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BB) 주가, 올 들어 제자리걸음인 까닭은

블랙베리(티커: BB)는 한때 스마트폰의 대명사였으나, 애플의 아이폰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밀려 휴대전화 사업을 접은 뒤 사물인터넷(IoT)·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했다. 그러나 신사업에서도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며 주가는 지난 1년간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5년 8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블랙베리 주가는 올해 들어 거의 움직이지 않았으며,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8%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회사가 제시한 성장 동력이 시장 평균 대비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가 차트를 살펴보는 모습


두 개의 핵심 성장 엔진

블랙베리의 최근 매출 확대는 두 차례 인수에 힘입은 바가 크다. 2010년 인수한 QNX전 세계 차량용 임베디드 운영체제(OS) 시장 점유율 1위다. 회사는 2023년 블랙베리 IVY라는 클라우드 기반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공동 개발해 QNX 위에 올렸다. 2025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QNX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해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했다.

두 번째 축은 2019년 14억 달러에 인수한 사이버보안 기업 Cylance다. Cylance는 AI 기반 엔드포인트 보안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Palo Alto Networks·CrowdStrike 등 거대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회사는 2025년 2월 Cylance의 엔드포인트 보안 자산을 Arctic Wolf에 1억 6,000만 달러(현금·지분)로 매각했다. 이에 따라 보안·통신 부문(사이버보안, SecuSmart 암호화 통신 등) 매출은 4% 감소했으나, 여전히 전체 매출의 51%를 차지했다.

“과거 특허 포트폴리오에서 고마진 로열티를 창출하던 전략은 사실상 종료됐다.”

2022~2024년 사이 주요 특허를 매각하면서 2025회계연도 라이선스 매출은 90% 급감, 비중이 5%로 축소됐다.


향후 12개월 전망

회사는 2026회계연도 매출 가이던스를 5억 800만~5억 3,800만 달러로 제시했다. 중간값 기준 2% 역성장이며, Cylance 매각 여파로 보안·통신 부문 매출이 10~14%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QNX는 10% 성장(2억 5,000만~2억 7,000만 달러)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익 측면에서는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 기준 -14%~+3% 범위를 가이던스로 내놨다. 월가 컨센서스는 2027회계연도에 매출 9%, 조정 EBITDA 18% 성장을 예상하며, SecuSmart와 QNX의 신규 고객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기업가치(Enterprise Value)와 밸류에이션

블랙베리의 EV(기업가치)는 22억 달러로, 올해 예상 매출 대비 4배 수준이다. 조정 EBITDA 기준 27배에 거래되고 있다. EV는 시가총액에 순차입금을 더한 값으로, 인수·합병 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지표다.

만약 회사가 월가 전망치를 충족하고 현재와 같은 멀티플(EBITDA 27배)을 유지한다면, 향후 12개월 주가는 약 16% 상승 여지가 있다. 그러나 QNX 또는 SecuSmart가 성장 궤도에서 이탈한다면 멀티플 축소로 주가 하락 위험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아직은 리스크 대비 매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 해설

1사물인터넷(IoT): 각종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스스로 동작하도록 하는 기술·산업을 의미한다.
2EBITDA: 기업 영업활동에서 현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을 계산한 지표다.
3임베디드 OS: 자동차·가전 등 특정 하드웨어에 내장돼 작동하는 운영체제다.


전문가 시각

기자가 종합한 결과, 블랙베리의 현재 주가는 차별화된 성장 스토리 부재를 반영하고 있다. QNX가 자율주행·커넥티드카 시장 확대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유효하지만, 시장 전환점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가시적 매출 가속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안 부문도 핵심 자산 매각 이후 제품 포트폴리오가 축소돼, 경쟁사와의 기술·가격 경쟁에서 열위에 놓일 수 있다.

결국 투자 판단은 ① QNX의 산업 표준화 속도, ② SecuSmart 중심 사이버보안 서비스의 고객 확대, ③ 신규 특허·IP 전략에 달려 있다. 셋 중 하나라도 가시적 진척이 없는 한, 현 주가 수준은 충분한 할인(discount)이라 보기 어렵다. 반면, 자동차 전장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대형 완성차 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거나, 정부·국방 고객군을 대상으로 SecuSmart 수주가 늘어날 경우에는 재평가(리레이팅) 가능성도 열려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수주 잔고(backlog)ARR(연간 반복 매출) 성장률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