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선물 가격이 브라질의 증산 신호에 눌리며 약세를 이어갔다. 10월 인도분 뉴욕 ICE 원당(#11)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04% 하락한 파운드(lb)당 0.17센트 내린 16.16센트*약 222.7원에 마감했고, 같은 달 런던 ICE 백설탕(#5) 선물도 0.60% 떨어져 톤(t)당 462.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설탕 산업협회(Unica)가 7월 상반월 브라질 중남부(Center-South) 지역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5% 증가한 340만t에 달했다고 발표한 것이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사탕수수 압착 물량 중 설탕용 배분 비율도 50%에서 54%로 높아져 공급 과잉 우려가 부각됐다.
시장조사기관 Datagro는 건조한 날씨가 수확·압착 여건을 개선하면서 설탕 대비 수익성이 낮은 에탄올 대신 설탕 생산으로 배분이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라질의 생산 확대 전망은 이미 4월 이후 국제 설탕 가격이 4년 만의 저점으로 후퇴하는 배경이 됐다.
인도·태국發 추가 공급 전망도 부담
설탕 2위 생산국인 인도도 공급 증가 시나리오를 가세했다.
블룸버그는 풍부한 몬순우로 풍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2025/26 시즌부터 수출을 재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도 기상청(IMD)은 7월 27일 기준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8% 많은 440.1mm라고 발표했다. 업계 단체 Indian Sugar and Bio-energy Manufacturers Association도 2025/26 시즌 설탕 200만t 수출 허가를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도 협동조합 설탕공장 연합(NFCSF)은 2025/26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4/25년 5년 최저치(2,620만t)에서 반등하는 수치다.
세계 3위 생산국 태국 역시 2024/25년 생산량이 14% 늘어난 1,000만t으로 집계되며 공급 압력에 가세했다. 태국 사탕수수위원회는 2025/26년 생산량을 추가로 2% 상향한 1,030만t으로 전망했다.
공급 과잉 전망 vs. 수요 회복 시그널
국제 선물거래사 Czarnikow는 지난 6월 30일 2025/26 시즌 세계 설탕 공급이 750만t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8년 만의 최대 잉여를 예고했다. 미국 농무부(USDA)도 5월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글로벌 생산이 4.7% 증가한 1억8,931만8,000t, 최종 재고가 7.5% 늘어난 4,118만8,000t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가격 급락이 수요를 되살린 조짐도 나타났다. 중국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대비 무려 1,435% 급증한 42만t을 기록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카콜라에 고과당 옥수수 시럽 대신 사탕수수 설탕 사용을 요청해 미국 내 소비가 4.4%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분석했다.
브라질 일부 지역 생산 차질, 단기 지지 요인
한편 2025/26 시즌 들어 7월 중순까지 브라질 중남부 누적 설탕 생산은 전년 대비 9.2% 감소한 1,565만5,000t을 기록했다. 브라질 국영 농업통계기관 Conab은 극심한 가뭄과 폭염 여파로 2024/25년 브라질 전체 설탕 생산이 3.4% 줄어든 4,411만8,000t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MMT(Million Metric Ton)은 100만t을 의미한다. #11 원당, #5 백설탕은 각각 뉴욕 ICE, 런던 ICE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선물 종목이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브라질·인도·태국의 공급 팽창과 글로벌 재고 확대 전망이 가격 반등을 제약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① 브라질 일부 지역 기상 불확실성, ② 중국·미국 등 주요 소비국 수요 회복, ③ ISO가 9년 만의 적자를 예고한 2024/25 시즌 물량 공백 등이 하방 경직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가격이 4년 내 저점 부근에서 추가 하락이 제한될 경우,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는 저가 매수 기회가 열릴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각국 정책 변화와 기후 변수에 따라 방향성이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