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재무부가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피해를 본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95억 헤알 규모의 특별 재정 지출을 마련하고, 이를 연방 재정 목표(Fiscal Target) 계산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보도에 따르면, Dario Durigan 브라질 재무부 차관(Executive Secretary)은 기자회견에서 해당 계획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했다.
재정 제외 대상은 총 95억 헤알(미화 약 17억6천만 달러)이다. 이 가운데 45억 헤알은 국책은행(BNDES 등)이 운용하는 정부 기금에 대한 출자를 통해 기업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쓰이고, 나머지 50억 헤알은 2026년까지 수출업체 세제환급 프로그램인 “Reintegra”를 통한 세제 감면에 투입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시장에서 갑작스럽게 관세 부담이 커진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한편, 정부의 신(新) 재정 프레임워크(New Fiscal Framework)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두리간 차관은 설명했다.
• ‘Reintegra’ 프로그램이란?
브라질 정부가 2011년 도입한 Reintegra(수출세 환급) 제도는 해외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국세 부담분을 일정 비율 현금 또는 세액공제로 환급해 주는 제도다. 이번 지원은 해당 환급률을 한시적으로 높여 관세 인상분을 상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라질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 가능한 균형 재정’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워 왔다. 신재정프레임워크에 따르면, 지출 증가율은 전년도 실질 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조합한 상한선 내에서 제한된다. 그러나 재정당국은 “예외 조항”을 활용해 국가적 긴급 상황·구호·투자 목적 지출을 목표 계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이번 계획이 시행되면, 당초 올해 0%로 설정된 경상수지 흑자 목표 달성 방식이 일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 지출이 시장 심리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균형 재정’ 기조가 흔들리지 않는지가 향후 헤알화·국채금리 흐름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한다.
전문가 시각
브라질 카타비우 경제연구소(IE-Cathabiu)의 주앙 비에이라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이 숨통을 틀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여력 약화가 투자자 신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2026년 이후 환급률이 정상화될 경우, 업계가 관세·물류·환율 리스크를 어떻게 흡수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상파울루 소재 국제무역법률사무소의 마리아 프라가 변호사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출 지원 여지를 최대한 활용한 모범 사례”라며 정부의 결정이 통상 마찰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경: 미국의 관세 인상
2025년 들어 미국 정부는 자국 제조업 보호를 명분으로 철강·알루미늄·농산물 등 다수 품목에 대해 평균 15%p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브라질 산업계는 해당 조치로 수출 단가가 최대 12% 상승했다고 추산하고 있으며, 특히 남동부 공업지대(미나스제라이스·에스피리투산투주)의 철강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브라질 재무부·개발부·농업부는 “3각 협의체”를 꾸려 관세 충격 완화 방안으로 재정 지원·무역 다변화·생산성 제고 세 가지 축을 제시했다. 이번 95억 헤알 지원 패키지는 그 중 재정 지원 축에 해당한다.
재정투명성운동 등 시민단체는 “정부가 지출 제외 예외 규정을 편의적으로 남용할 위험”을 지적하며 의회 심사 과정에서 예외 적용 기준의 명확화를 촉구하고 있다.
향후 절차
정부는 긴급절차 우선법안(PLN) 형식을 띤 해당 법안을 연방의회 양원(상원·하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상·하원 동시 가결에는 단순 과반이 필요하나, 야당은 지출 제외 범위가 과도하다며 표결 지연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 전망
브라질 현지 증권사 BTG파울루는 메모에서 “패키지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0.09%에 불과해 단기 재정 불안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추가 지출이 누적되면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브라질 국채10년물 금리가 이미 연 10.9%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재정 확장의 시그널은 헤알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자 의견
본 기자는 브라질 정부가 ▲대내적으로는 경기 부양과 정치적 지지 확보,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한 대응이라는 복합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향후 연준 통화정책·국제 원자재 가격 등 변수를 고려할 때, 재정 여력 소진 속도가 빨라질 경우 헤알화 변동성이 확대되고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균형 재정’ 서사가 시장 신뢰를 계속 얻으려면, 추가 지출의 투명성·일회성·성과 지표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편, 두리간 차관은 “정부는 매 분기 재정집행 실적을 공개해 의회·국민 감시를 받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