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선물가격이 20일(현지시각) 급격히 하락했다. 뉴욕 ICE 거래소의 2025년 10월물 원당(#11)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68%(-0.45센트) 떨어져 파운드당 16.38센트에 마감했고, 런던 ICE의 2025년 10월물 정백당(#5) 가격도 2.77%(-13.50달러) 밀리며 톤당 474.30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낙폭은 브라질의 공급 증가 전망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브라질 농업 컨설팅 업체 데이터그로(Datagro)는 “기상 조건이 건조해 사탕수수 수확(크러싱)이 빨라졌고, 제당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은 에탄올 대신 더 높은 마진의 설탕 생산으로 수수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7월 2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조사기관 코브리그(Covrig)는 브라질 중남부 지역 설탕 밀들이 이달 상반기에 전체 수확분의 54%를 제당 공정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에 추가 320만t의 설탕이 공급될 수 있다는 의미다.
■ 3개월간 이어진 하락세와 대규모 공급 전망
지난 3개월 동안 설탕 가격은 꾸준히 약세를 보였다. 뉴욕 원당 가격은 이달 초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졌고, 런던 정백당 가격도 4년래 저점 근처를 맴돌았다. 6월 30일, 원자재 트레이더 차르니코우(Czarnikow)는 2025/26 시즌 세계 설탕시장이 750만t 규모의 잉여(8년 만에 최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농무부(USDA)도 5월 22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1억 8,931만8,000t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기말 재고도 7.5% 늘어난 4,118만8,000t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 수요 반등 신호도 존재
지난주 후반에는 수요 지표 개선으로 단기 반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뉴욕 원당은 1.5개월, 런던 정백당은 1.75개월 만에 고점을 찍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중국이다. 6월 설탕 수입이 전년 대비 1,435% 폭증한 42만t을 기록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코카콜라가 미국 내 판매 제품에 고과당옥수수시럽(HFCS) 대신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 조치가 미국의 연간 설탕 소비를 4.4% 늘려 1,150만t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 공급 요인별 세부 전개
브라질 – 브라질 설탕산업협회(Unica)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2025/26년 시즌(4월~6월 누적) 중남부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4.3% 감소한 1,224만9,000t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 산하 코나브(Conab)는 2024/25년 생산이 가뭄과 고온으로 3.4% 감소한 4,411만8,000t에 그쳤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도 – 세계 2위 생산국인 인도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난다. 6월 2일, 인도 전국협동조합제당공장연맹은 2025/26년 설탕 생산이 재배 면적 확대에 힘입어 3,500만t(전년 대비 19% 증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제당공장협회(ISMA)는 10월 1일~5월 15일 누적 생산이 2,574만t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다고 집계했지만, 풍부한 몬순 강수 전망이 생산 회복 기대를 높이고 있다.
태국 –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인 태국은 5월 2일 사탕수수·설탕위원회 보고서에서 2024/25년 생산이 14% 늘어난 1,000만t에 달했다고 밝혔다. 2025/26년엔 추가 2% 증가한 1,030만t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 국제기구·기관 전망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보고서에서 2024/25년 세계 설탕 공급 부족 규모를 547만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9년 만의 최고치다. 그러나 앞선 2023/24년에는 131만t의 잉여를 기록해, 흑자에서 적자로 급반전하는 추세임을 시사한다.
USDA 산하 해외농업서비스(FAS)는 브라질 2025/26년 생산을 2.3% 늘어난 4,470만t, 인도는 25% 증가한 3,530만t, 태국은 2% 증가한 1,030만t으로 전망했다. 세계 소비는 1.4% 증가해 1억 7,792만1,000t으로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 용어·시장 구조 해설
“원당 #11”은 뉴욕 ICE선물거래소에 상장된 원당(자연 상태의 갈색 설탕) 선물계약을 의미한다. 파운드(lb) 단위로 거래되며, 국제 설탕 가격의 기준물 역할을 한다. “정백당 #5”은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 설탕 선물로, 톤(t) 단위로 거래된다. 두 상품 모두 무역업자·제조업체·투자자들의 가격 헤지 및 투기 수단으로 활용된다.
또한 사탕수수는 설탕과 에탄올 두 가지 주요 제품으로 전환될 수 있다. 국제 유가가 낮거나 설탕 가격이 높을 때는 제당업체가 설탕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기자 관점 및 전망
브라질의 건조한 날씨로 수확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우지만, 동시에 생산량 감소 통계가 혼재돼 있어 하반기 가격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도·태국의 증산세가 현실화되면 2025년~2026년 시즌 글로벌 재고가 빠르게 쌓일 수 있지만, 중국·미국 등 소비 대국의 구조적 수요 회복 여부가 균형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단기 수급은 공급 우위이나, ① 엘니뇨·라니냐에 따른 작황 변동성, ② 브라질·인도의 정책 변화(연료용 에탄올 혼합 정책 등), ③ 소비 패턴(천연당 선호 확대)이 중장기 가격에 불확실성을 남긴다. 주요 헤지펀드와 상업 헤저들은 연말 이후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나, 향후 몇 분기 동안은 14~18센트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 시장은 브라질 크러싱 속도와 인도 몬순 강우량, 그리고 중국의 추가 수입 물량을 예의주시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