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 가격이 혼조세를 보였다. 9월물 ICE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전 거래일 대비 +2.70센트(+0.91%) 오른 반면, 9월물 ICE 로부스타 커피(RMU25)는 -35달러(-1.06%) 하락했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커피 산지에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한파(frost) 위험이 아라비카 가격을 떠받쳤다. 민간 기상 기관 Climatempo는 이번 주 후반 한랭전선이 브라질 주요 커피 벨트를 통과하며 작물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서리를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다.
반면 로부스타 가격은 재고 증가 압력에 눌렸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로부스타 재고는 이날 11.75개월 만의 최고치인 6,410 로트로 늘어났다. 반대로 ICE 모니터링 아라비카 재고는 3개월 만의 최저치인 807,856포대로 감소해, 두 품종의 수급 전망이 극명히 엇갈렸다.
브라질 수확 진척률도 가격 흐름에 영향을 줬다.
브라질 현지 분석사 Safras & Mercado는 7월 16일 기준 2025/26 절기 전체 커피 수확률이 77%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의 74% 및 5년 평균 69%를 웃도는 수준이다.
세부분석에 따르면 7월 9일 기준 로부스타는 93%, 아라비카는 67%의 수확이 완료됐다.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 Cooxupé 역시 7월 18일 기준 조합원들의 수확률이 59%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펀드의 과도한 로부스타 숏포지션이 변동성을 증폭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ICE 선물 유럽지사는 7월 15일 주간 보고서에서 펀드가 로부스타 순숏을 1,163계약 늘리며 2년 만에 최대인 1,294계약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쇼트 커버링이 발생할 경우 가격 반등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기상 변수도 가격 지지 요인이다. 브라질 민간 기상업체 Somar Meteorologia는 7월 19일로 끝난 주간 동안 미나스제라이스 주(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산지)에 강수량이 전무했다고 밝혔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개화 및 착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출 측면에서도 공급 축소 신호가 나온다. 브라질 커피수출협회 Cecafé는 6월 브라질산 원두 커피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한 230만 포대라고 발표했다. 아라비카(-27%)와 로부스타(-42%) 모두 급감했다.
정책 변수도 부각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브라질산 미국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세계 최대 아라비카 공급국의 물류 차질을 우려하게 만들며 가격에 상방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공급 확대 전망도 무시할 수 없다. 미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세계 커피 생산량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1억 7,868만 포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적으로는 아라비카가 1.7% 감소해 9,702만 포대, 로부스타가 7.9% 증가해 8,165만 포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5/26 기말재고도 4.9% 늘어난 2,282만 포대로 추정했다.
브라질의 2025/26 생산량은 0.5% 증가한 6,500만 포대로 예측됐으며, 베트남은 6.9% 증가한 3,100만 포대로 4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한편 베트남은 2023/24 작황이 가뭄으로 20% 감소해 147만 2,000t으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2024년 수출도 17.1% 감소한 135만 t였다.
시장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한파 리스크와 건조 기후가 가격을 지지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USDA가 제시한 풍부한 공급 전망이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스위스 커피 무역사 Volcafe는 2025/26 아라비카 시장이 850만 포대 적자를 기록해 5년 연속 공급 부족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용어 풀이
로부스타(Robusta)는 아라비카보다 카페인이 높고 맛이 강하며 주로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딩에 사용되는 품종이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 등에 선물거래소를 운영하며, 커피·코코아·설탕 등 소프트 상품의 글로벌 기준가격을 결정한다. 펀드 숏포지션은 가격 하락에 베팅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매도한 상태를 뜻하며, 숏커버링이 일어나면 매수가 몰려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