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커피 가격이 2주 넘게 이어진 강세를 또 한 번 확장했다. 12월물 아라비카 커피는 21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3.27% 오른 11.55센트 상승하며 파운드당 3개월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고, 9월물 로부스타 커피도 2.41% 오른 112달러 뛰어 2.75개월 만의 고점을 재차 경신했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급등은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산지인 미나스제라이스(Minas Gerais) 지역의 가뭄과 지난주 서리 피해가 결합해 헤지펀드 매수를 끌어낸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민간기상업체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8월 16일까지 일주일 동안 해당 지역에 강수량이 ‘전무했다’고 밝혔고, 이는 생육 후반부를 맞은 커피나무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수급 불안은 미국 시장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바이어들이 브라질산 원두에 부과된 50% 고율 관세를 이유로 신규 계약을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원두 커피의 약 3분의 1이 브라질산이라는 점에서 ‘공급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는 현물 시장에서도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8월 6일 브라질 통상부는 7월 미가공 커피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4% 감소한 16만1,000t이라고 발표했다. 브라질 커피수출협의회(Cecafe)의 추가 자료에 따르면 같은 달 아라비카 수출은 -21%, 로부스타 수출은 -49% 급감했고, 1~7월 누적 수출도 -21% 줄어든 2,220만 포대에 머물렀다.
재고 흐름도 빡빡하다. ICE가 관리하는 아라비카 공인창고 재고는 지난주 72만6,661포대로 1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찍은 뒤 72만9,829포대까지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로부스타 재고 또한 6,647계약으로 4주 최저치에 내려앉아, 7월 말 기록한 2년 최고치(7,029계약)를 밑돌고 있다.
다만 태평양 연안 작황은 수확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단기적으로는 공급압력이 존재한다. 브라질 최대 커피조합 코옥스페(Cooxupé)는 8월 15일 기준 조합원 전체 수확률이 86.1%라고 밝혔다. 컨설팅업체 사프라스 앤 메르카두(Safras & Mercado) 추정치 역시 로부스타 99%, 아라비카 91%로 전년보다 빠른 진척도를 제시한다.
용어·배경 설명
아라비카·로부스타는 커피 두 품종을 의미한다. 아라비카는 주로 중남미 고지대에서 재배되며 향미가 풍부한 대신 병충해에 약하고 가격이 높다. 로부스타는 동남아·아프리카 저지대에서 많이 생산되며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하지만 생산비가 낮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선물은 세계 최대 농산물·원자재 파생상품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표준화된 계약을 뜻한다. 1포대(‘bag’)는 60㎏을 의미하며, 1계약(lot)은 아라비카 37,500파운드·로부스타 10t 등이 표준이다.
국제 통계와 전망
국제커피기구(ICO)는 8월 6일 6월 전 세계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7.3% 증가한 1,169만 포대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4/25 마케팅연도(10월~6월) 누적 수출은 -0.2% 감소한 1억414만 포대에 그쳤다.
베트남은 2023/24 작황에 20% 생산 감소라는 가뭄 충격을 받았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연간 커피 수출은 -17.1% 감소한 135만t,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Vicofa)는 2024/25 생산 전망치를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내려 잡았다. 반면 2025년 1~7월 수출은 오히려 6.9% 늘어난 105만t으로 집계돼, 생산 감소에도 재고 방출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 세계 커피 생산이 사상 최대인 1억7,868만 포대로 2.5% 증가할 것으로 봤다. 품종별로는 아라비카가 -1.7% 감소한 9,702만 포대, 로부스타는 7.9% 증가한 8,166만 포대로 엇갈릴 전망이다. 브라질 생산은 0.5% 늘어난 6,500만 포대, 베트남은 4년 만에 최대치인 3,100만 포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스위스 커피무역업체 볼카페(Volcafe)는 2025/26 시즌 아라비카 공급 부족 규모가 850만 포대에 달해 5년 연속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은 제2·제3 산지(베트남·콜롬비아) 재고 방출로 다소 꺾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후 불확실성과 브라질·베트남 재정 정책(관세·환율)이 가격 상방을 지지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글로벌 로부스타 수급 개선이 예상보다 더딜 경우 아라비카 가격이 추가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추가적으로 미국은 50% 관세가 유지될 경우 차인음료 산업 전반에 가격 전가 압력이 가중될 수 있으며, 이는 소비자물가(CPI) 세부 항목에서 ‘커피 및 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라니냐(La Niña) 재진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남미 기상 호조가 돌아온다면 2026년 이후 공급 여건은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편,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 기자는 “보도 시점 기준 기사에 언급된 어떤 종목에도 직접·간접 투자를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투자 자문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