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한파·수출 급감 여파…커피 선물가 두 달 만의 최고치 급등

커피 선물 가격이 이번 주 내내 가파르게 상승하며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서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15.15센트(▲4.64%) 급등한 341.90센트에, 런던 ICE에서 9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는 117달러(▲2.86%) 오른 4,214달러에 장을 마쳤다. 일주일 누적 상승률은 각각 10.4%, 18%로 집계돼 시장 참가자들의 강력한 숏 커버링과 기술적 매수세가 확인됐다.

2025년 8월 17일(현지시간),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상승세는 브라질 커피 벨트에서 발생한 경미한 서리(霜) 피해, 브라질발 수출 급감, 그리고 ICE 창고 재고 감소라는 3대 근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시장에선 “겨울철 브라질 기상 리스크가 본격화될 경우 추가 랠리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라질 남동부 세라두 미네이루(Cerrado Mineiro) 지역에서 주초 관측된 서리는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한파가 파종기 커피나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로 인해 헤지펀드와 상업 거래자들은 매도 포지션을 서둘러 정리했으며 동시에 신규 매수 주문을 대거 유입했다.


수출ㆍ재고 동향

브라질 상무부는 7월 비가공(그린) 커피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4% 감소한 16만1,000t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업계 단체 세카페(Cecafe)도 같은 날 “7월 아라비카 수출은 21% 줄었고, 로부스타는 49%나 급감했다”고 밝혔다. 1월~7월 누적 수출량도 2,220만 포대로 21% 축소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다.

재고 측면에서도 공급 압박이 확인된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아라비카 창고 재고는 8월 14일 72만6,661포대로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 15일 73만1,739포대로 소폭 회복됐다. 로부스타 재고 또한 6,907계약으로 3주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

아라비카 선물 가격 차트

로부스타 선물 가격 차트

미국 관세 변수도 잠재 불확실성으로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브라질산 커피를 50% 추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았는데, 시행 시 브라질의 대미 수출이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현지 재고가 늘어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양한 기상ㆍ생산 변수

반면 브라질 일부 지역의 강수량 증가는 약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민간 기상사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8월 9일 종료 주간 미나스제라이스 주의 강수량이 4.8㎜로 평년 대비 1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극심한 건조 우려를 일부 완화했다.

수확 속도도 빠르다. 브라질 컨설팅사 사프라스&메르카두(Safras & Mercado)는 8월 6일 기준 2025/26 시즌 전체 커피 수확이 94% 완료됐다고 보고했다. 품종별로는 로부스타 99%, 아라비카 91%가 완료됐다.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 코옥수페(Cooxupé) 역시 80.4%의 진척률을 공표했다.

국제커피기구(ICO)는 6월 전 세계 커피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7.3% 증가한 1,169만 포대라고 발표했지만, 10월~6월 누적 수출은 0.2% 감소해 전반적으로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베트남 공급 전망

주요 로부스타 생산국인 베트남은 가뭄 심화로 2023/24 생산량이 147만2,000t(20% 감소)으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통계총국(GSO)에 따르면 2024년 커피 수출은 전년 대비 17.1% 줄어든 135만t에 그쳤다.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Vicofa)는 3월 12일 2024/25 생산 전망치를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2025년 1~7월 누적 수출은 105만t으로 6.9% 증가해 향후 실적 회복 여부가 주목된다.


장·단기 수급 전망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청(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사상 최대 1억7,868만 포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아라비카 생산은 1.7% 감소하고 로부스타 생산은 7.9%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 생산은 6,500만 포대(0.5% 증가), 베트남 생산은 3,100만 포대(6.9% 증가)로 전망했다. 세계 최종 재고는 2,281만9,000포대로 4.9%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스위스 커피 무역사 볼카페(Volcafe)는 2025/26 시즌 아라비카 공급 부족 규모가 850만 포대로, 2024/25 시즌 550만 포대보다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5년 연속 적자를 의미해 구조적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평가다.


아라비카·로부스타 차이 설명

아라비카(Arabica)는 고산지에서 재배되며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산미가 특징인 고급 품종이다. 반면 로부스타(Robusta)는 평지·저지대에서 재배돼 카페인이 높고 쌉싸래한 맛이 강하다. 로부스타는 인스턴트 커피나 에스프레소 블렌딩 원두로 주로 사용되며, 최근 세계적인 로부스타 수급 차질이 커피 시장 전반의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커피 선물 가격은 기상 리스크, 재고 흐름, 수확 진척, 관세 정책 등 거시·미시 요인에 따라 급격히 변동한다. 전문가들은 “브라질과 베트남의 생산 전망, 미국 관세 정책, 그리고 엘니뇨·라니냐 같은 기후 이벤트가 맞물리며 향후 수개월간 커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은 가격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유의하면서도, 장기적인 공급 부족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