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 보도에 따르면, 11월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미국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본격화하는 연말 쇼핑 시즌과 그에 따른 미국 소비 지출의 탄력성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에 걸친 소비 흐름이 증시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2025년 11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11월 들어 S&P 500 지수는 이달에만 4% 이상 하락하며 랠리가 멈춰 선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Nvidia)의 견조한 분기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높은 밸류에이션과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기업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미국 소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축이다. 이번 주는 추수감사절(목요일)로 거래일정이 축소되고, 이튿날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사이버먼데이와 연말 프로모션이 이어지면서, 단기간에 소비의 온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연속적으로 배치된다.
“심리지표 측면에서, 보유 데이터가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의 초기 판독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다.” — 크리스 파시아노,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 최고시장전략가
증시와 변동성: 소비에 미칠 파급효과
S&P 500은 연초 이후로는 여전히 11% 상승해 있는 상태지만, 10월 말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로는 5% 이상 밀려 있다. 또한 Cboe 변동성지수(VIX)는 목요일 종가 기준으로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변동성 확대와 주가 변동은 연말 소비에도 상호작용할 수 있다. 특히 주식 비중이 높은 고소득층의 경우 주가 조정이 체감 부(wealth effect)에 영향을 주면서, 쇼핑 지출을 조정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는다면, 상위 소득계층의 상당한 부가 주식에 묶여 있는 만큼, 그들이 과거처럼 지출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더그 비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글로벌 주식전략가
전미소매협회(NRF)는 이달 초 미국 연말 쇼핑 매출이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11~12월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7%~4.2%로 제시돼, 2024년의 4.3% 증가율보다는 다소 낮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성장세가 지속되더라도 모멘텀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동시장과 물가: 소비의 양대 변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부대표(미국 담당)는 가계의 대차대조표가 ‘매우 견조’한 수준에 있지만, 고용 증가 둔화가 연말 지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 지출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노동시장의 건강이다.” —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부대표(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지연됐던 월간 고용보고서가 목요일 공개되며, 9월 고용증가는 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실업률은 4.4%로 4년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물가 측면에서도 수입관세가 가격 상승에 기여하는 등 완고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돼 소비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소매업계의 현장 신호도 엇갈린다. 월마트(Walmart)는 목요일 연간 가이던스 상향으로 연말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으나, 같은 주에 발표된 다른 유통업체들의 실적/전망은 혼조를 보였다. 이는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 초기 매출 데이터가 예상 대비 강·약 어느 쪽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업종 내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연된 지표 러시와 연준(페드) 전망
또 다른 소비의 단서는 화요일 발표 예정인 9월 미국 소매판매다. 이 보고서는 연방정부의 43일간 셧다운 여파로 다른 정부 통계와 함께 지연돼 왔다. 셧다운 종료(이달 초) 이후 밀려 나온 대량의 지표가 향후 수주 동안 한꺼번에 공개되며, 투자자들은 경기의 체력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9~10일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재평가하게 될 수 있다.
9월 고용보고서는 다음 연준 회의 전 발표되는 마지막 월간 고용 지표다. 목요일 늦은 시점의 연방기금선물 가격은, 직전 두 차례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 인하가 진행된 이후에도, 12월에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67%라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정책금리의 경로는 데이터 의존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혼재된 보고서는 위원회가 다음 발걸음을 내딛기 전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하고자 할 것임을 시사한다.” —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노트
모건스탠리는 목요일, 12월 완화(추가 인하)를 더 이상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대신 2026년에 세 차례 인하를 전망했다.
블랙 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 무엇이 중요한가
핵심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평균 거래액과 방문·전환율의 추세다. 할인이 깊어도 마진이 훼손되면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 둘째, 온라인 대비 오프라인의 매출 비중 변화다. 사이버먼데이로 이어지는 전자상거래의 탄력은 IT·물류주에, 오프라인 강세는 오프프라이스·전통 유통에 상이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고소득층 지출 둔화 여부다. 증시 조정과 변동성 확대가 체감 부를 위축시킬 경우, 고가품과 내구재에서 신호가 먼저 나타난다.
용어 쉽게 이해하기
S&P 500: 미국 대형주 500개로 구성된 대표 지수다. 광범위한 업종을 포괄해 미국 증시의 체온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Cboe 변동성지수(VIX): 향후 30일간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옵션 가격에서 추정한 지수다.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공포·불확실성이 크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블랙 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 추수감사절 다음 날부터 이어지는 대규모 할인 행사다. 오프라인(블랙 프라이데이)과 온라인(사이버먼데이) 채널에서 연말 소비 흐름을 가늠하는 조기 신호를 제공한다.
연방기금선물: 시장 참가자들의 연방기금금리 전망이 가격에 반영되는 파생상품으로, 차기 FOMC 결과의 확률을 추정할 때 널리 활용된다.참고: 본 기사에 언급된 67%는 해당 시점의 선물시장이 반영한 확률이다.
전망의 관건: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이번 연말 시즌은 소비심리의 둔화 신호와 지표 공백(정부 셧다운 여파)이라는 이례적 조합 속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초기 매출 데이터와 지연 발표되는 공식 통계가 상호 교차 검증을 이루며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 증시가 연중 누적 상승분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시장과 물가가 소비의 체력을 규정하고, 그 소비가 다시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재정의하는 선순환 혹은 역풍의 경로가 될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