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원당(10월물)과 런던 ICE 백설탕(10월물) 선물 가격이 31일(현지 시각) 동반 하락했다. 뉴욕 원당 #11은 전일 대비 -0.10센트(-0.61%) 내린 파운드(lb)당 16.31센트에, 런던 백설탕 #5는 -2.20달러(-0.47%) 밀린 톤(t)당 468.50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 —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 의 생산 증가 신호가 가격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
브라질 설탕·에탄올 산업협회 유니카(UNICA)는 7월 상반기 브라질 중남부(Center-South) 지역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40만t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사탕수수 압착량 중 설탕 배정 비율도 2024/25년 50%에서 2025/26년 54%로 높아졌다. 이는 생산업체들이 에탄올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설탕으로 가공 비중을 늘린 결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그로(Datagro)는 건조한 날씨가 압착 작업을 앞당겨 설탕 전환율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공급 증가 전망은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을 시사한다.
인도·태국 공급 변수도 약세 요인
지난주 블룸버그는 인도 정부가 오는 10월 시작되는 2025/26 마케팅연도에 설탕 수출 허가를 재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기상청(IMD)에 따르면 7월 27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은 440.1mm로 평년 대비 8% 많다. 풍부한 강수와 재배 면적 확대에 힘입어 인도 협동조합 설탕공장연맹(NFCSF)은 2025/26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 3위 생산국인 태국 역시 2024/25년 생산이 1,000만t(+14% y/y)으로 늘었다고 태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SB)가 발표했다. 2025/26년에도 2% 추가 증산이 예상돼 국제 시장의 공급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장기 전망: 8년 만의 최대 잉여 가능성
글로벌 트레이더 차르니코(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세계 설탕 시장이 750만t 규모의 8년 만에 최대 공급 과잉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달 미 농무부(USDA)는 반기 보고서에서 역대 최고치 1억 8,931.8만t(+4.7% y/y) 생산, 4,118.8만t(+7.5% y/y) 재고를 예측하며 약세 전망을 뒷받침했다.
USDA 외국농업국(FAS) 전망
• 브라질 4,470만t(+2.3% y/y)
• 인도 3,530만t(+25% y/y)
• 태국 1,030만t(+2% y/y)
이처럼 주요 생산국들의 동시 증산이 현실화될 경우, 가격은 중기적으로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수요 회복 조짐: 중국·미국 사례
다만 가격 급락은 수요 반등을 촉발하고 있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량은 42만t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코카-콜라가 미국 내 판매 제품에 고과당 옥수수 시럽 대신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에 따라 미국 설탕 소비가 4.4% 증가한 1,150만t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민감적 수요(price-elastic demand)가 본격 가동되면 단기 급락 이후 빠른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브라질 생산 감소라는 상반된 변수
흥미롭게도, 브라질 2025/26 누적 생산(7월 중순 기준)은 전년 대비 -9.2% 감소한 1,565.5만t로, 최근 통계는 단기적 공급 제약을 시사한다. 브라질 국영 농산물공사 코나브(Conab)도 2024/25년 생산을 -3.4% 감소한 4,411.8만t으로 추정했다. 가뭄과 폭염으로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은 중장기 잉여 확대 vs 단기 공급 차질이라는 ‘주기적 진자(sugar pendulum)’ 속에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용어 해설: 알아두면 좋은 설탕 시장 키워드
유니카(UNICA)는 브라질 설탕·에탄올 산업을 대표하는 민간 협회로, 매 반월(15일 단위) 생산 통계를 발표해 시장에 실시간 정보 흐름을 제공한다.
ISO(International Sugar Organization)는 런던에 본부를 둔 정부 간 기구로, 각국 생산·소비·무역 통계를 집계해 글로벌 수급 밸런스의 기준 척도로 사용된다.
#11, #5 선물은 각각 뉴욕 ICE 원당, 런던 ICE 백설탕 계약을 의미한다. #11은 원당(raw sugar)을, #5는 정제 설탕(white sugar)을 거래한다.
기자 분석 및 전망
현재 시점에서 가장 주목할 변수는 인도의 수출 재개 여부와 브라질의 수확 진척률이다. 두 국가가 동시에 물량을 확대할 경우 2025년 하반기 가격은 파운드당 14센트 중반까지도 열려 있다고 판단된다. 반면, 브라질 내륙 물류 차질이나 엘니뇨 재강세로 인한 작황 악화가 현실화될 경우 17~18센트까지의 기술적 반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라면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옵션 매도(covered call) 또는 스프레드 거래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다가오는 잉여 국면 속에 제조·음료 기업의 원가 절감 효과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결국 설탕 시장은 공급 사이클 전환점에 위치해 있다. 기후 변수와 정부 정책이 교차하는 향후 6개월이 가격 방향성을 결정지을 ‘결정적 창(decisive window)’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