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로이터] 블랙스톤(Blackstone Inc.)이 에너지 특화 데이터 공급업체 엔버러스(Enverus)를 약 60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경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상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31일 전했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엔버러스의 경영권을 둘러싼 몇 달간의 경합을 사실상 마무리짓는 단계로 평가된다. 블랙스톤은 이달 초 한 차례 협상에서 손을 뗐다가 최근 복귀해 다시 선두에 섰다.
소식통 세 명은 “블랙스톤이 최종 협상에서 헬먼앤프리드먼(Hellman & Friedman)과의 가격‧조건 조율을 사실상 마쳤다”고 전했다. 1 다만 아직 서명 전 단계이기 때문에 계약 불확실성은 남아 있으며, 다른 잠재 인수자가 막판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경
로이터는 지난 5월, 헬먼앤프리드먼이 2021년 42억5,000만 달러(부채 포함)에 인수했던 엔버러스의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최초 보도한 바 있다. 이후 다수의 사모펀드가 관심을 표명했지만, 매각 측이 원하는 ‘디지털 에너지 데이터 플랫폼’ 프리미엄을 충족시키지 못해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했다.
베리타스 캐피털(Veritas Capital)도 입찰전에 참여했으나, 블랙스톤이 다시 복귀하며 사실상 경합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베리타스는 영국계 에너지 리서치 업체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의 모회사다.
“거래 성사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종 계약 전까지는 새로운 변수나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다.” — 익명의 소식통
블랙스톤은 논평을 거부했다. 헬먼앤프리드먼과 베리타스 캐피털 역시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엔버러스는 석유‧가스 기업에 시추 위치 데이터, 생산량 추적, 시황 예측, 파이프라인 네트워크 분석 등을 제공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반 플랫폼을 운영한다. 업스트림(탐사·개발)부터 미드스트림(수송·저장)과 금융 부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데이터를 통합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헬먼앤프리드먼은 사모펀드 제너스타 캐피털(Genstar Capital)로부터 엔버러스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거래 가치는 부채를 포함해 42억5,000만 달러였다.
올해 들어 소프트웨어 섹터 M&A는 거시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활기를 이어오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생성형 AI·클라우드 전환 수요가 사모펀드의 신규 투자처를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에너지 데이터라는 특수한 영역에 집중한 엔버러스 사례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산업 전문성을 갖출수록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용어 해설
블랙스톤: 1985년 설립된 글로벌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운용사. 부동산·인프라·사모주식·헤지펀드 등 다변화된 자산군을 관리한다.
헬먼앤프리드먼: 샌프란시스코 기반 성장지향형 사모펀드. 소프트웨어·금융서비스·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주도한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 비공개 방식으로 자금을 모아 지분투자를 수행하고, 일정 기간 후 매각·상장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투자회사.
SaaS: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기반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
전문가 시각
본지 취재진이 만난 월가 인수합병(M&A) 변호사들은 “석유‧가스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데이터·분석 역량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들은 블랙스톤이 보유 중인 에너지 포트폴리오와 엔버러스의 데이터 역량 사이에 분명한 시너지가 존재한다고 평가하면서, 최종 인수 완료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