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법원, 폭스바겐에 1970~80년대 ‘노예 노동’ 배상금 3,044만 달러 명령

상파울루(SAO PAULO) — 브라질 노동검찰은 29일(현지시간)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Volkswagen)의 브라질 현지 법인이 1970~1980년대 아마존 지역 목장에서 근로자들에게 노예에 준하는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강요한 책임을 인정받아, 1억6,500만 헤알(약 3,044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노동법원은 수백 명의 노동자가 폭스바겐이 운영한 목장에서 빚의 예속(debt bondage) 상태에 묶인 채 무장 경비 아래 감시를 받으며 일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해당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위생 및 휴식 시설을 제공받지 못한 채 존엄성을 훼손당했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폭스바겐 측이 준비한 항변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회사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항소 의사와 별개로 브라질 현지 사무소는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며 모든 노동법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왔다”는 공식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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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폭스바겐은 군사 독재 정권이 추진하던 ‘아마존 개발 계획(Projeto Amazônia)’의 세제 및 금융 인센티브를 활용해 목축·벌목 사업을 확대해 왔다. 감독 당국은 “정부 주도 개발 프로젝트가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 감시 없이 진행되면서 노동 착취가 구조적으로 묵인됐다”고 지적했다.


합의 무산·공개 사과 명령

검찰은 피해 노동자들과의 사전 합의를 위해 지난해부터 폭스바겐 브라질 법인과 교섭했으나, 회사가 “협상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공개 책임 인정 및 공식 사과를 포함한 판결을 내렸고, 폭스바겐은 앞으로 전 세계 사업장에서 ‘노예 노동 제로(zero tolerance)’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198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브라질 노동·인권 단체의 문제 제기가 40여 년 만에 결실을 본 사례로 회자된다. 노동전문 변호사 안드레아 비에이라(Andrea Vieira)는 “국제 대기업이 과거 행적에 대해 법적, 윤리적 책임을 지게 된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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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 감시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임금을 현금 대신 물품이나 숙박비 빚으로 상쇄당했으며, 목장 밖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사실상 박탈당했다.” – 브라질 노동검찰 성명 중

빚의 예속(debt bondage)이란? 이는 고용주가 임금 대신 숙식·생필품·장비 비용 등을 선불로 지급하고, 근로자가 이를 갚을 때까지 장기간 노동을 강제하는 관행을 말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를 현대판 노예제의 대표 유형으로 분류한다.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파장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이 강화되는 가운데, 노동 인권 이슈는 다국적 기업의 평판 리스크로 직결된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폭스바겐이 항소에 성공한다 해도 이미 훼손된 브랜드 가치와 잠재적 소비자 불매 운동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이 2024년 도입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은 인권 침해가 확인될 경우 매출액의 최대 5%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번 브라질 사건은 폭스바겐 본사가 유럽 규제 당국의 추가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국제 ESG 평가지수를 추적하는 글로벌인덱스(Global Index)의 최신 리포트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2023년 기준 ‘S(사회)’ 부문 점수가 경쟁사 대비 15% 낮게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배상 판결이 향후 등급 조정의 결정적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브라질 노동법·사법제도의 특징

브라질은 2014년 노예 근로 근절법(Lei do Trabalho Escravo)을 개정해, 심리적 억압·경제적 종속 등 비물리적 강제도 노예 노동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회사뿐 아니라 경영진 개인도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기업에 우선 민사 배상 책임을 부과한 뒤, 추가 형사 기소 가능성을 열어둔 판례로 평가된다.

또한 브라질 사법부는 노사 분쟁 해결을 위해 노동검찰(MPT)노동법원(JT)이라는 이원 체계를 운용한다. 노동검찰이 조사 및 기소권을 행사하고, 노동법원이 판결을 내린다. 이는 일반 민·형사 법원과 별도로 운영돼 절차가 비교적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의 시사점

폭스바겐 보통주(티커: VOWG_p.DE)는 금일 유럽 장 마감 기준 0.8% 하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항소 절차가 장기화될 경우, 법률 충당금 증가주주 신뢰 약화를 동시에 우려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비용 변동성 확대를 감안해 목표주가를 2%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해당 전망치는 본지가 참고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요약한 것으로, 투자 권유가 아님을 밝힌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이 신속히 사과문을 내고 감시 체계를 강화한다면, 전기차 전환 가속화 등으로 투자 매력도를 회복할 여지도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 총평

이번 판결은 역사적 정의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시에 글로벌 기업들이 과거·현재·미래 사업 전 영역에서 노동 인권을 적극 점검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진다. 공급망 실사에 소요되는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이는 지속가능 경영의 필수 불가결 요소다. 향후 항소 결과와 추가 법적 책임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