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미주 지역 기업들과의 지배구조·주주권 활동을 총괄할 새로운 수장을 임명했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블랙록은 타냐 레비-오덤(Tanya Levy-Odom) 전무이사를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스튜어드십 아메리카스(BlackRock Investment Stewardship Americas)’ 책임자로 승진시켰다고 확인했다. 레비-오덤은 뉴욕에서 근무하며 북·중·남미 전역 수천 개 기업과의 지속적 소통을 지휘하게 된다.
그녀는 2021년 말부터 해당 직책을 맡아온 존 로(John Roe)를 이어받았다. 로는 지난 7월 글로벌 스튜어드십 공동대표(Co-Head BlackRock Investment Stewardship)로 승진했으며, 터키 출신 경영진 암라 발리치(Amra Balic)와 함께 전 세계 스튜어드십 조직을 총괄하게 됐다.
스튜어드십이란?
스튜어드십(stewardship)은 기관투자가가 주주로서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의결권 행사·경영진 대화·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행위를 뜻한다. 국내에선 ‘책임투자’ 또는 ‘주주권 행사’로 번역되며,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과 맞물려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레비-오덤의 팀은 이사회 구성, 로비 활동 공시, 기후변화 대응 전략 등 글로벌 투자자가 주시하는 ‘뜨거운 이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경영진과 협의한다. 그녀는 2019년 블랙록에 합류해 미주 스튜어드십 업무를 담당해 왔으며, 최근 ESG 관련 규제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폭넓은 협상 경험을 인정받아 수장을 맡게 됐다.
“블랙록 스튜어드십 팀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년 수천 건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투표한다.” – 블랙록 내부 메모 中
7월 내부 메모에 따르면, 글로벌 공동대표로 승진한 존 로와 암라 발리치는 주드 압델 마제이드(Joud Abdel Majeid)에게 보고한다. 마제이드는 글로벌 스튜어드십 수장직에서 물러나 글로벌 파트너스 오피스(Global Partners Office) 공동대표(찰스 하타미와 공동)로 이동해, 초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자본·전략 자문을 담당한다.
로는 2021년 홍보회사 조엘 프랭크(Joele Frank)에서 블랙록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12년 이상 블랙록에 몸담아온 발리치는 국제 스튜어드십 부문을 이끌어 왔으며, 앞으로도 런던에 기반을 두게 된다. 로는 계속해서 뉴욕에 머문다.
12.5조 달러 ‘거대 자산의 목소리’
블랙록은 운용자산 12조5,000억 달러(약 1경6,700조 원)를 보유해 세계 기업 지배구조 의사결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는 한국 GDP(약 1조9,000억 달러)의 6배를 웃도는 규모다. 대형 인덱스·ETF 상품이 주류인 만큼, 블랙록은 사실상 ‘영구 주주’로서 수많은 상장사의 지분을 보유한다.
전문가들은 레비-오덤 체제에서 미주 지역 스튜어드십 전략이 기후 리스크·정치적 로비 공시 강화 쪽으로 한층 무게를 둘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미국 대선과 ESG 반발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블랙록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글로벌 투자자에 큰 시사점을 던질 전망이다.
다만 블랙록은 “우리는 특정 정책이 아닌 장기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만 판단한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레비-오덤이 환경·사회 이슈보다 재무적 성과·경영 투명성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 참고 한국에서도 2023년부터 국민연금·국내 자산운용사가 ‘기관투자가 의결권 지침(스튜어드십 코드)’을 강화하고 있어, 블랙록 사례는 국내 시장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자 관점
레비-오덤은 4년 만에 조직 수장을 맡을 정도로 빠른 승진을 거듭했다. 블랙록 내부에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규제 대응 경험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로 보인다. 특히 북·중·남미를 아우르는 스튜어드십 책임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캐나다 연방정부, 브라질 B3 거래소 등 규제·시장 환경이 제각각인 지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그녀의 ‘균형 잡힌 협상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존 로·암라 발리치 공동대표 체제는 스튜어드십의 글로벌·지역 분업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로가 뉴욕, 발리치가 런던에 각각 머무르면서 시간대별·규제별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블랙록의 인사 이동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미주·유럽 기업지배구조 이슈의 ‘풍향계’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레비-오덤이 향후 1년간 어떤 스튜어드십 우선순위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자본시장의 ESG·주주행동주의 흐름이 재편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