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23일(현지시간) 파운드당 5.00센트(+1.69%) 오른 3.01달러에 장을 마쳤다. 같은 달 로부스타 커피(RMU25)도 톤(t)당 11달러(+0.33%) 상승한 3,331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2025년 7월 2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가격 강세는 브라질 내 주요 산지에 닥칠 가능성이 있는 서리(霜) 피해 우려가 직접적인 촉매 역할을 했다. 브라질 민간 기상업체 Climatempo는 이번 주 후반부터 남동부 고지대를 중심으로 강한 한랭전선이 남하해, 커피 벨트(coffee belt)에 속하는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사우파울루·파라나주 일부 지역에서 작물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저온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리는 원두 나무의 잎과 체리에 직접적인 세포 손상을 일으켜 장기간 수확량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2021년 7월 브라질 서리 사태 당시 아라비카 선물가는 1주일 만에 30% 넘게 급등했던 바 있다.주1
재고 흐름이 아라비카·로부스타 가격 차별화
반면 로부스타 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ICE 런던이 모니터링하는 로부스타 인증재고가 23일 기준 6,410계약(톤)으로 11.7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 주 만에 3%가량 증가한 수치다. 동일 기간 ICE 뉴욕이 관리하는 아라비카 인증재고는 806,062포대(60㎏ 기준)로 3개월 최저치로 내려앉으며 품목별 수급 격차를 부각시켰다.
Safras & Mercado는 7월 16일 기준 브라질 2025/26년산 커피 전체 수확 진도가 77%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74% 및 5년 평균치 69%를 웃도는 속도다.
세부적으로 보면 로부스타 수확률 93%, 아라비카 수확률 67%로, 조기 출하 압력이 가격의 상단을 눌렀다.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 Cooxupé 역시 회원사 기준 7월 18일 현재 59% 수확 완료를 보고했다.
펀드의 공매도 확대…쇼트 커버 가능성
ICE 유럽은 7월 15일 마감 주간 펀드의 로부스타 순쇼트(매도 초과) 포지션이 1,294계약으로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과매도 상태는 서리·수급 변수와 맞물릴 경우 급격한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브라질·베트남 수출 감소와 기상 악재
브라질 커피 수출업협회 Cecafé에 따르면 6월 브라질산 생두(green coffee) 총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한 230만 포대에 그쳤다. 이 가운데 아라비카는 27% 감소한 180만 포대, 로부스타는 42% 감소한 47만 6,334포대로 집계됐다.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산지 미나스제라이스는 7월 19일 종료 주간 강수량 ‘0’을 기록했다고 브라질 기상기업 Somar Meteorologia가 전했다. 한편 베트남 통계총국은 2024년 베트남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17.1% 줄어든 135만 톤이라고 발표했다. 베트남커피카카오협회는 올 3월 2024/25년 생산 전망을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하향했다.
글로벌 공급 전망 vs. 중장기 적자 우려
미국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발간한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도 세계 커피 생산량을 1억 7,868만 포대(전년 대비 2.5%↑)로 추정했다. 아라비카는 1.7% 감소한 9,702만 포대, 로부스타는 7.9% 증가한 8,165만 포대로 전망했다. 같은 보고서는 기말 재고가 4.9% 늘어난 2,281만 포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며 단기적으로 가격 하방 압력을 시사했다.
그러나 스위스 상사 볼카페(Volcafe)는 2025/26시즌 아라비카 공급 부족을 850만 포대로 추정, 5년 연속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기관별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는 서리·가뭄 등 기후 변수와 표본 산정 방식 차이에 기인한다.
정책 변수: 미·브라질 관세 이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브라질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세계 최대 아라비카 공급국인 브라질의 대미(對美) 수출 차질 가능성이 부각됐다. 업계에서는 해당 조치가 실효성을 갖추더라도 글로벌 선물가격에 미칠 영향은 ‘심리적 요인’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용어 설명 및 시장 영향
① 아라비카 vs. 로부스타
아라비카(학명 C. arabica)는 고지대에서 재배되며 산미·향미가 뛰어나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주력 품종이다. 로부스타(C. canephora)는 저지대에서 재배돼 카페인·클로로겐산 함량이 높고, 인스턴트 커피·에스프레소 블렌드용으로 사용된다.
② ICE 인증재고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 거래소에 입고된 원두를 무작위 샘플링해 품질·수분 함량을 검증한다. 인증을 통과한 원두만 선물 인도 대상이 되며, 재고 증감은 곧바로 실물 수급 및 선물 베이시스(basis)에 반영된다.
③ 쇼트 커버(Short Cover)
선물·옵션 시장에서 공매도(Short) 포지션을 가진 투자자가 손실 회피를 위해 거래를 청산(매수)하는 행위다. 과도한 순쇼트가 존재할 경우, 가격이 급등하면 매수 주문이 꼬리를 물어 급격한 랠리가 발생하기 쉽다.
전문가 시각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서리·가뭄 리스크, 중기적으로는 기말 재고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기후 변수에 따른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아라비카-로부스타 가격 스프레드 확대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수확률이 평년보다 빠르고 재고가 누적되는 국면에서 대규모 펀드매수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리스크 헷지(hedge) 관점에서는 서리 경보 기간에 옵션(콜·풋) 스프레드를 활용한 비대칭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현물 조달 측면에서는 브라질·베트남산 지속가능(ESG) 인증 원두 확보를 위한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복합적인 펀더멘털·정책 요인이 맞물린 커피 시장은 향후 몇 주간 기상 패턴과 투자자 포지션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 기업 및 투자자도 가격 트렌드뿐 아니라 환율·관세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