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시장이 다시 상승세를 탔다. 22일 미국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전일 대비 +3.10센트(+1.06%) 오른 파운드당 2.9650달러 선에서, 9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는 +67달러(+2.10%) 상승한 톤당 3,257달러 선에서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2025년 7월 2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주요 생산지에 서리(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장 초반 하락하던 커피 가격이 반등했다. 브라질 기상 전문업체 클리마템포(Climatempo)는 이번 주 후반 강력한 한랭 전선이 남동부 고원지대를 통과하며 작황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저온‧서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보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매물 압력으로 아라비카 가격이 1주 만에 최저치, 9월물 로부스타는 상장래 최저치, 근월물(N25) 로부스타는 1년 3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밀렸다. 하락 압력의 가장 큰 원인은 브라질 수확 진척이었다. 브라질 곡물 컨설팅업체 사프라스&메르카두(Safras & Mercado)는 7월 16일 기준 2025/26 커피 수확률이 77%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74%, 5년 평균 69%보다 빠른 속도다. 세부적으로는 로부스타 93%, 아라비카 67%가 수확 완료됐다. 브라질 최대 협동조합 코옥수페(Cooxupe)도 7월 18일 기준 조합원들의 수확률이 59%라고 전했다.
로부스타 가격에는 재고 증가가 또 다른 하방 요인이었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로부스타 재고는 이날 6,401계약으로 1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아라비카 재고는 월요일 81만 1,024포대로 3개월 최저치로 감소했다.
투기적 순매도 역시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ICE 유럽이 7월 15일 마감 주간에 발표한 CFTC 포지션 보고서에 따르면, 펀드들은 로부스타 선물에서 순매도 1,294계약으로 2년 만에 최대 규모의 숏 포지션을 유지 중이다. 숏 포지션이 과도할수록 단기 쇼트커버링 랠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주는 7월 19일 주간에 강우량 ‘0’을 기록했다” —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
지속되는 건조 기후는 꽃눈 분화와 생육에 악영향을 줘 향후 공급 차질 우려를 높이고 있다.
한편 6월 브라질 Cecafe 자료에 따르면, 녹색 커피(생두)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한 230만 포대에 그쳤다. 아라비카 수출은 27% 줄어 180만 포대, 로부스타 수출은 42% 급감한 47만 6,334포대로 집계됐다. 이는 단기적으로 가격 지지 요인으로 해석된다.
정치‧통상 변수도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브라질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최대 아라비카 공급국 브라질의 대미 수출 차질 가능성이 불거졌다. 시장은 잠재적 공급 제한을 가격에 반영하며 아라비카에 프리미엄을 형성했다.
그러나 중장기 공급은 여전히 풍부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6월 25일 미 농무부 해외농업국(FAS)은 2025/26 브라질 생산량을 6,500만 포대(+0.5% YoY), 베트남을 3,100만 포대(+6.9% YoY)로 내다봤다. 베트남은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이다.
다만 2023/24년 베트남 생산은 가뭄으로 147만2,000톤(-20% YoY)에 머물렀고, 2024년 베트남 커피 수출도 135만 톤(-17.1% YoY)으로 감소했다. 베트남커피코코아협회(Vicofa)는 3월 26.5백만 포대로 2024/25 생산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반면 베트남 통계청은 7월 7일 발표에서 올해 1~6월 수출이 4.1% 늘어난 94만3,000톤이라고 밝혔다.
미 농무부 반기 보고서(6월 25일자)는 전 세계 2025/26 생산량을 1억7,868만 포대(+2.5% YoY)로 사상 최고치를 전망했다. 세부적으로 아라비카는 1.7% 감소한 9,702만 포대, 로부스타는 7.9% 증가한 8,165만 포대로 제시됐으며, 기말재고는 2,281만9,000포대(+4.9%)로 늘 것으로 봤다.
국제 무역업체 볼카페(Volcafe)는 2025/26 아라비카 시장이 850만 포대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2024/25 부족분(550만 포대)보다 확대된 수치로, 아라비카의 5년 연속 적자를 의미한다.
전문가 진단과 향후 전망
현재 시장은 브라질 서리 위험에 의한 단기 상승 모멘텀과 중장기 공급 과잉 시나리오가 교차하는 국면이다. 만약 이번 주 실제 서리 피해가 최소화된다면, 펀드의 과도한 숏 포지션이 빠르게 청산되는 과정에서 일시적 급등 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저온이 수확 중인 체리(커피 열매)에 물리적 손상을 주면, 아라비카 300센트, 로부스타 3,500달러 재돌파도 배제할 수 없다.
환율 또한 변수다. 브라질 헤알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면 현지 농가의 달러 수익이 감소해 수출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헤알화 약세는 매도 압력을 강화한다. 최근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달러를 약세로 끌어내리면 헤알화 강세 → 커피 가격 지지라는 구도가 가능하다.
로부스타는 동남아 주요 산지의 라니냐 가능성이 주목된다. 라니냐는 인도네시아·베트남에 폭우를 동반해 생산 및 수출 인프라에 혼란을 줄 수 있다. 투자자들은 8~10월 동남아 우기 강수량에 예민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용어 설명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는 전 세계 커피 생산의 약 60%와 40%를 차지하는 두 주요 품종이다. 아라비카는 고지대에서 재배되고 풍미가 섬세해 고급 커피에 쓰이며, 로부스타는 저지대에서 자라 카페인이 많고 병충해에 강해 인스턴트커피나 블렌딩 원료로 활용된다.
선물(Futures)은 미래 일정 시점에 특정 상품을 정해진 가격으로 사거나 팔 권리를 거래하는 파생상품이다. 농산물 선물은 생산자‧수요자가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수단이며, 투기 세력의 참여로 유동성이 확대된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미국·유럽에서 소프트상품‧에너지‧지수 등 다수의 파생상품을 상장·거래시키는 글로벌 거래소다. 보고서에서 언급되는 ‘ICE 모니터 재고’는 선물 인도용 승인 창고에 보관된 실물 재고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