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선물가격이 브라질의 생산 증가 신호에 다시 한 번 하락세를 보였다. 30일(현지시간) 뉴욕 ICE 10월 인도 원당(#11) 선물은 전장 대비 -0.14센트(-0.84%) 하락한 파운드당 16.46센트에, 런던 ICE 10월 백설탕(#5) 선물은 -5.30달러(-1.12%) 밀려난 톤당 465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2025년 7월 3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농축산부(MAPA)는 최근 15일 동안 설탕 생산량이 339만 t(약 3.4 MMT)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우며 시세를 압박한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브라질 공급 확대 재료에도 WTI 유가가 5주 만의 최고치로 올라선 점은 낙폭을 다소 제한했다. 유가 상승은 에탄올 가격을 동반 부양해 브라질 설탕 공장들이 사탕수수를 설탕보다 에탄올로 전환할 유인을 높인다. 이 경우 설탕 공급이 일부 억제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수요 측면에서도 반등 조짐이 감지된다. 최근 4년 최저가로 떨어진 가격 덕에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한 42만 t를 기록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에서 판매되는 코카콜라에 고과당 옥수수 시럽 대신 사탕수수당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 조치가 미국 내 설탕 소비를 현재 1,100만 t에서 1,150만 t로 약 4.4%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브라질, 인도, 태국의 증산 전망
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변수는 역시 브라질이다. 컨설팅 업체 Datagro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제당 공장들이 사탕수수 수확과 분쇄를 앞당기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업체 Covrig Analytics에 따르면, 브라질 센터남부 지역 공장들은 이달 상반기에 수확 가능한 사탕수수의 54%를 분쇄해 추가로 320만 t의 설탕을 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인도도 변수로 떠올랐다. 블룸버그는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새 농업연도에 설탕 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도 기상청(IMD)은 7월 27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이 440.1mm(평년 대비 +8%)라고 발표했다. 인도협동조합제당공사(NFCSF)는 2025/26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 t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3위 생산국 태국도 2024/25년 생산량이 1,000만 t(전년 대비 +14%)로 늘었다고 태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가 밝혔다. 이처럼 주요 3개 생산국에서의 증산이 예고되며 시장은 대규모 공급 과잉(surplus) 시나리오를 재차 반영하고 있다.
상품 중개사 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년도 글로벌 설탕 잉여가 750만 t로 8년 만의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달 미국 농무부(USDA)도 반년마다 발간하는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을 전년 대비 4.7% 증가한 1억 8,931만 t로, 기말 재고를 7.5% 늘어난 4,119만 t로 내다봤다.
반면, 단기적 공급 차질 요인
브라질 설탕산업협회(UNICA)는 6월 말까지의 누적 생산량이 1,224만 t로 전년 대비 14.3% 감소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농업공급공사(Conab) 역시 2024/25년 생산이 가뭄과 폭염으로 -3.4% 줄어든 4,411만 t에 그쳤다고 집계했다. 이런 단기적 감소는 가격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보고서에서 2024/25년 세계 설탕 수급이 547만 t 적자로 9년 만에 최대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며, 생산 전망치를 1억 7,480만 t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2023/24년에는 131만 t 흑자가 발생한 바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흑자→적자→흑자 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 해설: ‘NY 원당 #11’과 ‘London 백설탕 #5’란?
NY ICE ‘#11’은 원당(정제 전 사탕수수당) 선물로, 국제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지표 상품이다. 런던 ICE ‘#5’는 백설탕(정제당) 선물로,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수입업체들이 가격 헤지에 활용한다. 두 상품 모두 선물 월물마다 거래되며, 주로 브라질·태국·인도산 사탕수수를 기초로 삼는다.
한편, 원유·에탄올·설탕 삼각 관계도 주목해야 한다.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설탕과 에탄올로 탄력적으로 전환할 수 있어, 유가가 오르면 에탄올 생산 비중을 높이고 설탕 공급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WTI(서부텍사스유) 선물 가격까지 함께 모니터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