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BlackRock)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릭 리더(Rick Rieder)가 미국 노동시장의 급격한 냉각을 계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9월 회의에서 50bp(0.50%포인트) 규모의 ‘점보(jumbo)’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2025년 8월 1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리더 CIO는 고객 메모에서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내릴 만한 근거가 이번 고용지표에 모두 담겼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노동시장의 슬랙(slack·여유공급)이 조금이라도 확대되거나, 월간 신규 고용이 10만 명을 밑도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연준은 곧바로 완화 사이클에 들어갈 것”이라며, 데이터 전개에 따라 50bp 인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7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이 7만3천 명 증가에 그쳤다는 실망스러운 성적표가 발표된 직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기대치(10만 명 증가)와 비교하면 상당한 미달이다. 더욱이 앞선 두 달간 고용치가 총 26만 명가량 하향 조정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고용시장의 모멘텀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약화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고용 부진이 확인되자 CME 그룹의 FedWatch 툴 기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하루 만에 40%에서 83%로 급등했다. 이 같은 수치는 트레이더들이 ‘적어도 25bp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파생상품 시장은 아직 50bp 인하 가능성은 ‘0%’로 반영하고 있어, 리더 CIO의 견해가 시장 컨센서스보다 한발 앞서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 지표는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준이 행동에 나설 만한 모든 증거를 제시했다. 이제 남은 의문은 ‘인하 폭’이 얼마나 될지뿐이다.” —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CIO
현재 블랙록은 전 세계 고객을 대신해 $3.1조 달러(약 4,070조 원) 규모의 채권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시장 수탁 규모 측면에서 세계 최대의 기관투자가로 꼽히며,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 플레이어다.
연준은 이번 주 초 기준금리를 연 4.25%~4.50% 범위로 동결했다. 당시 위원 2명이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고, 제롬 파월(Fed 의장)은 “9월 회의 전까지 관세·거시 변수의 파급효과를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용어·배경 설명
50bp(basis point) 인하 — 1bp(베이시스포인트)는 0.01%p를 의미하며, 50bp는 0.50%p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25bp 단위로 정책금리를 조정하는데, 50bp 이상을 ‘점보 인하’로 부른다.
FedWatch(패드워치) —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제공하는 도구로,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가격을 활용해 차기 FOMC 회의의 금리 변화를 확률로 산출한다.
슬랙(slack) — 노동시장에서 실업률 외에도 파트타임·취업 포기자 등을 포함한 ‘숨은 공급’을 뜻하며, 고용 상황이 악화될 때 슬랙이 증가한다.
• 전문가 시각과 전망
시장 컨센서스가 아직 25bp 인하에 머무르고 있음에도, 리더 CIO가 ‘50bp 카드’를 언급한 배경은 2001년·2008년·2024년 등 과거 경기 둔화 국면에서 연준이 초기 대응으로 과감한 조정폭을 선택했던 전례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는 “예상보다 빠른 고용둔화가 물가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연준이 단숨에 완화 스탠스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장기간의 고금리 유지로 기업 차입 비용이 이미 상당 부분 상승해 있어, 실질 경제 충격을 완화하려면 초기 단계에서 ‘빅 컷’이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현재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2%)를 상회하고 있어 성급한 대폭 인하가 오히려 정책 신뢰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경계론도 존재한다.
• 향후 체크 포인트
9월 연준 회의까지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8월 고용보고서, 잭슨홀 심포지엄 등 핵심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고용·물가 지표가 추가로 약세 신호를 보낼 경우 시장 기대는 50bp 인하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지표가 반등하거나 물가가 예상보다 완만하게 내려올 경우, 25bp 또는 동결 시나리오가 부각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과 시장 간의 미묘한 온도차가 채권금리·달러화·주식 밸류에이션에 급격한 변동성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장기물 국채금리가 정책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하며 가파르게 하락할 경우, 성장주 랠리가 확산되면서 ‘리스크 온(risk-on)’ 분위기가 재점화될 수 있다.
결국, 9월 FOMC에서 연준이 어느 폭으로 금리를 인하하든, 노동시장 데이터와 물가 흐름이 핵심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랙록을 비롯한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포지셔닝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에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