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10월물 원당 #11(SBV25) 가격은 30일(현지 시각) 전장 대비 -0.48% 하락한 -0.08센트, 런던 ICE 10월물 백설탕 #5(SWV25) 가격은 -0.90% 하락한 -4.30달러를 각각 기록하며 약세를 보였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브라질 농축산부(MAPA)의 최근 통계다.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 설탕 생산량은 최근 15일 동안 거의 340만 톤(MMT)에 도달했다. 시장은 이를 전 세계 설탕 공급 증가 신호로 해석하며 매도세를 강화했다.
다만 WTI 원유(10월물, CLU5)가 5주래 최고치로 상승하면서 설탕 가격의 낙폭은 제한됐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사탕수수로 제조할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세계 주요 설탕 제조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에탄올 생산으로 원료를 돌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설탕 공급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가격 하단을 지지한다.
수요 회복 신호도 감지
최근 4년래 최저가까지 밀렸던 설탕값이 급락한 뒤 일부 수요 회복 조짐도 나타났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증가한 42만 톤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카콜라는 고과당 콘시럽 대신 사탕수수당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고 밝히면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미국 연간 설탕 소비가 4.4% 증가한 1,150만 톤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브라질·인도·태국, 공급 확대 전망
시장 최대 관심사는 여전히 브라질이다. 농업 분석업체 다타그로(Datagro)는 최근 건조한 날씨 덕분에 브라질 제당공장이 사탕수수 분쇄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사 코브리그(Covrig)는 7월 상반기만 해도 전체 사탕수수의 54%가 설탕 생산으로 전환돼 320만 톤이 추가 공급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에 인도도 가세했다. 블룸버그는 7월 23일 인도가 10월 시작되는 새 시즌에 설탕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7월 27일 기준, 인도 기상청은 몬순 강수량이 평년 대비 8% 많은 440.1mm라고 발표했다. 인도 협동조합 제당연맹(NFCSF)은 2025/26년 인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 3위 생산국인 태국 역시 2024/25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000만 톤으로 집계됐다. 태국 사탕수수위원회(OCSB)는 2025/26년에도 +2% 성장한 1,030만 톤을 전망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
상품 트레이더 차르니코우(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년 전 세계 설탕 시장이 8년 만에 최대 규모인 750만 톤의 공급과잉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USDA)의 5월 22일 반기 보고서도 2025/26년 세계 설탕 생산을 1억 8,931.8만 톤(+4.7% YoY)으로, 재고를 4,118.8만 톤(+7.5% YoY)으로 제시했다.
한편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 시즌 세계 설탕 공급 부족 규모를 547만 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직전 시즌 131만 톤 흑자 이후 시장이 다시 타이트해졌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2025/26년으로 넘어가면 풍작·재고 증가가 동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가격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다소 헷갈릴 수 있는 용어 설명
※ NY 원당 11호(#11)는 뉴욕 ICE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당(정제 전 원료당) 선물의 표준 계약을 의미한다. 런던 백설탕 #5는 정제된 설탕(백설탕) 선물 계약이다. 두 상품은 품질과 인도 조건이 달라 투자자들이 원당·백설탕 가격 차이를 활용해 스프레드 거래를 하기도 한다.
※ MMT는 Million Metric Tons(백만 미터톤)의 약자로, 설탕·곡물 등 대량 원자재 물동량을 표시할 때 사용된다.
※ 바이오에탄올은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당을 발효해 만든 알코올 연료로, 브라질은 차량 연료로도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에탄올 수익성이 높아져 설탕과의 생산 전환효과가 발생한다.
시장 전망 및 시사점
현재 설탕 시장은 브라질·인도·태국 등 주요 3개국의 풍작 기대와 미국·중국의 수요 회복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설탕 하락폭을 제한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2025/26년 기록적인 생산 및 재고가 가격 상단을 누를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에탄올-설탕 전환율, 몬순 강수량, 브라질 센터-사우스 분쇄 속도와 같은 변수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특히 8월 이후 본격화하는 브라질 건기와 10월 시작되는 인도 수출 정책은 올 하반기 설탕 가격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