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코프 스틸(ASX:BSL)이 일본 닛폰스틸(TYO:5401), 인도 JSW 스틸(NSE:JSTL), 한국 포스코홀딩스(KS:005490·NYSE:PKX) 등 글로벌 철강 대기업들과 손잡고 남호주 와이알라(Whyalla) 제철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블루스코프가 주도하는 이 컨소시엄은 남호주주 정부가 공식 매각 절차를 개시한 지 한 달 만에 와이알라 제철소 인수 의향서(EOI)를 제출했다. 아직 법적 구속력이 없는 비구속(Non-binding) 단계이나, 업계에서는 곧 본입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우리는 호주 국내 시장은 물론 수출 시장에 저탄소 철강 허브를 구축할 기회를 보고 있다.” — 블루스코프 스틸 성명서 중
컨소시엄 구성과 배경
이번 인수 구상에는 세계 2위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한 닛폰스틸, 고속 성장 중인 인도 1위 철강사 JSW, 그리고 수소환원제철(HyREX) 등 친환경 공정을 앞세운 포스코홀딩스가 참여했다. 블루스코프는 호주 최대 철강사로서 현지 규제 대응과 노조 협상에서 선도적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와이알라 제철소의 현재 상황
이 공장은 2024년 2월 모기업 GFG 얼라이언스가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파산 보호(Administration)에 들어가며 법정 관리 상태에 놓였다. 호주 연방정부와 남호주주는 A$19억(미화 약 12억 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를 제공해 3,000여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고 핵심 산업 인프라를 보호했다.
와이알라는 호주 전체 구조용 강재의 약 75%를 생산하며, 항만·철도·광산 설비 등에 필수적인 H형강과 레일 제품을 공급한다. 남호주주뿐 아니라 빅토리아·뉴사우스웨일스 등 타 지역 건설 경기에도 직결되는 국가 전략 자산으로 평가된다.
‘비구속 인수 의향서(EOI)’란?*
비구속 EOI는 가격·조건 등이 확정되지 않은 예비 제안서로, 실사(Due Diligence)와 협상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투자자들은 세부 정보 접근권을 얻고, 매도 측은 잠재 인수자의 자금 조달 능력과 의지를 가늠한다. *투자 및 법률 용어 설명을 추가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함
탈탄소 전략과 시너지
컨소시엄은 와이알라를 남반구 저탄소 또는 무탄소 철강 제조 거점으로 전환한다는 장기 구상을 내세운다. 호주 내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고품위 철광석을 활용해 전기로(EAF)·수소환원제철(DRI) 기술을 도입하면 Scope 1·2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EU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려는 각 사의 전략과 맥락을 같이한다.
전문가 시각
필자가 취재한 호주 자원경제연구소(ABARE) 분석에 따르면, 현재 와이알라의 고로(Blast Furnace) 수명은 2030년 전후로 예측된다. 따라서 신규투자 없이 운영을 지속할 경우, 대규모 설비 교체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블루스코프-닛폰스틸-JSW-포스코라는 ‘4각 동맹’은 자본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해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파장
철광석 생산량 세계 1·2위인 리오틴토·BHP 역시 친환경 철강 수요 확대에 대비해 ‘그린 아이언’ 공급을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인수전은 원료 공급사와 철강사 간 가치사슬 재편을 가속화할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ASX 철강·광업 섹터 ETF는 이날 장 초반 1.5% 상승했다.
향후 일정
남호주주 정부는 2025년 10월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이 본입찰에 참여하려면 9월 중 구속력 있는 제안서(binding offer) 제출이 요구된다. 절차가 순조롭다면 2026년 상반기 딜 클로징이 유력하다.
기자 의견 및 전망
이번 거래는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M&A)을 넘어, 탄소 중립 전환을 향한 호주 제조업의 ‘생존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해온 전통 제철소가 글로벌 ‘그린 캐피털’과 기술을 끌어들여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모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다만 4개국 기업 간 이해관계 조율, 노조와의 임금·고용 협상, 철광석 장기계약 재협상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관건은 정치·환경·금융 세 축의 리스크를 얼마나 빠르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필자는 추후 호주 의회가 검토 중인 탄소배출 제로 인센티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와이알라 프로젝트가 ‘퍼스트 무버 보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공장 전환에 최대 A$5억 규모 세액공제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컨소시엄 내부 수익률(IRR)은 현재 추정치 9%대에서 두 자릿수로 상승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컨소시엄의 인수 의향서는 와이알라 제철소가 ‘호주형 그린스틸 밸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향후 본입찰 경쟁 구도, 정부의 규제·지원 패키지, 그리고 글로벌 철강 수요 사이클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