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 “15% 고금리 영향 가시화…경제 둔화 폭 예의주시”

상파울루, 로이터발 – 브라질 경제부 경제정책국길레르미 멜루 국장은 8일(현지 시각) “최근의 고금리 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기 시작한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각종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멜루 국장은 상파울루에서 뉴스 플랫폼 JOTA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실효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올해 성장률 전망은 약 2.5%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중앙은행(BCB)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 20여 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며, 7차례 연속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던 공격적 긴축 사이클을 일시 중단한 조치다. 중앙은행은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 같은 고금리를 유지해 왔으며,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은 소비와 투자를 둔화시켜 물가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15% 기준금리’가 의미하는 바

기준금리는 브라질 금융시장에서 ‘셀릭(Selic) 금리’로 불린다. 이는 은행 간 초단기(오버나이트) 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로, 모든 시중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15%라는 수치는 기업·가계대출금리, 국채 수익률 등 금융 전반의 비용을 끌어올려 소비 심리 및 기업 투자 의사결정을 위축시킨다. 멜루 국장의 발언은 통화정책 파급 효과가 실물경제, 특히 고용·소비·산업생산 부문에서 이미 감속 조짐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정부는 최근 지표를 세밀하게 점검해 영향 범위가 예상보다 광범위한지를 판단할 것”이라면서, 필요할 경우 “재정정책·미시규제 조정” 등 정책 수단을 검토할 여지를 내비쳤다. 다만 구체적 대응방안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 성장률 2.5% 전망, 현실성은?

멜루 국장이 제시한 2.5% 성장률 전망은 브라질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공식 목표와 일치한다. 기준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견조한 내수 소비, 농산물 수출 호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고금리가 본격적으로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둔화시키면 연말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통화정책은 예상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어쩌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나타나고 있다.” – 길레르미 멜루 브라질 경제정책국장

멜루 국장은 발언을 통해 중앙은행의 ‘빠른 긴축→물가 진정→성장 둔화’ 경로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성장 전망을 고수한 까닭으로 공공투자 확대, 사회보장성 지출, 농업 부문 수출 기여 등을 제시했다.


■ 고금리 정책의 메커니즘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 금리도 상승해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진다. 가계는 주택·자동차·신용대출을 줄이고 소비를 보류하게 되고, 기업은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한다. 그 결과 총수요가 둔화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된다. 이러한 과정은 통상 6개월에서 18개월 가량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멜루 국장이 “영향이 예상보다 빠르다”고 평가한 것은, 물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선제 대응’이 조기에 실물부문을 압박하고 있음을 뜻한다.

브라질은 2000년대 초중반 쌍자방 정책(저금리·재정확대)을 통해 고성장 국면을 경험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정치·재정 불안으로 성장률이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 이후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화에 방점을 찍으며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 왔다. 15%라는 수준은 해당 기간 최고치 중 하나로,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한다.


■ 향후 관전포인트

1) 물가 상승률: 고금리 유지에도 물가가 목표치를 웃돌 경우, 중앙은행이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브라질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는 연 3%대(±1.5%p)로 알려져 있다

2) 고용·소비 지표: 실업률 상승, 소매판매 감소가 확인되면 성장률 전망이 하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3) 정부의 재정·정책 대응: 성장 둔화가 뚜렷해지면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나 구조개혁 카드로 대응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브라질 정부는 ‘인플레 진정’‘성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20년 만의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파산 증가·실업 확대 등 부작용이 누적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멜루 국장의 발언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데이터 중심의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표가 예상 범위를 벗어나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발표를 마쳤다.

※전문가 해설
‘고금리’(High Rates)란 통화당국이 정책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설정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는 전략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소비·투자·대출을 억제해 물가 상승률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성장 둔화를 유발할 수 있어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