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동향] 10월 인도분 뉴욕 ICE 원당(Sugar #11, 종목 코드 SBV25) 선물 가격이 0.16센트(−0.98%) 하락한 16.11센트에 마감했고, 같은 달 만기 런던 ICE 백설탕(Sugar #5, 종목 코드 SWV25) 선물도 5.20달러(−1.11%) 밀린 톤당 463.10달러를 기록했다. 두 지수 모두 5주 만의 최저 수준이다.
2025년 8월 5일, 바차트닷컴(Barchart.com)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중남부(Center-South) 지역의 설탕 생산 확대가 가격 하락의 직접적 촉매로 작용했다. 브라질 산업협회 유니카(UNICA)는 7월 상반기 중남부 지역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40만 톤에 달했다고 밝혔다.1
유니카 자료에 따르면 설탕 공장들이 사탕수수 54%를 설탕용으로 배분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0%에서 상향된 수치다. 통상 브라질 공장들은 사탕수수즙을 설탕과 에탄올 중 수익성이 높은 쪽으로 배분하는데, 최근 국제 유가 하락과 설탕 가격 상승 둔화가 맞물리며 설탕 비중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Datagro는 ‘건조한 날씨 덕분에 수확 및 압착이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건조기가 길어지면 수확일수가 늘기 때문에 cane crush(사탕수수 압착) 속도가 가속화되며, 이는 즉각적인 공급 증가로 이어진다.
인도 변수도 하락 압력
블룸버그는 인도가 10월 시작되는 2025/26 시즌에 수출을 재개할 가능성을 보도했다. 인도 기상청(IMD)에 따르면 8월 4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은 500.8㎜로 평년 대비 4% 많다. 풍부한 강우가 사탕수수 생육을 돕고 있어 bumper crop(대풍작)이 예상된다.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제조업협회(ISMA)는 2025/26 시즌 200만 톤의 수출 허가를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6월 2일 전국협동조합설탕공장연맹(NFCSF)은 2025/26 생산량이 3,5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4/25 시즌 5년 최저치(2,620만 톤)에서 반등하는 규모다.
설탕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 국면을 선반영하고 있다. 지난 4개월간 뉴욕 원당은 4.25년, 런던 백설탕은 4년 저점까지 후퇴했다. 국제 상품 트레이더 Czarnikow는 6월 30일 “2025/26 글로벌 설탕 잉여가 8년 만의 최대치인 750만 톤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국 농무부(USDA) 역시 5월 22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세계 생산량이 1억 8,931만 8,000톤(전년 +4.7%)으로 사상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보고서는 세계 재고도 4,118만 8,000톤(+7.5%)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구조적 공급 우위를 시사했다.
가격 반등 요인도 존재한다. 4년 저점으로 밀린 시세 탓에 수요가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한 42만 톤으로 집계됐다. 한편 코카콜라(Coca-Cola)는 미국 판매 콜라 제품의 감미료를 고과당 옥수수시럽(HFCS)에서 사탕수수 유래 설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 조치가 미국 설탕 소비를 4.4% 늘려 연 1,150만 톤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내부에서도 상반된 공급 시그널이 포착된다. 유니카는 7월 중순까지의 2025/26 누계 생산량이 1,565만 5,000톤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정부 산하 농업공급회사 코나브(Conab) 역시 2024/25 시즌 생산이 가뭄과 폭염 영향으로 4,411만 8,000톤(−3.4%)에 머물렀다고 추산했다.
태국도 변수다. 태국 사탕수수위원회(OCPB)는 5월 2일 2024/25 설탕 생산이 1,000만 톤으로 전년보다 14% 늘었다고 밝혔다. 태국은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으로, 증산은 국제 가격을 압박할 수 있다.
반면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 세계 설탕 공급 부족 전망치를 −547만 톤으로 상향(2월 −488만 톤) 조정했다. 공급 과잉을 점치는 민간 전망과는 온도차가 있다.2
전문가 해설: ‘설탕 #11’과 ‘#5’란?
뉴욕 ICE 원당(#11)과 런던 ICE 백설탕(#5)은 대표적인 국제 벤치마크 선물이다. #11은 원당(raw sugar), 즉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의 설탕을 112,000파운드(약 50.8톤) 단위로 거래한다. #5는 용해∙정제 후의 백설탕을 50톤 단위로 거래하며, 아시아 수입업체들이 가격 지표로 활용한다. 두 선물은 통상 연동되지만, 물류·환율·정제 마진 차이에 따라 스프레드가 벌어지기도 한다.
기자 분석
“브라질·인도·태국 등 주산국의 동시 증산이 현실화된다면 2025/26 시즌 시장 균형은 잉여 쪽으로 크게 기울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가격 급락은 소비 확대를 자극해 추가 낙폭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미국·중국과 같은 대규모 소비국에서 정제당 선호가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은 중장기적 수요 바닥을 형성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에탄올 수요와 원유 가격, 각국 정부의 수출 정책이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힌다.
국내 식품·음료 업체들도 원재료 조달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설탕 선물은 환율과 운임, 국내 할당관세 등 복합적 요인을 따라 국내 가격에 반영되므로, 장·단기 헤지가 필요하다.
1) UNICA — União da Indústria de Cana-de-Açúcar: 브라질 사탕수수 산업협회.
2) ISO — International Sugar Organization: 국제설탕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