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에 투입할 약 40억 달러(200억 헤알) 규모의 민간 자본을 끌어오기 위해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과 본격 협상에 나섰다. 이번 협상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대통령 행정부가 재정 압박 속에서도 그린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2025년 7월 2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국가개발은행 BNDES(Banco Nacional de Desenvolvimento Econômico e Social)가 주도해 TPG와 브룩필드(Brookfield)를 포함한 세계적 자산운용사들과 초기 투자 조건을 논의 중이다. 브라질 재무부 국제관계국장 타티아나 호지투(Tatiana Rosito)는 “BNDES와 함께 브룩필드, TPG 등 대형 운용사를 잠재적 파트너로 접촉하고 있다”고
“해외 민간자본을 대규모로 유치해 브라질의 기후 의제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겠다”
고 밝혔다.
BNDES는 씨드캐피털(seed capital)로 50억 헤알(9억 630만 달러)을 제공하고, 선정된 운용사가 이 금액의 3배를 추가 조달해 총 200억 헤알(36억 3,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관계자 두 명은 “8월 중 공모 형태로 공식 출범하며, BNDES는 이미 국내·외 10여 곳 이상과 타진을 마쳤다”고 전했다. 이 계획은 2026년 1분기에 최종 운용사를 결정해, 2026년 중반부터 본격 집행될 예정이다.
◆ 왜 BNDES인가? – 기관 소개
BNDES는 1952년 설립된 브라질 최대 국책은행으로, 산업·인프라·혁신 분야 장기투자를 담당한다. 최근에는 저탄소 경제 전환 지원을 핵심 사명으로 제시하며, 환율 변동 위험을 완화하는 Eco Invest Brazil Program 등을 가동해 민간투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 국제 네트워크 활용: Alterra 펀드와의 연결
브룩필드와 TPG는 2023년 두바이 COP28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출자 $300억 규모로 출범한 Alterra 최대 기후전문 사모펀드의 핵심 파트너다. 두 운용사는 Alterra가 씨드한 기금을 활용해 브라질 시장에도 투자할 수 있어, BNDES의 계획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그 외에도 블랙록(BlackRock), 임팩트 투자사 저스트 클라이밋(Just Climate), 성장형 PE 라이트록(Lightrock), 브라질 로컬 하우스인 파트리아(Patria)·빈치(Vinci)·페르핀(Perfin) 등이 접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토 중이지만 공식 논평은 어렵다”며 모두 입장을 자제했다.
◆ 재정 압박 속 민간 자본 유치의 배경
선진국 일부가 개발금융 예산을 축소하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기에 미국의 기후재정이 크게 축소된 경험을 겪은 브라질은 자체 국채(그린본드) 발행, 에너지·산림·저탄소 산업을 연결하는 기후·생태 전환 투자 플랫폼 등을 통해 대체 자금을 모색해 왔다. 이번 200억 헤알 펀드는 그 연장선상에서 민간 주도·공공 후순위 구조로 설계돼 리스크를 분산시킨 것이 특징이다.
◆ 투자 대상: 신산업부터 성숙 섹터까지
관계자는 “투자 대상이 신기술·신산업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며 “풍력·태양광처럼 이미 상용화 단계인 프로젝트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는 조기 현금흐름 창출로 펀드 수익률을 높여, 민간 투자자의 참여를 촉진하려는 전략이다.
◆ 일정과 관전 포인트
운용사 제안서는 2025년 10월 말까지 접수되며, 이듬해 1분기 최종 선정 후 6월께 자금 집행을 개시할 계획이다. COP30(2025년 11월, 브라질 파라 주 벨렝 개최) 이전에 투자 스토리를 구체화해, 개최국으로서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 기자의 시각: 민관 협력의 시험대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했음에도 통화 변동성·관료적 절차·토지권 문제 등 구조적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한다. BNDES가 제공하는 후순위(손실흡수) 구조와 환헤지 장치는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지만, 3배 레버리지 목표 달성에는 글로벌 경기·금리 여건이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2024~2025년 미 연준(Fed)의 금리 경로가 투심을 좌우할 전망이다.
또한, 최근 ESG 평가 기준의 신뢰성 논란과 함께 ‘임팩트 측정 보고서’ 공개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브라질 정부와 운용사 간 데이터 투명성 확보가 프로젝트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용어 풀이
- 씨드캐피털(Seed Capital): 새로운 펀드나 스타트업에 초기 자금으로 투입되는 종잣돈을 의미한다.
- COP30: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30차 회의로, 2025년 브라질이 개최국을 맡는다.
- Alterra: UAE 정부가 300억 달러를 약정해 2023년 설립한 세계 최대 민간 기후 투자펀드.
결론적으로, 브라질이 기후금융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BNDES와 글로벌 운용사 간 리스크·수익 조율에 달려 있으며, COP30 이전에 자금 조달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라틴아메리카 최대 경제국의 탈탄소 전략에 강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