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선물 가격이 브라질 증산 기대를 반영해 급락했다. 21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뉴욕 원당(세계 설탕 #11) 선물은 전장보다 -0.40센트(-2.38%) 떨어졌고, 같은 달 런던 ICE 백설탕(#5) 선물도 -12.40달러(-2.54%) 하락 마감했다.
2025년 7월 21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내 건조한 날씨가 사탕수수 수확·분쇄 작업을 앞당기면서 설탕 생산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곡물·원자재 분석업체 Datagro는 “건조한 기후 덕분에 브라질 설탕 공장이 사탕수수 분쇄를 확대하고 있으며, 기존보다 이익률이 높은 설탕 생산에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정보업체 Covrig Analytics는 브라질 남·중부 공장들이 이달 상반기에 가용 사탕수수의 54%를 분쇄할 것으로 추산하며, 이를 통해 추가 320만t의 설탕이 국제 시장에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개월 간 이어진 약세와 구조적 공급 과잉 전망
지난 3개월 동안 설탕 가격은 꾸준히 하락해 뉴욕 원당은 이달 초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런던 백설탕은 거의 4년 만의 최저치를 각각 기록했다. 가장 큰 배경은 2025/26 시즌 글로벌 공급 과잉(서플러스) 전망이다.
6월 30일, 국제 상품 트레이더 Czarnikow는 2025/26 시즌 전 세계 설탕 공급이 750만t 흑자로 8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농무부(USDA)도 5월 22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도 세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1억8,931만8,000t(역대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세계 최종 재고도 7.5% 늘어난 4,118만8,000t으로 예상했다.
브라질·인도·태국 등 주요 생산국 증산 전망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공급 과잉 가능성에 베팅해왔다. 실제로 USDA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2025/26 브라질 생산량을 2.3% 늘어난 4,470만t, 인도는 우호적인 몬순(우기) 영향으로 25% 급증한 3,530만t, 태국은 2% 증가한 1,030만t으로 각각 전망했다.
단기 수요 호재에도 무게 실리는 공급 변수
단기적으로는 수요 지표도 호재를 제공했다. 지난주 뉴욕 원당은 1.5개월, 런던 백설탕은 1.75개월 만에 고점을 찍었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량이 전년 대비 1,435% 급증한 42만t으로 나타난 영향이 컸다.
“미국 내 설탕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코카콜라에 옥수수 과당 대신 사탕수수당을 사용하기로 코카콜라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 경우 미 국내 설탕 소비가 현재 1,100만t에서 1,150만t으로 4.4%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브라질·인도·태국의 증산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브라질 설탕산업협회(Unica)는 6월까지 누적된 2025/26년 남·중부 지역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3% 감소한 1,224만9,000t이라고 발표했지만, 최근 생산 가속화로 향후 감산 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브라질 정부 산하 농업통계청 Conab은 2024/25 시즌 브라질 설탕 생산이 작황 부진으로 3.4% 줄어든 4,411만8,000t이라고 밝혔으나, 이번 건조 기후로 수확·분쇄 일정이 평년보다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생산 회복을 선반영 중이다.
인도·태국 증산 시나리오와 몬순 영향
인도는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이다. 인도 협동조합 설탕공장연맹(NFCSF)은 6월 2일, 2025/26년 생산량이 19% 늘어난 3,5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전년(2,620만t) 대비 17.5% 감소했던 생산량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얘기다.
인도 기상청(IMD)은 올해 6월 강수량이 평년 대비 9% 많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7월 역시 평년 이상 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풍부한 몬순은 사탕수수 생육에 직접적인 호재다.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인 태국의 경우,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SB)는 5월 2일 2024/25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000만t으로 나왔음을 보고했다. 2025/26 시즌에는 1,030만t(+2% YoY)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기구·기관 전망 비교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보고서에서 2024/25 글로벌 설탕 공급 부족을 547만t(9년 만에 최대)으로 상향 조정했다. 전년도에는 131만t 흑자를 기록했으나, 2024/25에는 적자로 전환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ISO도 2025/26 전망에 대해선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브라질·인도·태국의 회복이 시장을 재차 공급 과잉 국면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ISO의 단기 적자 전망과 USDA·Czarnikow의 중·장기 흑자 전망이 상충된다”며, 향후 6~12개월 간 생산·소비·기상 변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
선물계약 용어 설명*
* 세계 설탕 #11(Sugar #11) 선물은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당(정제 전 원심당) 국제 벤치마크다. 가격 단위는 미 달러/파운드(lb)로 표시되며, 주로 브라질·태국산 원당이 인도된다.
백설탕 #5 선물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며, 이미 정제된 백설탕 가격을 달러/톤으로 산출한다. 아시아·유럽 거래자들이 가격 헤지와 투자 목적에 널리 활용한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전략
국제 설탕 시장을 추적해 온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가격은 브라질·인도·태국이 예고한 증산 물량 상당 부분을 선반영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향후 엘니뇨·라니냐 등 기후변동, 원·달러 환율, 에탄올 수요 변화가 가격 변동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브라질 내 에탄올 혼합 의무비율 정책, 인도의 설탕 수출 제한·보조금 정책, 태국의 사탕수수 가격 보조 정책 등이 정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당·백당 선물은 중기적으로 15~20센트/lb 구간에서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헤지펀드·제조업체·음료업체 등 실수요자는 과잉공급 전망에도 불구하고, 단기 기상 악재나 정책 변수에 대비해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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