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 지원받은 레젠스, 나스닥 데뷔 첫날 3.6% 하락…시가총액 27억5천만 달러로 출발

레젠스(Legence)가 3.6% 하락한 채 나스닥에 상장하며 시가총액 27억5천만 달러(약 3조6천억 원)를 기록했다. 이번 상장은 미국 노동절(매년 9월 첫째 월요일) 연휴 이후 이어지는 ‘포스트 레이버데이(post-Labor Day) IPO 러시’1의 일환으로, 전문가들은 2021년 IPO 대호황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공모 시장의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IPO 시장에서 두드러진 초반 강세 종목들은 주로 벤처캐피털(VC) 지원 기업이었고, 사모펀드(PE) 발(發)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레젠스 역시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블랙스톤(Blackstone)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IPOX CEO 요제프 슈스터(Josef Schuster)는 “사모펀드 딜은 대부분 구조조정 목적의 자본 거래로 공모 대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성과가 화려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는 레젠스 주가가 공모가 28달러보다 낮은 27달러에 시초가를 형성하며 하락세를 보인 배경과도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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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모에서 회사는 주당 25~29달러로 제시된 가격 범위 내에서 2,600만 주를 매각해 총 7억2,800만 달러를 조달했다. 그러나

“레젠스는 부채 규모가 상당하며, SailPoint·NIQ·맥그로힐(McGraw Hill) 등 최근 PE 지원 기업들이 상장 초기 부진을 겪자 투자자들은 비슷한 구조의 거래에 냉담해졌다”

고 IPO 부티크의 수석 연구원 제프 젤(Jeff Zell)은 지적했다.

블랙스톤의 공개시장 복귀 전략

블랙스톤은 2020년 젬스프링 캐피털(Gemspring Capital)로부터 레젠스를 인수한 뒤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치 제고 전략을 추진해 왔다. 세계 최대 대체자산 운용사인 블랙스톤은 2021년 이후 가장 바쁜 IPO 일정을 예고하며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실현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상태다.

Alternative Asset Manager(대체자산 운용사)2란, 전통적인 주식·채권 외에 부동산·사모펀드·헤지펀드·사모대출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문 운용사를 의미한다. 블랙스톤은 세계 최대 규모의 대체자산 운용사로, 2025년 6월 말 기준 운용자산은 1조 달러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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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젠스의 사업 모델은 난방·환기·냉방(HVAC) 및 에너지 효율 솔루션을 설계·설치하는 공학·유지보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생명과학 연구시설, 데이터센터처럼 기술적 요구사항이 까다로운 빌딩을 대상으로 한 고성장 세그먼트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특수 환경은 지속적인 온도·습도·청정도 조절이 필수적이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요가 예상된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로 평가된다.


시장·산업적 의미 및 전망

이번 상장은 2023~2024년 긴축금리 환경으로 주춤했던 미국 IPO 시장의 회복세를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VC 지원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이 적용된 PE 지원 기업의 실적이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현실화되고, 에너지 효율·친환경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확대될 경우 레젠스의 친환경 빌딩 솔루션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다만 레젠스의 높은 레버리지(부채)는 금리 변동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이 급등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지분 비중이 제한적이어서 향후 블랙스톤과 경영진의 차익 실현(오버행) 가능성도 주가 변동성을 키울 변수로 남는다.

1) ‘포스트 레이버데이 IPO 러시’는 미국 노동절 이후 연말까지 이어지는 IPO 성수기를 지칭한다. 2) ‘대체자산 운용사’는 전통 자산 배분을 넘어 다양한 비유동 자산에 투자하는 전문 금융회사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