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o-CIO)들이 최근 미국 증시의 안정세와 인공지능(AI) 열풍의 한계에 대한 리스크가 시장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AI 주도 랠리가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으로 뒷받침될지 불확실하다며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해당 발언은 니케트 니샨트와 만야 사이니가 취재한 로이터 보도에서 전해졌다.
2025년 11월 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브리지워터의 공동 CIO 밥 프린스(Bob Prince), 그레그 젠슨(Greg Jensen), 카렌 카니올-탬버(Karen Karniol‑Tambour)는 월요일에 발송한 고객 서한에서 “투자자들이 현재의 시장 안정성과 AI 붐의 한계에 내재한 누적 리스크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형 기술기업들이 AI와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지만, 그 투자가 시장의 높아진 기대를 지탱할 만큼의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할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코멘트는 시장 거품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대표지수인 S&P 500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어, 닷컴 버블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브리지워터 공동 CIO들은
“미국 주식은 (기술주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을 끌어올렸던 우호적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고 말했다.
이들은 또
“오늘 주가에 반영된 성장 기대는 지난 100년 가까이에서 닷컴 버블의 짧은 예외를 제외하면 가장 낙관적인 수준”
이라고 평가했다. 즉, 역사적으로 드물 정도의 낙관론이 광범위하게 내재돼 있다는 경고다.
한편 시장은 인플레이션, 고금리, 무역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두 번째로 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등 다수의 리스크 요인을 대체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S&P 500은 연초 이후 약 16% 상승했으며, 통상적으로 주식에 계절적으로 우호적인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브리지워터 공동 CIO들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 잠재된 많은 변동성의 원천에도 불구하고, 시장 리스크 지표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환경은
“예측 불가능하고 극단적인 결과가 발생할 불편할 정도로 높은 확률”
을 수반한다고 덧붙였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설립한 헤지펀드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펀드 중 하나로 널리 평가받는다. 이 회사의 견해는 글로벌 거시 전략과 위험관리에서 벤치마크로 자주 참조된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또 다른 시각도 제시됐다. 벤처대출 회사 런웨이 그로스 캐피털(Runway Growth Capital)의 CEO 데이비드 스프랭(David Spreng)은
“AI 인프라(칩, 건물, 라우터 및 기타 네트워킹 장비 포함)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구식화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벤처대출 관점에서 AI 인프라에 베팅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보지 않는다. 리스크가 비대칭적이기 때문”
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맥락과 용어 설명
닷컴 버블1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증시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렸다가 급격히 붕괴한 사건을 말한다. 브리지워터는 현재의 기대 성장률이 그때의 정점에 준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벤처대출(venture debt)2은 주로 비상장 성장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부채성 자금으로, 지분투자 대비 희석을 줄일 수 있지만 기업의 현금흐름과 담보가 취약하면 신용 리스크가 커진다. 스프랭의 발언은 AI 하드웨어와 데이터센터 등 고정자산의 기술적 진부화 리스크가 대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계절성(seasonality)3은 특정 시기에 주식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거나 부진한 경향을 뜻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시즌적으로 강한 구간”은 통상 연말 쇼핑 시즌 등과 맞물려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흐름을 지칭한다.
시장 리스크 지표4는 변동성지수(VIX), 신용스프레드, 변동성 스큐 등으로 대표된다. 브리지워터의 지적은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누적되는 가운데서도 이러한 지표들이 평온을 시사하고 있음을 문제 삼는다.
분석: AI 랠리의 내재 가정과 취약성
로이터 보도에 담긴 브리지워터의 메시지 핵심은 밸류에이션에 내재한 가정에 대한 재점검이다. AI 투자가 창출할 미래 현금흐름이 현재의 시가총액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에서, 칩·데이터센터·네트워킹 등 자본집약적 영역의 투자수익률(ROI)이 검증되기 전까지는 리레이팅(재평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하드웨어 사이클은 기술 진보 속도에 취약해 감가상각과 진부화가 급격히 진행될 수 있으며, 이는 스프랭이 지적한 비대칭적 리스크와 맥을 같이한다.
또한 브리지워터가 언급한 “가장 낙관적” 성장 기대는 금리 경로, 생산성 향상 속도, 정책·무역 환경 등에 대한 긍정적 전제를 포괄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정책 불확실성, 재정 이슈(연방정부 셧다운) 등이 혼재된 상황에서 시장이 리스크 프리미엄을 충분히 요구하지 않는다면, 예상치 못한 테일 리스크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브리지워터의 표현대로라면, 현재는 “알 수 없고 극단적인 결과”의 확률이 불편할 만큼 높게 깔린 환경이다.
요컨대, AI 서플라이 체인(칩·서버·전력·냉각·광통신)에 대한 대규모 자본투입이 충분한 수요 탄성과 가격결정력으로 귀결되어야만, 오늘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수 있다. 반대로 투자 경쟁 격화, 기술 패러다임 전환(예: 새로운 아키텍처), 규제 변화 등이 겹치면 현금창출 시차가 벌어지고, 이는 멀티플 수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리지워터의 경고는 이 간극을 지금 시장이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관전 포인트
첫째, S&P 500의 연초 대비 약 16% 상승은 폭넓은 낙관론을 반영한다. 그러나 상승의 질(이익 개선 동반 여부)과 확산도(소수 대형주의 기여도)에 대한 점검이 요구된다. 둘째, 정책·무역 재편에 따른 불확실성은 밸류에이션 멀티플에 직접적인 압력을 줄 수 있다. 셋째, AI 인프라의 감가상각·진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투자회수기간 가정이 흔들릴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본 보도는 AI 열풍이 견인한 S&P 500 랠리에 내재한 리스크가 시장가격에 과소 반영돼 있을 수 있다는 경계 신호다. 브리지워터와 런웨이 그로스 캐피털의 발언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동일한 질문—“투자된 막대한 자본이 언제, 얼마나 확실하게 현금으로 귀결될 것인가”—을 제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