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시장이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12월물 아라비카 커피(코드: KCZ25)는 전장 대비 +2.20센트(+0.59%) 상승한 반면, 11월물 ICE 로부스타 커피(코드: RMX25)는 -26달러(-0.58%) 하락하며 일주일 만의 최저가를 기록했다.
2025년 9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주요 산지에 다음 주부터 소나기(shower) 예보가 나오면서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 압력이 로부스타 가격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브라질 헤알화(USD/BRL) 환율이 15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자 브라질 생산자들의 달러 기준 수익이 개선되면서 수출 유인이 약화돼 아라비카 가격은 지지를 받았다.
미국이 브라질산 커피를 포함한 수입품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한 것도 가격 지지 요인이다. 관세 영향으로 ICE 공인 아라비카 재고는 수요일 659,949포대로 16.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ICE 로부스타 재고 역시 6,517로트로 1.75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 16일(화) 12월물 아라비카는 개별 계약 가격 기준 최고치를, 최근월물(U25)은 7개월래 최고치를 각각 경신했다. 같은 날 로부스타도 3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브라질 커피나무의 개화기 직전 가뭄이 계속된 데 따른 것이다. 브라질 기상업체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에 따르면, 최대 아라비카 산지 미나스제라이스주에는 9월 13일까지 일주일 동안 강수량이 전무했다.
또한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10∼12월 남반구에 라니냐(La Niña) 발생 확률을 71%로 제시했다. 라니냐는 브라질에 과도한 건조를 초래해 2026/27 시즌 작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관세로 인한 미국 내 공급 우려도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 로스터(볶음 업체)들은 50% 관세 부담을 이유로 브라질산 생두 신규 계약을 취소하며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있다. 미국이 수입하는 생두 중 약 3분의 1이 브라질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재고 타이트닝이 불가피하다.
브라질 농업공급회사 콘압(Conab)은 9월 4일 2025년 아라비카 생산 전망치를 3,520만 포대로 4.9% 하향 조정했다. 총 커피 생산 전망도 0.9% 줄어든 5,520만 포대로 수정됐다.
국제커피기구(ICO)는 9월 3일 7월 전 세계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1.6% 감소한 1,160만 포대였다고 밝혔다. 2024/25 마케팅 연도(10월~7월) 누적 수출은 0.3% 줄어든 1억1,561만5,000포대에 그쳤다.
브라질 무역부 자료(8월 6일)에 따르면, 7월 브라질 생두 수출은 16만1,000톤으로 20.4% 감소했다. 민간 수출협회 세카페(Cecafe) 역시 7월 그린 커피 수출이 240만 포대로 28% 급감했다고 전했다. 아라비카 수출은 21% 줄었고 로부스타는 49% 감소했다. 같은 기간(1∼7월) 누적 수출은 22.2백만 포대로 21% 감소했다.
반면, 브라질 최대 협동조합 코옥수페(Cooxupé)는 9월 12일 조합원 수확률이 98.9%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수확 진척은 단기적 공급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 2위 로부스타 생산국 베트남은 가뭄으로 2023/24 생산이 147만2,000톤으로 20% 감소하며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통계청은 2024년 수출이 17.1% 줄어 135만톤이라고 발표했지만, 2025년 1~8월 수출은 7.8% 증가한 114만1,000톤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미 농무부 외국농업국(USDA FAS)은 6월 25일 2025/26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이 1.7868억 포대로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아라비카 생산은 1.7% 감소해 9,702만2,000포대, 로부스타는 7.9% 증가해 8,165만8,000포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재고는 2,281만9,000포대로 4.9% 늘어날 전망이지만, 민간 트레이더 볼카페(Volcafe)는 2025/26 아라비카 공급 부족을 850만 포대로, 5년 연속 적자를 예측했다.
“라니냐 가능성과 미국 관세라는 이중 변수는 브라질·미국·베트남 등 주요 시장의 공급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용어 해설
아라비카(Arabica)는 고산지에서 재배되며 향미가 뛰어나 고급 커피로 분류된다. 로부스타(Robusta)는 저지대에서 재배돼 카페인이 높고, 인스턴트·블렌딩 용도로 쓰인다.
라니냐(La Niña)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남미에는 극심한 가뭄을 유발해 농업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은 매수 투자자가 보유 계약을 매도해 포지션을 정리하는 행위를 뜻한다.
기자 시각
강달러 국면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헤알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브라질 중앙은행의 금리 동결과 원자재 수출 확대에 따른 외화 유입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환율이 이미 15개월 신고점을 찍은 만큼, 헤알화 강세가 완화되지 않는 한 아라비카 가격은 환헤지 매물이 억제되며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 반면 로부스타는 베트남 수출 회복과 브라질 수확 마무리가 병행돼 단기 조정 위험이 상존한다. 투자자는 라니냐 발달 추이와 미국 관세정책 변동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