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커피벨트를 위협하는 한파(frost) 예보가 시장을 뒤흔들며 커피 가격이 급등했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전일 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9월 인도 아라비카 커피(KCU25)는 파운드당 4.40센트(+1.51%) 오른 294.40센트로 마감했고,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9월 로부스타 커피(RMU25)는 톤당 102달러(+3.20%) 급등한 3,2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심리는 브라질 민간 기상 서비스 클리마템포(Climatempo)가 이번 주 후반 커피 주산지로 한랭전선이 남하해 작물에 치명적인 서리를 동반할 수 있다고 경고한 직후 급변했다. 투자자들은 ‘수확기 서리’가 생산량을 단숨에 훼손할 가능성을 의식해 매도 포지션을 서둘러 정리했고, 그 여파로 장 초반 약세를 보이던 가격은 빠르게 반등했다.
● 장 초반 약세→급반등 … 수확 압력·재고 변수
장 개장 직후만 해도 아라비카 선물은 1주일래 최저치를, 로부스타 선물은 계약 기준 사상 최저치를, 근월물(N25) 로부스타는 1년 3개월 만의 저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브라질 ‘2025/26’ 시즌 풍부한 수확 물량이 매물로 출회되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사프라스 & 메르카도(Safras & Mercado)에 따르면 7월 16일 기준 브라질 전체 커피 수확 진척률은 77%로 지난해 동기 74%와 5년 평균 69%를 웃돌았다. 품목별로는 로부스타 93%, 아라비카 67%가 완료됐다. 최대 커피 조합인 쿱슈페(Cooxupé) 역시 7월 18일 기준 조합 내 수확률이 59%라고 발표했다.
로부스타 가격에는 ICE 감시창고의 재고 증가도 악재로 작용한다. 7월 22일 기준 로부스타 재고는 6,401로트로 11.5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반면 아라비카 재고는 807,856포대로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아 품종 간 수급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펀드들의 과도한 순쇼트 포지션이 언제든지 쇼트커버 랠리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ICE 선물·옵션 포지션 보고서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로부스타 순쇼트는 1,294계약으로 2년래 최대치다.
● 날씨 변수와 무역 이슈가 가격 방향 ‘키’
한편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7월 19일 종료 주간 동안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산지 미나스제라이스주에 강수량이 ‘0’이었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건조와 예고된 저온이 겹치면서 작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물류 측면에서도 가격 지지 요인이 부각된다. 브라질 커피수출업협회 세카페(CECAFÉ)는 6월 녹색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31% 급감한 230만 포대였다고 보고했다. 아라비카 수출은 27%, 로부스타 수출은 42% 각각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 전 행정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브라질산 수입품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아 세계 최대 아라비카 공급국 브라질산 원두의 무역 리스크가 새롭게 부상했다.
● 중·장기 공급전망은 ‘풍부’… 그러나 변동성 확대
미 농무부 해외농업국(USDA FAS)은 6월 25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세계 커피 생산이 1억7,868만 포대로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라비카 생산은 1.7% 줄어들지만 로부스타가 7.9% 늘어 균형을 맞출 것으로 봤다. 이 기간 재고는 2,282만 포대로 4.9% 상승할 전망이다.
베트남은 극심한 가뭄 탓에 2023/24년 생산이 147만t으로 20% 감소해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베트남 통계청은 2025년 1~6월 커피 수출이 4.1% 증가한 94만3,000t이라며 회복 조짐을 시사했다. 다만 베트남커피·카카오협회(VICOFA)는 2024/25 생산 전망치를 2,650만 포대로 3월 12일 하향 조정했다.
스위스 원두 트레이더 볼카페(Volcafe)는 2025/26년 아라비카 공급부족이 850만 포대로 2024/25 시즌(550만 포대)보다 확대돼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 용어로 살펴보는 커피 시장
아라비카(Arabica)는 풍부한 향미와 낮은 카페인 함유량으로 고급 커피에 주로 사용되며, 고지대(600~2,000m)에서 재배된다. 로부스타(Robusta)는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아 인스턴트 커피나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활용된다. 두 품종은 기후 적응성과 가격 변동성이 달라 투자자에게 별개의 자산군으로 취급된다.
또한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 선물거래소를 운영하며 커피, 코코아, 설탕 등 농산물 선물을 상장한다. 거래소가 지정한 창고(ICE-monitored)는 실물 인도·배송을 위한 실시간 재고 지표로 기능해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 기자 해설: 단기적 가격 방향과 투자 시사점
기상재해 가능성과 브라질·미국 간 통상 마찰이 겹치면서 단기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펀드 순쇼트가 누적된 로부스타는 돌발적 쇼트커버 랠리에 민감하다. 다만 USDA가 제시한 중·장기 풍부한 공급 전망은 고점 매수의 리스크를 상기시킨다.
따라서 투자자는 브라질 커피벨트 기온·강수 레포트, ICE 재고 추이, 통상정책 변동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며, 스프레드 거래(아라비카-로부스타)나 옵션 전략을 통해 변동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서리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제한적 공급 쇼크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 회복과 재고 누적이 가격 상단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참가자는 헤지비용과 현물 조달 전략을 신중히 재점검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