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선물가격이 브라질ㆍ인도 등 주요 생산지의 공급 확대 전망에 밀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인도 ICE 원당(뉴욕 상품거래소 11호) 선물은 전일 대비 -0.61%인 16.24센트lb당으로 마감됐고, 런던 ICE 백설탕(5호) 선물 역시 -0.47% 떨어진 461.60달러t당으로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과 Barchart의 종합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중남부(Center-South) 지역에서만 7월 상반기에 사탕수수 3억4천만t을 분쇄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40만t의 설탕을 생산했다. 같은 기간 설탕 배정을 위한 분쇄 비율이 50%에서 54%로 올라가면서, 설탕 가격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Datagro는 “장기간 이어진 건조한 날씨로 수확이 앞당겨지면서, 설탕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금 시점에 제분업체들이 에탄올 대신 설탕 생산으로 전환할 유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인도, 수출 재개 움직임
설탕 시장에 추가 하방 압력을 더한 것은 인도의 수출 재개 가능성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7월 말, “인도가 10월 시작되는 2025/26 시즌부터 설탕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인도 기상청(IMD) 역시 6월~7월 누적 몬순 강우량이 440.1mm로 ‘정상 대비 8% 초과’했다고 발표해 풍작 기대감을 키웠다.
이에 앞서 인도국가협동조합설탕공장연맹은 2025/26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t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이는 인도설탕공업협회(ISMA)가 잠정 집계한 2024/25년 5년 만의 최저치(2,620만t)에서 큰 폭으로 반등하는 수치다.
시장 전망: 공급 과잉 vs. 수요 회복
앞으로의 시장 흐름은 공급 과잉과 수요 회복이라는 두 축이 맞물릴 전망이다. 영국계 무역회사 Czarnikow는 6월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전 세계 설탕 잉여량을 750만t(8년 만의 최대치)로 추정했다. 같은 달 美 농무부(USDA)도 반년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생산량을 1억8,931.8만t(전년 대비 4.7% 증가)로 예상했다.
반면 가격 하락이 수요를 자극하는 조짐도 감지된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한 42만t을 기록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코카콜라가 고과당 옥수수시럽 대신 사탕수수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미국 내 설탕 소비가 연간 4%가량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브라질 생산 감소·ISO 적자 전망, 가격 지지 요인
Unica는 7월 중순까지 누적된 2025/26 브라질 중남부 설탕 생산량이 -9.2% 감소한 1,565만t이라고 발표했다. 브라질 정부 통계기관 Conab도 6월 보고서에서 2024/25 생산량을 전년 대비 -3.4% 감소한 4,411만t으로 추산했다. 건조ㆍ폭염 탓에 사탕수수 수확량이 줄어든 결과다.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 시즌 -547만t(9년 만의 최대) 적자를 예측했다. ISO는 생산 전망치를 1억7,480만t으로 낮추며 “2023/24 시즌 131만t 흑자 이후 공급이 다시 급격히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세계 설탕 11호’와 ‘백설탕 5호’
국제 원당 선물의 대표 지표인 ‘세계 설탕 11호(Sugar #11)’는 뉴욕상품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원당(원료 상태 설탕) 선물 계약이다. 결제 단위는 팔다당(lb), 주로 브라질ㆍ태국산 원당이 반입된다. 반면 ‘백설탕 5호(Sugar #5)’는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당(백설탕) 선물이다. 단위는 미터톤(mt)이며, 품질 기준이 더 엄격해 가공 비용이 반영된다.
이처럼 11호와 5호는 각각 원당과 정제당 시장을 대표하는 벤치마크로, 생산국 동향이나 환율ㆍ무역 정책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전망 및 분석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생산 증가와 인도 수출 재개 가능성이 가격을 누를 전망이다. 특히 3분기에는 북반구 강우량 증가로 수확량이 확대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ISO가 지적한 적자 구조, 브라질 내 생산 차질, 중국ㆍ미국의 수요 개선 등이 하방경직성을 제공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환율(브라질 헤알화ㆍ인도 루피화), 원유 시세(에탄올 수익성 영향), 기상 변수(엘니뇨/라니냐)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가격이 15센트 선 아래로 추가 하락할 경우 아시아 수입업체의 저점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2025/26 시즌 설탕 시장은 공급 과잉이 우세하지만, 일부 생산지의 기상 리스크와 소비 패턴 변화가 변동성 장세를 부추길 전망이다. 투기적 포지션보다 헷지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관리가 요구된다.
※ 본 기사는 투자 자문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며, 모든 수치는 Barchart·USDA·ISO 등 원문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