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런던 설탕 선물가 동반 하락
10월물 뉴욕 ICE 원당 11호(SBV25)는 21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0.45센트(▼2.68%) 하락한 16.35센트에, 같은 만기 런던 ICE 백설탕 5호(SWV25)는 -13.50달러(▼2.77%) 떨어진 473.90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2025년 7월 2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브라질의 사탕수수 크러싱(crushing·수확 및 분쇄) 가속화로 공급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라질 농업 컨설팅업체 Datagro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제당소들이 수확 일정을 앞당기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설탕 생산으로 배분을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품 분석사 Covrig은 이달 상반기 브라질 제당소들이 가용 사탕수수의 54%를 설탕으로 전환해 약 320만t을 추가 공급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단기간에 시중 공급 과잉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 최근 3개월간 4년 만의 저점 경신
국제 설탕 가격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 원당은 이달 초 4.25년 만의 최저치를, 런던 백설탕은 거의 4년 만의 저점을 각각 기록했다. 6월 30일 선물·무역사 Czarnikow는 “2025/26 시즌 글로벌 설탕 공급이 8년 내 최대인 750만t 흑자(잉여)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5월 22일 발간한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4.7% 증대한 1억8,931만8,000t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글로벌 재고는 +7.5% 늘어난 4,118만8,000t로 전망됐다.
◆ 수요 지표는 단기 반등 요인
한편 지난주 말 뉴욕·런던 가격이 1개월 반 만에 반등한 배경에는 중국·미국의 수요 신호가 있었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한 42만t을 기록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코카콜라가 미국 내 판매 제품에서 고과당 옥수수시럽(HFCS) 대신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미국 설탕 소비가 연 1,100만t에서 1,150만t으로 4.4% 늘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수요 호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공급 사이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브라질 설탕산업협회(Unica)는 6월까지 브라질 중남부(Center-South) 지역 2025/26 누적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3% 감소한 1,224만9,000t이라고 보고했으나, 건조한 기후가 오히려 수확 효율을 높여 향후 감소폭을 만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 인도·태국도 증산 예고…공급 과잉 우려 확대
세계 2위 생산국 인도의 협동조합 설탕공장연맹(NFCSF)은 6월 2일 “2025/26년 인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t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2024/25) -17.5% 급감해 5년 만의 저점인 2,620만t을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몬순(우기) 우호적 강우가 배경으로 꼽힌다.
세계 3위 생산국 태국 역시 5월 2일 자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SB)가 “2024/25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000만t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태국은 브라질, 인도에 이어 글로벌 설탕 수출 2위 국가로, 추가 증산은 국제 시세에 즉각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전망이다.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보고서에서 2024/25 글로벌 설탕 수급을 -547만t 적자로 제시해 9년 만에 가장 큰 공급 부족을 예상했지만, 이후 각국 증산 시그널이 줄을 이으면서 시장 컨센서스는 다시 공급 과잉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 용어 해설
① 설탕 11호(원당) : 브라질 원당을 기준으로 거래되는 국제 벤치마크 선물.
② 설탕 5호(백설탕) : 정제 설탕을 대상으로 하는 런던 ICE 선물.
③ 크러싱 : 수확한 사탕수수를 압착·분쇄해 당즙을 추출하는 공정.
④ HFCS : High Fructose Corn Syrup(고과당 옥수수시럽)으로, 미국 음료·제과업계가 설탕 대체 감미료로 널리 사용한다.
◆ 기자 해설 및 전망
현재 시점에서 설탕 가격은 공급 과잉 시그널과 수요 회복 움직임이 혼재돼 있다. 그러나 브라질·인도·태국 등 주요 생산국의 증산 전망이 구체적 수치로 제시된 반면, 수요 측 증가는 정책·일회성 이벤트 의존도가 높다. 특히 코카콜라의 원당 전환은 실제 물량 확대까지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며, 설탕 선물 시장에 즉각 반영되기에는 변수가 많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단기 기술적 반등이 나오더라도, 중기적 가격 박스권 하향 이동을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투자자는 각국의 기상 조건과 에탄올·설탕 간 생산 배분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본문에 언급된 증권이나 상품에 대해 필자는 직·간접적인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기사 원문 필자 리치 애스플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