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비즈니스 현황]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인공지능 스타트업 오픈AI(OpenAI)가 브래드 라이트캡(Brad Lightcap)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지휘 아래 소비자 중심 구조에서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라이트캡은 2018년 고작 40명의 연구 인력과 불투명한 수익 모델만을 갖고 있던 비영리 연구소 오픈AI에 ‘임시 재무담당’으로 합류한 뒤, 불과 7년 만에 직원 3,000명·기업가치 5,000억 달러(약 667조 원) 규모의 거대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2025년 8월 3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라이트캡은 최근 브라질·호주·인도에 신규 사무소를 열어 기업 고객과 개발자 생태계를 현지에서 직접 지원하는 전략을 실행 중이다. 이는 ChatGPT가 출시 3년도 되지 않아 주간 활성 이용자 7억 명을 확보할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가 공고해진 가운데, 본격적으로 기업용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현장 밀착형’ 행보다.
초창기: 임시 재무 담당에서 COO로
2018년 당시 샘 올트먼(Sam Altman) 대표는 재무 책임자를 찾기 위해 20명 이상을 면접했으나 모두 고사하자, Y 콤비네이터(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에서 함께 일했던 라이트캡에게 ‘잠시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라이트캡은 결국 스스로 자리를 채우며 오픈AI 최초의 비즈니스 임직원이 됐고, “당시에는 ‘수많은 사람이 대화할 챗봇을 만들겠다’는 개념조차 없었다”는 올트먼의 회고처럼 연구소에 가까운 조직을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과업을 시작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 가속
라이트캡은 지난 18개월간 영업, 고객 성공, 개발자 관계, 전략적 파트너십을 담당하는 인력을 50명에서 700명 이상으로 확충했다. 2023년 GPT-4와 ChatGPT Enterprise를 선보이자 기업들은 대용량 언어 모델(LLM)이 실제 업무 흐름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출시 직후부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쏟아졌다”는 라이트캡의 설명대로 다양한 업종에서 도입 문의가 빗발쳤다.
“모델을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조직이 되는 것이 우리의 책임” – 브래드 라이트캡 COO
도입 사례
모더나(Moderna)는 신약 후보 물질 탐색 속도를 높이고 방대한 연구 데이터를 요약하기 위해 ChatGPT Enterprise를 활용하고 있다. 우버(Uber)는 고객 지원·운전자 경험·내부 생산성 향상용 맞춤형 도구를 구축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GPT-4를 자사 자산관리 부서 워크플로에 통합한 데 이어 투자은행·트레이딩 부문으로 확장했다. 이들 사례는 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내부 시스템 연동이 핵심이라는 공통점을 보여 준다.
엔지니어 중심의 영업 모델
오픈AI는 전통적 의미의 세일즈 조직 대신,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직접 고객과 협업해 모델을 최적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복잡한 AI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 난제’를 즉각 해결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라이트캡은 “현장의 기술진이 곧 최고의 영업팀”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미묘한 공존·경쟁
오픈AI 최대 투자자이자 클라우드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총 130억 달러를 투입해 자사 애저(Azure) 클라우드 내에서 오픈AI 모델을 선제적으로 제공해 왔다. 그러나 오픈AI가 직접 엔터프라이즈 영업을 확대하면서 두 기업은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24년 연차보고서에서 “오픈AI는 검색·광고 분야의 경쟁자”라고 공식 명시한 것은 이러한 긴장감을 방증한다.
현재 양사는 엔터프라이즈 매출 배분(오픈AI 80%) 등 파트너십 조건을 재협상 중이다.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AI 모델 MAI-1-프리뷰를 시험해 코파일럿(Copilot) 기능 고도화를 추진하며 ‘기술적 자립’을 꾀하고 있다. 라이트캡은 “기회 영역이 워낙 광범위해 충돌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모델 품질·안전성·고객 협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 맞춤 전략
오픈AI가 새로 문을 연 상파울루(São Paulo) 사무소는 교육 기관·비영리단체·소규모 기업을 위한 훈련센터이자, 월 1억 4,000만 건 메시지를 생성하는 브라질 개발자 커뮤니티의 허브 역할을 겸한다. 인도는 전 세계 2위 규모 개발자 기반을 보유해 ‘개발자 우선’ 전략의 핵심 시장으로 꼽히며, 호주 시드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 고객 지원 전초기지로 지정됐다.
일본에서는 2025년 2월 소프트뱅크와 합작 회사를 설립해 로보틱스·자동화·생산성 특화 AI 도구를 전국으로 공급 중이다. 라이트캡은 “일본 동료들을 통해 서비스 제공 방식 개선에 대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전문 용어 해설
대용량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은 인터넷 텍스트를 대규모로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문장 생성·이해 능력을 가진 AI 모델을 뜻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질문·지시문(프롬프트)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용어는 AI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생소할 수 있어 별도 설명을 덧붙였다.
기자 통찰
시장 조사기관들이 추산하는 생성형 AI 솔루션 수요는 향후 5년간 연복합 성장률 30% 이상이 예상된다. 오픈AI의 ‘엔지니어 주도형 영업 모델’과 ‘현지 밀착 전략’은 기존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의 세일즈플레이북을 재정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적 경쟁’ 구도는 클라우드·플랫폼 패권을 둘러싼 빅테크 재편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다발적 해외 사무소 개설은 단순 시장 확대를 넘어 현지 규제·문화·언어 데이터를 확보해 모델 품질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옛 기억과 새로운 도전
라이트캡과 올트먼은 최근 샌프란시스코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과거에는 3층 목조 건물에서 짧은 근무 시간으로 조용히 연구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올트먼은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과학을 비밀리에 탐구하던 시절, 삶이 참 여유로웠다”고 말했으나, 라이트캡이 주도하는 현재의 공격적 확장 전략은 그 ‘은둔의 시기’를 추억으로 남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