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우림 보존을 둘러싼 브라질 축산업의 새로운 시험대
브라질 환경청(이바마·Ibama)이 JBS SA를 포함한 12개 대형 육가공 공장(meatpacking plants)을 대상으로 불법 개간지에서 사육한 소를 구매·도축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개시했다. 로이터가 2025년 8월 29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한 내부 문서를 근거로 보도했다.
2025년 8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환경청은 전날(28일) 해당 의혹을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업체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로이터가 확인한 문서에는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 JBS의 공장 두 곳뿐 아니라 사설 기업 프리고르(Frigol)·메르쿠리오(Mercurio) 등 총 12곳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불법 벌목·방화를 통해 조성된 ‘엠바고 지역(embargoed areas)’에서 길러진 소가 ‘깨끗한(clean) 농장’으로 삼각 거래(triangulation)된 뒤, 최종 도축장에 납품되는 관행을 겨냥하고 있다. 이바마는 이미 업계 6곳에 총 400만 헤알(약 74만 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했고, 불법 사육지 2,100헥타르에서 방목 중이던 소 7,000여 마리를 몰수했다.
주요 기업별 입장 정리
JBS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바마가 지목한 불법 농장과 거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회사는 “전체 조사 보고서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추가 자료를 즉시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리고르 역시 “이바마가 농장명을 오인해 조사에 오류가 발생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메르쿠리오의 링컨 부에노(Lincoln Bueno) 회장은 “제3의 전문 모니터링 기관이 조달 소의 출처를 상시 검증하고 있으며, 환경·노동 규정을 위반한 농장과는 어떤 거래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핵심 용어 해설
엠바고 지역(Embargoed areas)은 브라질 환경청이 불법 벌목·방화 등으로 훼손된 토지를 상업적 이용에서 배제하기 위해 지정·차단한 구역을 의미한다.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가축이나 농산물을 매매·유통할 경우, 생산자뿐 아니라 구매자·유통업체 모두 환경범죄 책임을 지게 된다.
삼각 거래(Triangulation)란 위법 농장의 소를 서류상 ‘깨끗한(clean)’ 농장으로 한 차례 이동시킨 뒤, 다시 도축장으로 보내 원산지를 세탁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이 과정에서 가축 이동·사육 기록 시스템(GTA)의 허점을 파고드는 사례가 빈발한다.
규제·금융 리스크 확대 전망
이번 사안은 단순 환경 규제 논란을 넘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유럽연합(EU)은 2024년 산림 파괴 없는 공급망 규정을 발효해, 아마존 출처 원·부자재의 공급 투명성을 강제하고 있다. 브라질 대형 육가공업체들은 전체 수출액의 약 50% 이상을 EU·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수출 허가·금융 조달·평판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JBS는 2023년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약 30억 달러 상당의 ‘그린본드’를 발행하며 2030년까지 스코프 3 탄소배출 30% 감축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만약 불법 개간지 소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그린본드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조건 미이행 사유에 해당해 조기 상환 요구나 금리 가산 등 재무적 페널티가 부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도·감시 체계 개선 과제
전문가들은 현행 브라질 가축 추적 시스템(GTA)의 데이터 실시간성·연속성 부족을 가장 큰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한다. 소가 여러 번 이동할 경우 전(前) 위치 정보만 반영돼 ‘지속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원산지 세탁의 여지를 남긴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블록체인 기반 사육·물류 기록과 위성·드론 실시간 모니터링을 결합한 차세대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도입 비용과 데이터 표준화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다.
시장·투자자 관점의 시사점
“지속가능성 준수 여부는 더 이상 홍보용 슬로건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업가치·조달비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필자가 취재한 ESG 자문사 관계자의 말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바마의 추가 조사·과태료 부과 결과에 따라 JBS·프리고르·메르쿠리오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식품 체인의 ‘디플로리스트(Deforester) 딜리스트’ 움직임이 가속화될 경우, 브라질 육가공업계 전체가 시장 축소·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라면 ① 규제 대응 로드맵 공개 여부 ② 공급망 모니터링 시스템 투자 규모 ③ 국제 인증(예: RTRS·Rainforest Alliance) 획득 현황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향후 EU·미국 기관투자자들은 ‘네거티브 스크리닝(부정적 선별)’ 비중을 확대할 공산이 크므로, 단순 재무지표 이상의 지속가능성 메트릭이 종목 선정의 결정적 변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결론 및 전망
이바마의 고강도 조사 착수는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 보전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효성을 높이려면 디지털화·투명성·국제 공조를 강화해 불법 거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기업들도 위험 회피적 대응을 넘어, 적극적 소싱 혁신·지역사회 협업을 통해 ‘탈(脫)디플로리스트’ 전략을 제도권 안에서 실천해야 한다.
향후 6~12개월은 업계·규제기관·투자자가 ‘누가 진짜 책임 경영을 실천하느냐’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