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선물가격이 1주 만의 최저치로 후퇴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 ICE 원당 10월물(#11)은 전장 대비 -0.19센트(-1.16%) 떨어진 16.20센트에 마감됐고, 런던 ICE 백설탕 10월물(#5)도 -4.50달러(-0.94%) 내린 475.50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1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브라질 제당공장(밀)들이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코브리그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는 “최근 건조한 기상 여건으로 사탕수수 당도가 높아지면서, 브라질 밀들은 설탕 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브리그 측은 “수확이 절정에 달하는 8~9월에도 동일한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사탕수수를 더 많이 파쇄(crushing)해 설탕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로, 에탄올(주로 연료용)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설탕 공급 증가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브라질 작황·생산 동향
지난주 뉴욕 원당 가격은 브라질 작황 부진 우려로 2개월 만의 고점을 터치한 바 있다. 하지만 브라질 사탕산업협회 유니카(UNICA)에 따르면, 7월 하순(16~31일) 센트럴사우스(CS) 지역 설탕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361만4,000톤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설탕용 파쇄비율은 54.10%로, 작년 50.32%에서 높아져 설탕 지향적 운영이 강화됐다. 연초부터 7월 말까지 누적 설탕 생산은 -7.8% 줄어든 1,926만8,000톤이었다.
브라질 국영 작황예측기관 코나브(Conab)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2024/25년도 브라질 설탕 생산을 전년 대비 -3.4% 감소한 4,411만8,000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가뭄과 폭염에 따른 사탕수수 수확량 저하가 주된 이유다.
인도發 공급 변수
설탕 가격 하락 압력은 인도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새 시즌(2025/26)에 설탕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기상청(IMD)이 발표한 8월 18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은 611.2mm(평년 대비 +1%)로, 풍부한 우기에 힘입어 ‘풍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도 사탕·바이오에너지 제조협회(ISMA)도 내년 설탕 200만 톤 수출 허가를 추진 중이다.
앞서 6월 2일 인도 전국협동조합제당연맹(NFCSF)은 2025/26년 인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고했다. 이는 2024/25년 5년 만의 최저치(2,620만 톤·-17.5% y/y)에서의 빠른 회복이기도 하다.
글로벌 공급·수급 전망
국제상품거래업체 체자르니코우(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전 세계 설탕 시장은 8년 만에 최대 규모(750만 톤)의 공급 과잉(서플러스)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5월 22일 미국 농무부(USDA) 반기 보고서는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이 1억8,931만8,000톤(+4.7% y/y)으로 역대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해 소비량은 1억7,792만1,000톤(+1.4% y/y), 기말 재고는 4,118만8,000톤(+7.5% y/y)으로 예측됐다.
USDA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브라질 2025/26년 생산을 +2.3% 늘어난 4,470만 톤, 인도는 +25% 증가한 3,530만 톤, 태국은 +2% 성장한 1,030만 톤으로 각각 제시했다.
태국·ISO 데이터
태국 사탕수수·사탕위원회(OCSB)는 5월 2일 2024/25년 태국 설탕 생산이 1,000만 톤(+14% y/y)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태국은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이다.
한편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년 세계 설탕 시장이 -547만 톤 적자(디피싯)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9년 만의 최대 규모 적자다. ISO는 동시에 2024/25년 세계 생산 전망치를 1억7,480만 톤으로 0.7% 하향 조정했다.
시장 구조 이해하기
NY 원당 #11·런던 백설탕 #5는 국제 가격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선물(先物) 계약이다. #11은 원당(정제 전) 112,000파운드(약 50.8톤)를 단위로, 센트/파운드로 거래된다. #5는 정제 설탕 50톤을 단위로, 달러/톤으로 표시된다. 투자자뿐 아니라 실제 설탕 수입·수출 기업도 헤지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또한 브라질 선물가격은 에탄올과 커플링되는 특성이 있다.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이용해 차량용 에탄올을 대량 생산하며, 제당공장은 설탕 대비 에탄올 수익성을 비교해 배합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최근 국제 유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에탄올 가격 매력이 둔화된 점도 ‘설탕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현지 업계 중론이다.
기자 해설 (Professional Insight)
글로벌 농산물 패턴을 감안하면, 향후 6개월간 설탕 가격은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인도·태국의 생산 증가 전망은 분명 공급 과잉 시나리오를 강화하지만, ISO가 지목한 9년 만의 최대 적자라는 역설적 전망은 기후·정책 변수에 따라 수급 균형이 급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남미·아시아 주요 산지의 강수 패턴과 원유(에탄올) 시세가 ‘스윗 스팟(sweet spot)’을 결정할 핵심 지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1) 사탕수수 수확 진척률, 2) 각국 정부의 수출쿼터 정책, 3) 원유·에탄올 가격 스프레드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가격이 4년·4.25년 저점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은 중·장기적으로 헤지 전략을 재정비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 본 기사에 언급된 시장 전망과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기자는 관련 자산에 대해 직접적·간접적 이해관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