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연방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브라질 중앙은행(BCB) 총재 가브리엘 갈리폴로(Gabriel Galipolo)는 정책 결정이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이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다음 통화정책 결정에 관해 어떠한 구체적 신호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갈리폴로 총재는 다음 달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모든 정책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하면서 기준금리의 향후 방향에 대해 어떠한 안내도 내놓지 않았다. 중앙은행은 물가를 목표치인 약 3% 부근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거의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기준금리 15%를 유지하고 있다.
갈리폴로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
이는 내가 어떤 조치를 취하라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문을 닫는 것도 아니다
“라고 말하며 중앙은행은 향후 조치에 관해 안내(signal)를 주기보다는 추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금리 결정은 단일 요인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며 이 점은 인플레이션 전망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루라 다 실바(유명 약칭: 루라) 대통령은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하면서도 “곧 완화(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 루라 대통령은 “
비가 오려는 냄새를 맡을 수 있듯이, 나는 아주 곧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고 말했다.
루라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갈리폴로를 중앙은행 총재로 지명한 이후 기존에 중앙은행을 강하게 비판하던 기존 태도를 다소 완화했다. 갈리폴로는 올해 1월에 전임 총재인 로베르토 캄포스 네토(Roberto Campos Neto)를 대체했다. 캄포스 네토는 전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의 인사였다.
갈리폴로는 “중앙은행은 자율성을 가진다. 나는 갈리폴로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결정은 그에게 달려 있다. 나는 그가 지금 내가 호흡하는 같은 공기를 쉬고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은행의 완화(금리 인하) 사이클이 내년 3월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일부는 1월에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제기하고 있다. 갈리폴로 총재는 중앙은행이 향후 행보에 대한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않는 문구를 고의로 선택했다고 밝히며 “우리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은행은 같은 날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2027년 3분기 기준으로 3.2%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가 정책결정자들이 목표치 ‘약 3%’에 충분히 근접한 것으로 판단되면 1월부터 완화 사이클을 시작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갈리폴로 총재는 해당 수치가 목표에 ‘근접하다(around the target)’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갈리폴로 총재는 또한 정책 결정자들이 특정 문구가 정책 행동의 트리거(trigger)로 해석될 수 있다는 기대를 만들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움직이자 시장 참가자들이 인플레이션 전망 등 다른 요소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경제정책국장 디오고 길렌(Diogo Guillen)은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기계적(mechanistic) 관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우리는 데이터를 소비할 것이다. 이는 어떤 것을 예측하거나 신호를 보내려는 시도보다 더 가치 있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 접근은 중앙은행이 정책 결정을 내릴 때 최근의 경제지표와 전망을 바탕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완화 사이클(easing cycle)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기준금리는 은행 간 초단기 대출금리의 목표치로서 가계와 기업의 대출·예금 금리, 채권 수익률, 환율 등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준다.
정책적 함의 및 시장 영향 분석
첫째, 중앙은행이 명확한 인하 신호를 내놓지 않고 “데이터를 더 보겠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금융시장에 모호성을 남겨 단기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데이터, 고용지표, 국제상품가격 및 환율 움직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만약 중앙은행이 내년 초 완화 사이클을 시작한다면 국내 채권 수익률은 하락(채권 가격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고, 이는 국가부채의 이자비용 부담을 줄여 정부 재정 여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인하의 시기가 지연될 경우 채권 금리와 외환시장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셋째, 금리 인하는 통상적으로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해 경제 성장률을 지지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흔들리거나 국제금융여건이 악화되면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실물부문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넷째, 중앙은행이 “특정 문구가 정책 트리거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커뮤니케이션(언어적 신호)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음을 시사한다. 시장은 단순한 정책 수치뿐만 아니라 의제 설정에 사용된 언어에 의해서도 빠르게 포지셔닝을 바꾼다.
마지막으로, 루라 대통령의 공개적 기대 표명은 정치권이 통화정책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그는 명확히 중앙은행의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중앙은행 정책 결정은 여전히 기술적이고 데이터 기반의 접근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
갈리폴로 총재의 발언은 중앙은행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시장의 예상이 분분한 가운데 정책 당국은 추가 정보를 반영해 결정을 내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단기적으로는 경제지표와 국제금융여건이 정책 전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며,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채권·주식·환율 시장 전반에 걸친 재평가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