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 가격이 다시 한 번 가파르게 미끄러졌다. 29일(현지 시각)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전일 대비 -8.15센트(-2.70%) 하락했고,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9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는 -44달러(-1.31%) 떨어졌다.
2025년 7월 2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의 본격적인 수확 시즌이 속도를 내면서 전 세계 커피 공급 확대 기대가 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다.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인 쿠슈페(Cooxupé)는 회원 농가 기준 7월 25일 현재 수확률이 67%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어 민간 조사기관 사프라스앤메르카도(Safras & Mercado)는 7월 23일 기준 브라질 전체 2025/26년 재배분 수확률이 84%로, 전년 동기 81%와 5년 평균 77%를 웃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로부스타는 96%, 아라비카는 76%의 수확이 완료됐다.
아라비카(주로 고지대에서 재배되며 향미가 섬세하고 산미가 두드러지는 품종)와 로부스타(저지대 재배,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한 품종)는 품질·가격·수급 요인에서 차이가 크다.
아라비카는 전통적으로 고급 커피 원두 시장을, 로부스타는 대량 소비 및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주도한다.
이 같은 특성이 투자자들의 선물 포지셔닝에도 큰 변수를 제공한다.
커피 가격은 최근 3개월 동안 꾸준히 약세를 보였다. 이달 초 아라비카는 8개월 만의 최저치로, 로부스타는 1년 3개월 만의 최저치로 각각 내려앉았다. 6월 25일 미국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서비스(FAS)는 2025/26년 브라질 커피 생산량이 전년 대비 0.5% 증가한 6,500만 포대(60㎏ 기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베트남 생산량 역시 4년 만의 최대치인 3,100만 포대(전년 대비 6.9% 증가)로 예측돼 추가 약세 압박이 형성됐다.
최근 브라질 중남부를 중심으로 한 강우도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현지 기상업체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는 세계 최대 아라비카 산지 미나스제라이스주가 7월 26일까지 한 주 동안 3.5㎜의 강우를 기록해 평년 대비 200% 이상 많았다고 밝혔다. 건조 피해 우려가 다소 해소된 셈이다.
다만 시장은 미·브라질 무역협상 결과도 예의주시한다. 이번 주 금요일(8월 1일)까지 양국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브라질산 일부 제품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단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선물시장 포지션도 주목된다. ICE 유럽은 7월 22일 기준 로부스타 선물에 대한 펀드 순매도 포지션이 4,628계약으로 2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과도한 숏(매도) 포지션은 단기 쇼트 커버링 랠리(손실 회피를 위한 매수 전환 시 급등)를 촉발할 수 있다.
반면 ICE 모니터링 재고는 엇갈렸다. 로부스타 재고는 7월 28일 7,029로트로 1년래 최고치로 늘어난 반면, 아라비카 재고는 80만 326포대로 3.2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 측면에서는 호재와 악재가 교차한다. 브라질 커피 수출협회(세카페·Cecafe)에 따르면 6월 브라질 녹색커피 총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한 230만 포대에 그쳤다(아라비카 -27%, 로부스타 -42%). 공급 타이트닝 요인이지만, 글로벌 재고 및 생산 증가 기대가 이를 상쇄하고 있다.
베트남 상황도 변수다. 2023/24년 극심한 가뭄 여파로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147만 2,000톤(4년 만의 최저)을 기록했으며, 2024년 수출 역시 17.1% 감소한 135만 톤에 머물렀다. 그러나 베트남 통계청은 올해 1~6월 수출이 4.1% 증가한 94만 3,000톤이라고 발표해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USDA는 6월 25일 세계 커피 생산량이 2025/26년 1억 7,868만 포대로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로부스타 생산이 7.9% 급증(8,165만 8,000포대)해 아라비카 감소폭(-1.7%)을 상쇄할 것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2025/26년 말 재고는 4.9% 늘어난 2,281만 9,000포대로 예상됐다.
스위스 커피 무역사 볼카페(Volcafe)는 별도 보고서에서 2025/26년 아라비카 시장이 -850만 포대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며, 5년 연속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가격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자 해설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브라질·베트남 생산 증가와 재고 확대가 가격을 눌러, 선물 시장의 저점 탐색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로부스타 펀드 숏 포지션 누적, 아라비카 재고 감소, 무역 분쟁 리스크 등은 불씨를 남겨 두고 있다. 관건은 8월~9월 북반구 성수기(아이스커피 수요)와 브라질 커피 벨트의 개화기 날씨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라비카·로부스타 스프레드, 브라질 헤알화 변동성, 그리고 ICE 재고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로부스타는 쇼트 커버링이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 폭이 클 수 있으므로, 위험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
국내 커피 산업 종사자는 원두 조달 시점을 분산하고, 환헤지 및 선물·옵션을 활용해 원가 변동 리스크를 완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스페셜티 커피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 확대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 아라비카·로부스타 등 전문 용어 설명
아라비카(Arabica)는 고지대에서 재배돼 풍부한 향미와 산미를 지닌다.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의 약 60%를 차지하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로부스타(Robusta)는 저지대에서 자라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하다. 생두 가격이 저렴해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드 용도로 널리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