShares MSCI Australia의 -13%는 블루칩 익스포저 축소 흐름을 암시한다.
넷째, 종목별 촉매가 분명하다. 드론쉴드의 계약 파이프라인, 지수 편입, 집(Zip)의 체질 개선, 희토류 관련주의 정책·자금 지원 등은 테마가 아닌 펀더멘털 중심의 랠리를 뒷받침한다.
다섯째, 리스크 점검도 병행돼야 한다. 금리 재상승 또는 성장 둔화가 가시화될 경우 소형주의 이익 민감도는 역풍으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거래 비용과 변동성 관리가 성과 차를 좌우할 공산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