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중앙은행, 기준금리 15%로 세 번째 연속 동결… ‘매우 장기간’ 동결 메시지 고수

브라질리아(로이터) — 브라질 중앙은행이 수요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세 번째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당국은 현 수준의 차입비용을 “매우 장기간(very prolonged)” 유지하는 전략만으로도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재확인했다.

2025년 11월 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Copom)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인 셀릭(Selic) 금리를 연 1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06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며, 10월 27~31일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에 응한 이코노미스트 40명 전원이 예상한 결과였다.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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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mittee evaluates that maintaining the interest rate at its current level for a very prolonged period will be enough to ensure the convergence of inflation to the target.”

이는 직전 회의보다 문구가 소폭 수정된 것으로, 정책당국자들이 현 동결 전략의 충분성에 대해 이전보다 더 높은 확신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선 회의에서는 동결 기조만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 “계속 평가하겠다”고 밝혔었다.

중앙은행은 현재 환경을 목표치 3%에 비해 앵커링되지 않은 기대인플레이션, 높은 물가 전망, 견조한 경제활동, 그리고 노동시장 압력이 맞물린 국면으로 규정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목표에 단단히 고정되지 못한 채 위로 치우쳐 있고, 실물 지표 또한 완전한 둔화로 보기 어렵다는 당국의 인식을 반영한다.

아울러 필요할 경우 금리 인상에 주저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그대로 유지해 매파적(hawkish) 스탠스를 분명히 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최대 경제가 기대와 부합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한 상태임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은 정부가 한동안 중앙은행을 향한 공개 비판을 자제해오다가, 최근 들어 높은 차입비용에 대해 보다 직설적 비판을 강화한 가운데 나왔다. 중앙은행은 올해 1월부터 Gabriel Galipolo 총재가 이끌고 있으며, 그는 좌파 성향의 대통령 Luiz Inacio Lula da Silva가 지명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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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장관 Fernando Haddad화요일 금리 인하를 촉구하면서, 실질금리(real rates) 10%는 “make no sense”라고 말했다.

“real rates of 10% make no sense.”

한편, 정책당국자는 7월에 공격적 긴축 사이클을 중단했다. 해당 사이클은 소비자물가를 목표에 복귀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누적 450bp 인상해 온 흐름이었다.


핵심 의미: ‘매우 장기간’ 동결 메시지의 정책 신호

“매우 장기간”이라는 표현은 단기적·점진적 완화가 아닌 장기적 동결을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한다는 신호다. 동시에 “필요 시 인상” 옵션을 병기함으로써, 물가·기대인플레이션의 상방 리스크가 재부상할 경우 추가 긴축으로의 경로 전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조합은 조기 완화 기대를 억제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만장일치 결정과 이코노미스트 전원 일치 전망이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컨센서스는, 정책기조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며 시장 커뮤니케이션의 신뢰도를 강화한다. 직전 회의의 “평가 지속” 문구에서 이번 회의의 “충분하다”는 표현으로의 이동은, 중앙은행이 현 제약조건(높은 기대인플레, 견조한 수요·노동)을 고려할 때 현 수준 유지가 목표 달성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용어 설명: 한국 독자를 위한 핵심 개념 정리

셀릭(Selic) 금리: 브라질의 기준금리로, 금융시장 전반의 차입·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은 셀릭 금리를 통해 실물경제와 물가에 파급된다.

Copom(통화정책위원회): 브라질 중앙은행 내 금리 결정기구다. 한국의 금통위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는다.

bp(베이시스 포인트): 금리 단위를 뜻하며, 1bp=0.01%p다. 예를 들어 100bp는 1%포인트를 의미한다.

실질금리(real rate):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금리다. 실질금리가 높을수록 차입 비용의 체감 부담은 커지고, 경기에는 하방 압력을 준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앵커(anchoring): 경제주체가 장기 물가경로를 중앙은행 목표에 맞춰 인식하는 정도를 말한다. 앵커가 약하면 임금·가격 결정에 상방 편향이 생길 수 있다.

매파적(hawkish) 스탠스: 물가안정을 최우선시해 긴축 기조를 선호하는 태도를 지칭한다. 반대 개념은 완화적(dovish)이다.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함의와 점검 포인트

브라질 중앙은행은 “장기 동결”“필요 시 인상”을 동시에 강조하며, 인플레이션 기대의 재앵커링과 물가 경로의 확실한 하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경제활동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강세가 유지되는 국면에서, 성급한 완화가 기대인플레이션을 다시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계심의 표현으로 읽힌다.

정부 측의 차입비용 비판과 중앙은행의 독립적 판단긴장은 브라질 정책 환경의 상수로 남아 있다. 다만 본회의의 만장일치 동결과 ‘매우 장기간’ 문구 유지·강화는, 통화당국이 물가 목표(3%) 복귀를 향한 정책 일관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음을 재확인시킨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대인플레이션의 앵커링 진전 여부. 둘째, 노동시장 압력의 완화 속도. 셋째, 경제활동 둔화가 물가경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들 지표가 목표 경로와 조응할수록, 중앙은행의 ‘장기 동결’ 판단은 더 큰 설득력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